드라이브 앵그리 3D - Drive Angry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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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시작은 지옥불이 넘실거리는 곳에서 질주하는 자동차를 보여주면서 부터이다. 그리고 곧바로 누군가에게 쫒기는 3명의 남자와 처음에 등장했던 자동차와의 추격전이 펼쳐진다. 남자들을 쫒는 사람은 존 밀튼(니콜라스 케이지)으로 인정사정없이 총을 휘두르며 자비심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존을 보는 남자들의 표정은 강한 상대를 봤을 때의 공포 이외의 것이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넌 죽었잖아!" 라는 말을 하게 되는데, 그 말 그대로 존 밀튼은 죽어서 장례식까지 치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좀비도 아니고 죽은 사람이 산 사람의 세계로 들어왔다는 것인데, 대체 어떤 사연이 있길래 이런 불가능한 일이 발생한 것일까? 

존 밀튼의 행동과 간간히 밝혀지는 과거를 종합해보면 그의  생전 모습은 '나쁜 악당' 이었을거로 추정된다. 그래서 범죄에 휘말려 죽게 돼 당연히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그를 더 고통스럽게 만든 것은 하나 있는 소중한 딸의 비참한 인생이었다. 좋은 아버지는 못 되었던 존이 죽은 후 딸은 사이비 종교에 자신을 의탁하게 됐는데, 그만 교주인 조나 킹에 의해 살해 당했고 갓 태어난 딸(존 밀튼의 손녀)은 제물이 되기 위해 납치 되었던 것이다. 이 모든 사건을 지옥에서 똑똑히 봐야 했던 존 밀튼은 손녀를 구해내기 위해 자동차를 이끌고 지옥의 다리를 건넜던 것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는 그냥 묻어두고, 신나는 액션신을 감상하고 있는데 정말 잔인한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존 밀튼이 여자와 침대에 있을 때 벌어진 싸움은 그 중 백미인데 슬로우 화면과 함께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많이 잔인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런 존 밀튼의 복수극에 섹시한 금발머리 아가씨가 참여하게 된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파이퍼(앰버 허드)는 사장의 성추행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집으로 향하는데, 착하다고 여겼던 약혼자는 다른 여자와 침대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와 결혼까지 생각했던 파이퍼는 헤어지는 조건으로 남자의 자동차를 가져가려 하지만 오히려 구타만 당하게 된다. 바람을 핀데다가 폭력까지 쓰고, 아무리 봐도 파이퍼와 어울리지 않는 남자를 존 밀튼이 혼내주면서 파이퍼는 그와의 여정에 동참하게 된다. 존 밀튼이 그녀에게 호감을 표한것은 멋진 자동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것 같은데, 이 영화엔 클래식한 차들이 많이 나온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영화의 재미가 하나 더 생길 것 같다.  

 

하지만 존 밀튼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쫒고 있는다는걸 몰랐던 파이퍼는 갑작스러운 총격전에 휘말리고 경찰까지 죽이면서 이도저도 못한 상황에 처한다. 위험한 사람 곁에 있으면 범죄자 되는건 시간 문제인것 같은데, 그래도 의리가 있는 파이퍼는 존의 정체를 알고도 떠나지 않고 복수를 도와주기로 한다.  

그런데 이들을 쫒는 이들은 경찰 외에도 한명이 더 있었다. 미드《프리즌 브레이크》의 머혼 으로 유명한 윌리엄 피츠너가 지옥의 사자로 나오는데(영화에선 회계사라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석호필을 쫒듯이 이번엔 존을 찾아내려 한다. 양복차림에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데다 역할도 비슷해서 자꾸 머혼 처럼 느껴진다.  

경찰과 지옥의 회계사를 뿌리치고 조나킹을 찾아 손녀를 구해야 하는 존 밀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신나는 액션신은 부족한 스토리를 메꾸기엔 다소 버거워 보이기도 하고, 특수효과 티가 확 나는 장면들이 거슬리고, 마지막 장면은 좀 황당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보기에 큰 불만은 없다. 조조로 싸게 봐서 다행이었던 점도 있고.. 

