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4주

9월 2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치매의 날'이라고 한다.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그만큼 알츠하이머 병,
즉 치매는 노인들 뿐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자주 발생하는 보편화된 병이 되었다.  


이런 치매가 무서운 건 병을 앓는 당사자 뿐 아니라 가족들을 힘들게 만든다는 것이다.
모든 중한 병은 가족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하지만 치매는 기억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육체적 고통과 더불어 가족들에게 정신적으로 더 큰 위험부담을 지게 만든다.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것 같은 당혹스러움을 낳게 하고, 한시도 눈을 뗄수 없게 만드는 행동 때문에
치매를 앓는 환자의 숫자만큼 고통을 겪고 극복하려는 가족들의 수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는 이 고통을 사회가 나눠 짊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세계 치매의 날'을 맞이하여 이 병을 다룬 영화들을 살펴보고 더불어 가족의 소중함도 깨달으면 좋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 

줄거리: 단아하고 우아한 모습의 마사코는 홀로 생활하던 중 셋째 아들 내외의 간곡한 부탁으로 같이 살게 된다. 아들과 며느리, 그리고 사랑스러운 손녀,손녀와 평온한 일상을 누리는 마사코에게 알츠하이머 라는 병이 찾아올줄은 아무도 몰랐다. 치매는 이 가정을 급속도로 황폐화 시키는데, 치매에 걸린 마사코의 모습이180도 달라졌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챙겨주길 좋아하던 따뜻한 마음씨 대신 아들과 며느리에게 고함을 지르고 감정의 기복도 심해진다. 일과 살림을 병행하느라 지친 며느리 도모에는 이제 병에 걸린 시어머니의 수발까지 들어야 했고, 이런 일은 아무리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도 버텨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아마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대부분의 가정이 이런 수순을 밟지 않을까 보여진다.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도모에는 마사코를 양로원에 모시기로 하는데, 양로원에 가는 도중 시어머니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마사코가 처음으로 털어놓는 어린시절의 이야기를 통해 두 사람은 전보다 감정적으로 더 가까워지게 되었고 도모에로 하여금 시어머니를 직접 보살펴드려야 겠다는 용기를 다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런 도모에의 결심을 가족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게 되면서 불행의 씨앗이 될 뻔한 마사코의 병이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준다. 이 모두가 도모에의 아름다운 마음씨와 헌신적인 노력이 바탕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만 화목해지는건 누구나 할수 있지만, 고통스러운 일이 있을때 하나가 되고 웃음을 되찾을수 있는건 너무도 힘든 일이기에 도모에 가정의 변화가 더 눈부시게 다가온다.

감상평: 9월 21일 '세계 치매의 날'에 개봉한 이 영화는 만들어진지 10년이 넘은 작품이다. 작은 영화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길수 있는 좋은 작품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도 높은 호응을 받았고 드디어 한국에도 개봉하게 됐다. 이번 개봉은 자막 읽기에 불편함이 있는 중장년층을 위해 특별히 한국어 더빙판이 나왔는데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래서 더 특별하게 다가왔던 영화인데,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는 영화라 보고 난 후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함께 할수 있는 가족이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말이다.   

 

 

 

 

 

 

 

아이리스:  

줄거리: 40여년간 부부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아이리스 머독과 존 베일리. 젊은 시절의 존은 아이리스의 자유분방한 생활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지만 둘은 학자로, 연인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랑을 키워나간 부부였다. 하지만 아이리스에게 알츠하이머 병이 찾아오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아이리스는 자신이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에 걸렸다는 걸 납득하지 않았고, 존 또한 납득할수 없었기에 처음엔 진실을 외면한다. 하지만 둘은 알츠하이머 병에 거린 사실이 피해갈수 없는 현실임을 깨닫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자신만만하고 오만하기까지한 아이리스가 노년이 된 후 하필 알츠하이머 병에 걸린게 잔혹한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녀 곁에는 항상 지지하고 존경하고 이해하는 남편이 있었다. 젊은시절 부부의 첫 만남과 노년이 된 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운 자연풍경속에 녹아들며, 우리는 부부의 삶이 준 희노애락을 모두 보게 된다. 가는 시간을 되돌릴수 없듯이, 병을 순리대로 받아들이며 마지막 삶을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인다.  