그나저나 존이야 이제 다시 지옥에 가면 끝이지만, 파이퍼는 졸지에 애를 떠 안게 됐으니 참 박복한 캐릭터라는 생각도 든다. 분명 자신의 아이처럼 잘 키우겠지만 양육비 뿐 아니라 아이가 생긴걸 주위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이의 할아버지가 지옥에서 살아 돌아와 아이를 구하고 떠나면서 내게 맡겼어요" 라고 말하면 누가 믿어주기나 할까? 이왕 맡길거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게끔 도와주고 떠나지 하는 야속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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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4주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라고 한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그만큼 알츠하이머 병,
즉 치매는 노인들 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자주 발생하는 보편화된 병이 되었다.  


이런 치매가 무서운 건 병을 앓는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모든 중한 병은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하지만 치매는 기억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가족들에게 정신적으로 더 큰 위험부담을 지게 만든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것 같은 당혹스러움을 낳게 하고, 한시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행동 때문에
치매를 앓는 환자의 숫자만큼 고통을 겪고 극복하려는 가족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이 고통을 사회가 나눠 짊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 치매의 날'을 맞이하여 이 병을 다룬 영화들을 살펴보고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도 깨달으면 좋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 

줄거리: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의 마사코는 홀로 생활하던 중 셋째 아들 내외의 간곡한 부탁으로 같이 살게 된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사랑스러운 손녀,손녀와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마사코에게 알츠하이머 라는 병이 찾아올줄은 아무도 몰랐다. 치매는 이 가정을 급속도로 황폐화 시키는데, 치매에 걸린 마사코의 모습이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챙겨주길 좋아하던 따뜻한 마음씨 대신 아들과 며느리에게 고함을 지르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진다. 일과 살림을 병행하느라 지친 며느리 도모에는 이제 병에 걸린 시어머니의 수발까지 들어야 했고, 이런 일은 아무리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마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대부분의 가정이 이런 수순을 밟지 않을까 보여진다.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도모에는 마사코를 양로원에 모시기로 하는데, 양로원에 가는 도중 시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마사코가 처음으로 털어놓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은 전보다 감정적으로 더 가까워지게 되었고 도모에로 하여금 시어머니를 직접 보살펴드려야 겠다는 용기를 다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도모에의 결심을 가족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되면서 불행의 씨앗이 될 뻔한 마사코의 병이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준다. 이 모두가 도모에의 아름다운 마음씨와 헌신적인 노력이 바탕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만 화목해지는건 누구나 할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때 하나가 되고 웃음을 되찾을수 있는건 너무도 힘든 일이기에 도모에 가정의 변화가 더 눈부시게 다가온다.

감상평: 9월 21일 '세계 치매의 날'에 개봉한 이 영화는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은 작품이다. 작은 영화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수 있는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높은 호응을 받았고 드디어 한국에도 개봉하게 됐다. 이번 개봉은 자막 읽기에 불편함이 있는 중장년층을 위해 특별히 한국어 더빙판이 나왔는데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영화인데,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영화라 보고 난 후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함께 할수 있는 가족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아이리스:  

줄거리: 40여년간 부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리스 머독과 존 베일리. 젊은 시절의 존은 아이리스의 자유분방한 생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둘은 학자로, 연인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랑을 키워나간 부부였다. 하지만 아이리스에게 알츠하이머 병이 찾아오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아이리스는 자신이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렸다는 걸 납득하지 않았고, 존 또한 납득할수 없었기에 처음엔 진실을 외면한다. 하지만 둘은 알츠하이머 병에 거린 사실이 피해갈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오만하기까지한 아이리스가 노년이 된 후 하필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게 잔혹한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녀 곁에는 항상 지지하고 존경하고 이해하는 남편이 있었다. 젊은시절 부부의 첫 만남과 노년이 된 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운 자연풍경속에 녹아들며, 우리는 부부의 삶이 준 희노애락을 모두 보게 된다. 가는 시간을 되돌릴수 없듯이, 병을 순리대로 받아들이며 마지막 삶을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감상평: 어떻게보면 부부라는 건 쉽게 깨질수도 있는 관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함께 사는 것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가 바로 부부이다. 가족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이자, 가족을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아이리스 머독이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한다. 그녀는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철학자로 문학 평론가인 남편 존 베일리와 1999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함께 했는데, 그녀가 가장 잘 한 일이 존 베일리를 만난게 아닐까 싶다. 니체는 '결혼은 긴 대화이다'라고 했는데, 이들 부부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그런것 같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존중해주고, 이해가 안될 때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고 결국 상대방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병을 호들갑스럽게 다루지 않고,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부부의 모습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긴다. 마지막 시간까지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는게 아니라 서로 사랑했던 부부를 보면서 말이다.