감상평: 어떻게보면 부부라는 건 쉽게 깨질수도 있는 관계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 함께 사는 것 뿐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관계가 바로 부부이다. 가족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이자, 가족을 유지시키고 발전시키는 토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아이리스 머독이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루었다고 한다. 그녀는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철학자로 문학 평론가인 남편 존 베일리와 1999년 세상을 떠날때까지 함께 했는데, 그녀가 가장 잘 한 일이 존 베일리를 만난게 아닐까 싶다. 니체는 '결혼은 긴 대화이다'라고 했는데, 이들 부부의 모습을 보면 정말 그런것 같다. 서로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존중해주고, 이해가 안될 때도 대화를 통해 풀어나가고 결국 상대방을 온전히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병을 호들갑스럽게 다루지 않고,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부부의 모습에서 삶의 소중함을 느끼긴다. 마지막 시간까지도 시간을 헛되게 보내는게 아니라 서로 사랑했던 부부를 보면서 말이다.

 

 

 

 

 

 

 

어웨이 프롬 허 :   

줄거리:《아이리스》처럼 이 영화의 남녀 주인공인 그랜트와 피오나도 44년간 부부생활을 유지해준 노년커플이다. 그리고 여자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렸다는 것도 똑같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함께 했던《아이리스》와는 달리 이 부부에겐 사랑,질투 라는 감정이 끼어들게 되며 가슴아픈 상황을 연출한다. 피오나는 자신이 병에 걸린것을 알게 되자 스스로 요양원에 들어가기를 원했고, 남편 그랜트는 아내의 고집에 어쩔수없이 승낙하게 된다. 그렇게 한달간의 이별을 끝내고 드디어 아내를 면회하러 간 그랜트에게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진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한달이라는 시간속에서 아내는 남편의 존재를 잃어버렸고, 같은 요양원의 오브리 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아무리 알츠하이머 라도 44년이나 같이 산 남편을 몰라보는게 말이 안된다며 납득하지 못한 그랜트는 피오나가 일부러 그런게 아닐까도 생각해본다. 젊은 시절 아내를 힘들게 했던 적이 있었기에 그에 대한 복수를 하는 걸지도, 아니면 장난을 치는 걸지도 몰랐다. 하지만 아내의 행동은 진심이었고, 그랜트는 오브리에 대한 걷잡을수 없는 질투심에 휩싸이게 된다. 그래서 오브리의 아내를 만나고 그를 요양원에서 내쫒으려 하지만 그럴수록 피오나의 상태는 더 심각해지고 혼란스러워한다. 이제 남편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감상평: 아내와의 이별이 버겁기만 한 그랜트는 그녀 없이 혼자 살 자신이 없다. 오래전부터 자신의 옆에는 피오나가 있었고 그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기에 알츠하이머 병에 걸려 기억을 잃어버리는 아내를 보는게 힘들다. 그래도 아내가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랐을 것이다. 살면서 쌓아왔던 모든 추억들을 다 잃어버린다 해도 그랜트를 보면서 감정만은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래왔다. 하지만 이런 마음이 너무 큰 욕심이라도 되는지, 아내는 남편을 잃어버린데 이어 다른 남자를 사랑하고야 만다. 그런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미어질까. 나에겐 여전히 사랑인데, 상대방은 그 사랑을 잊어버린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니 말이다. 사랑을 속삭이기에도 너무 짧은 삶이니 얼마나 안타까울까 싶다. 배우로도 활동중인 젊음 감독이 그려낸 노년 부부의 사랑. 담담하고 슬픈 어조로 그리면서도 찡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 다음 영화는 어떨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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