 

 

 

 

 

 

 

어웨이 프롬 허 :   

줄거리:《아이리스》처럼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인 그랜트와 피오나도 44년간 부부생활을 유지해준 노년커플이다. 그리고 여자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아이리스》와는 달리 이 부부에겐 사랑,질투 라는 감정이 끼어들게 되며 가슴아픈 상황을 연출한다. 피오나는 자신이 병에 걸린것을 알게 되자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기를 원했고, 남편 그랜트는 아내의 고집에 어쩔수없이 승낙하게 된다. 그렇게 한달간의 이별을 끝내고 드디어 아내를 면회하러 간 그랜트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달이라는 시간속에서 아내는 남편의 존재를 잃어버렸고, 같은 요양원의 오브리 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아무리 알츠하이머 라도 44년이나 같이 산 남편을 몰라보는게 말이 안된다며 납득하지 못한 그랜트는 피오나가 일부러 그런게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젊은 시절 아내를 힘들게 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복수를 하는 걸지도, 아니면 장난을 치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내의 행동은 진심이었고, 그랜트는 오브리에 대한 걷잡을수 없는 질투심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오브리의 아내를 만나고 그를 요양원에서 내쫒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피오나의 상태는 더 심각해지고 혼란스러워한다. 이제 남편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감상평: 아내와의 이별이 버겁기만 한 그랜트는 그녀 없이 혼자 살 자신이 없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옆에는 피오나가 있었고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기에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버리는 아내를 보는게 힘들다. 그래도 아내가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랐을 것이다. 살면서 쌓아왔던 모든 추억들을 다 잃어버린다 해도 그랜트를 보면서 감정만은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래왔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너무 큰 욕심이라도 되는지, 아내는 남편을 잃어버린데 이어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야 만다.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미어질까. 나에겐 여전히 사랑인데, 상대방은 그 사랑을 잊어버린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니 말이다. 사랑을 속삭이기에도 너무 짧은 삶이니 얼마나 안타까울까 싶다. 배우로도 활동중인 젊음 감독이 그려낸 노년 부부의 사랑. 담담하고 슬픈 어조로 그리면서도 찡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 다음 영화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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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진짜 내 일기장
질 티보 글, 조세 비세이용 그림, 최문영 옮김 / 끼리끼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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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직 나만 쓸수 있고 볼수있는 비밀 일기장이 있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하는 것들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적을수 있지 않을까. 이 일기장의 주인공인 말릴루 ( 이 이름은 가짜이다. 왜냐하면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실명을 그대로 썼다가 누가 이 일기장을 우연히 보기라도 한다면 내 비밀은 모두 탄로 날 것이다.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내 이름을 비롯해 친구와 가족의 이름까지 바꿔서 적었다.) 는 비밀 일기장을 만들어 놓고 그 속에 모든 이야기들을 털어놓는다.  

그래서인지 일기장을 펼치면 페이지별로 총 3번의 경고문을 봐야 한다. 그만큼 말릴루가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은데, 얼마나 큰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궁금증이 계속 커지면서 말릴루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것 같은 미안함과 호기심이 동시에 든다.  

그렇게 보게 된 말릴루의 일기장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느끼는 점, 그리고 성숙한 생각이 들어있었다. 커서 작가가 되고 싶은 말릴루는 생각의 폭도 넓고 언어 표현도 탁월했는데, 또래에 비해 확실히 진지한 면이 많은 것 같다. 그러면서도 아이 같은 천진함과 귀여운 모습이 들어있어 빙그레 웃음을 짓게 만든다.

말릴루는 슬픔,실망,말다툼,생명,자유,기쁨과 행복,용기,두려움,전쟁,죽음,평화,외로움,자란다는것,희망에 대해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적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보고 듣고 느끼는 감정과 상황에 대해 자기 나름대로의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어른들도 하기 힘든 자아성찰의 과정이 인상깊었다. 친구인 루루와 마틴이 싸우고 화해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말다툼을 하는 것과 의견을 주고 받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또 전쟁놀이를 하자는 친구에게 거절의 뜻을 전하며 '나는 전쟁을 싫어해. 그건 정말 너무 많은 불행을 가져오는 위험한 놀이야. 전쟁은 삶을 산산조각 내고, 집을 산산조각 내고, 새들을 산산조각 내.' 라는 생각을 하는 건 어른들을 반성하게 만든다. 아이의 눈에도 전쟁은 모든 걸 산산조각 낼 뿐이고 자유와 평화를 앗아가는 건데도 어른들은 근절시키지 못하니 말이다.   

 

또 말릴루는 슬픔과 실망, 그리고 외로움 등을 싫어한다. 이 세상에 생명과 기쁨, 행복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내 빨간 물고기 에밀리오가 죽었을 때의 슬픔을 비롯해 너무도 많은 것들이 날 슬프게 한다. 그래서 내 마음속 슬픔을 없애 주는 청소기를 꼭 만들어야 겠다고 말릴루는 결심한다. 엄마 아빠가 싸우는게 싫어서 놀이터로 도망쳐 나온 마틴의 모습은 또 얼마나 외로워 보였는지 모르겠다. 기쁨을 만드는 기계가 있다면 세상 사람들에게 모두 기쁨을 선물해줄수 있을테고, 마틴의 부모님도 싸우지 않아 결과적으로 마틴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텐데 말이다.  

말릴루의 일기장은 어떻게보면 아이의 눈높이를 가장한 어른의 일기장이 아닐까 싶다. 숙제하기를 싫어하고 시금치를 먹는데 큰 용기가 필요한 말릴루는 분명 어린아이의 모습이지만, 일기장에 적힌 다양한 이야기들은 어른들도 하기 힘든 고민과 깨달음이 적혀 있으니 말이다. 아니면 요즘 아이들의 생각을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이들은 무조건 단순한 생각과 감정을 지녔을 거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한건 아닐까 반성을 해본다.  

분명 나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고, 그때도 큰 문제들을 통해 진지한 고민을 했겠지만 지금은 전혀 생각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면 나도 말릴루처럼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새 생명이 주는 기쁨 등을 통해 인생에 대해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본 것 같은데, 어째서인지 태어날 때부터 어른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아이였던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동화책 한권을 읽고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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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앵그리 3D - Drive Angry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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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싸우는 액션신과 황당한 스토리가 묘하게 어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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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 Rise of the Planet of the Ap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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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영화와 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혹성탈출》이 2011년 프리퀄로 다시 태어났다. 인간과 가장 닮은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한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신선한 소재였기에 SF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얻었고, 생각할거리를 던져주기도 했다. 그동안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며 자연을 지배해도 된다는 오만한 생각을 해온게 사실이다. 그로인해 인간의 편리함이 가치 기준의 1순위가 되었고 그 외의 것은 당연히 희생해야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며 소위 문명의 진화 라는걸 해 왔다. 그로 인한 피해엔 눈을 감고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을 위했던 것들이 이제는 인간을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자 그제서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게 됐다. 인간은 자연과 함께 살아야만 하는 존재라는 걸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이다. 이런 인간의 오만함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 중 하나가 바로《혹성탈출》이지 않나 싶다. 동물 뿐 아니라 식물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는 와중에도 아무것도 깨닫지 않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무거운 메시지를 보면서 많은 걸 생각해 보게 된다.    

과학자 윌 로드만(제임스 프랭코)이 '큐어'라는 약을 개발하게 된건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성공이라고 믿었던 약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고, 쓸모없어진 유인원들은 돈의 원리에 의해 가차없이 안락사 당한다. 그 와중에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새끼가 있었는데, 차마 죽일수 없었던 윌은 회사 규칙을 어겨가면서 새끼를 집으로 데려와 몰래 키우게 된다. 그렇게 윌의 집에서 살게 된 시저는 친구이자 가족으로 함께 하며 무럭무럭 자라게 되는데, 어느 날 윌은 시저가 보통 유인원들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임상실험 대상자 였던 어미에게서 받은 약의 성분때문인지 시저는 놀라운 지능을 보였고 간단한 수화로 의사소통까지 가능하게 된다. 이 사건은 약을 실패라고 여겼던 윌에게 희망을 안겨다 주었고, 아버지를 치유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그 가능성은 곧 눈부신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데, 개발중인 신약을 아버지께 투입하자 알츠하이머 증상이 눈에 띄게 사라진 것이었다. 아프기 전의 상태로 돌아간 아버지의 건강함은 윌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고, 행복하고 편안한 일상을 누리게 해줬다. 하지만 집 안에서만 생활하던 시저가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되면서 감춰져 있던 공격성이 드러나게 돼 동물원에 갇히게 되고, 아버지도 심각한 부작용으로 힘들어 하게 된다. 모든게 잘 풀린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을 다치게 한 시저를 동물원에 가둬두는게 내키지는 않았지만 법원의 명령을 따라야 했기에 윌과 시저는 헤어져야만 했다. 그동안 인간이 만들어 준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산 시저에게 이 곳은 살벌한 세계였다. 직원중 한명은 유인원들을 극도로 증오하며 못살게 굴었고, 유인원들은 연구소의 임상실험과 서커스 등 인간에 의해 이용만 당해 왔기 때문에 가슴 속에 분노만 있었다. 햇볕도 들어오지 않은 감옥 같은 이 좁은 곳에서 유인원들은 죽지 않을 정도의 환경속에서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처음으로 동족을 만나고, 모든 관계가 선의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시저는 윌이 찾아오지 않는 시간 동안 이 곳에 서서히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난 과연 누구일까? 윌의 친구일까, 가족일까, 아니면 애완동물이었나. 인간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이고 왜 이런 상황을 겪어야만 하는 것일까를 말이다.  

높은 지능으로 이제 이 곳의 우두머리가 된 시저는 탈옥을 감행하고 자신들을 이용하고 앞을 가로막는 인간들에게 경고가 담긴 공격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시저와 친구들의 공격은 인간에 비하면 잔인하지도, 끔찍하지도 않다. 꼭 필요한 순간만 공격을 했고, 자신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 사람들은 살려두었다. 그런면에선 인간보다 더 나아 보였다. 회사의 대표는 돈이 안된다면 유인원들을 죽이고, 돈이 될거라고 판단되면 유인원에게 고통스러운 실험도 지체없이 했으니 말이다.  

시저가 하고자 했던 건 인간사회를 정복하고 멸망시키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더 이상 인간들에게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출했던 것 뿐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살아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똑똑히 깨달은 지금, 더 이상 지체할순 없었다. 만약 인간이 똑똑하다면 시저의 일행들이 선택한 길을 존중하고 같이 조화로운 세상을 살도록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있을 것이다. 시저의 진심을 알고 난 후, 그를 보내 준 윌 처럼 말이다. 그렇게만 되면 인간과 유인원의 싸움도 없었을 테고 각자 행복한 세상을 살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시저가 원했던 것이었는데, 대체 그 후에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인간과 유인원이 대격돌하게 된 것일까.《혹성탈출》의 프리퀄인 이 영화의 결말을 보면 참 착하게 끝난것 같은데, 그 후에 벌어질 어떤 사건이 공생하길 바라는 시저의 마음을 돌린 것인지 궁금해진다. 아마도 인간의 복수전으로 시작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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