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호호 -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
윤가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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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마음산책 북클럽 멤버로, 2022년 첫 책을 읽었다. 올해는 총 4권의 책을 함께 읽는다고 한다.

윤가은 영화감독의 “호호호”는 ‘우리집’, ‘우리들’이라는 장편 영화 및 여러 단편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한 윤가은의 첫 산문집이다. ‘호호호’란 제목이 참 인상깊은데, 제목이 나온 과정이 재미있다. 윤감독의 친구가 사람들은 각각의 호불호가 있는데, 윤감독은 ‘호호호’가 있는 것 같다는, 즉 불호가 없다고 말한 것에서 따 왔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어떻게 싫어하는 게 없을 수 있지? ‘ 했는데 물론 윤감독도 싫어하는 것이 있었다. 영화 제작 과정에서 너무 열심히 달리다가 번아웃에 빠지기도 하고 그래서 의사를 찾기도 했다. (설마 그 과정도 좋아하지는 않았겠지!) 그러나 부제 ‘나를 웃게 했던 것들에 대하여’가 알려주듯, 감독이 힘듬을 이겨내면서 만든 리스트를 공개한다. “어쩌면 나는 무언가를 좋아했던 기억과 감정을 더는 잊지 않기 위해 자꾸 나만의 리스트를 만드는지도 모르겠다.뭔가를 좋아하는 경험은 늘 귀하고 특별한 거니까. (p15)”

윤감독이 좋아한다고 고백한 리스트는 특별하지는 않다. 만화책, 노래방, 당연히 영화도 있고, 빵도 있고, 문구도 있고. 무엇보다도 어린이를 좋아하고 (조카바보임을 고백한다) 여름을 좋아한다. 소소한 윤감독의 추억어린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니,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떠오르고 그래서 슬며시 함께 웃는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것과 일치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많다. 하지만, 윤감독의, 좋다는 것을 고백하면서 함께 좋아해보아요 하고 외치는 그녀가 이쁘다.

아직 윤가은 감독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 좋아하는 것이 많은 그녀의 눈길로 만들어낸 작품은 어떤 발랄함이, 즐거움이, 따사로움이 담겨있을지 궁금하다. 출판사의 엽서에서, 책을 읽다보면 영화 속 장면이 떠오를 것이라고 했는데, 내 경우는 그 반대가 되겠네. 영화를 보면서 책 속 내용을 떠올리는.

“오랜 시간 걸으며 깨달은 유일한 것이 있다면, 행복은 도착지에 있는 게 아니라 길 위에 있다는 진실이었다. ..나는 단지 걸을 수 있어 행복했으니까.(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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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쉬의 비밀 1 - 쾌락의 정원
페터 뎀프 지음, 정지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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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타센(taschen) 에서 "히에로니무스 보스 특별판"이 나온 것을 우연히 보고 갑자기 히에로니무스 보스 앓이를 시작했다. 10만원이 넘는 도록도 있고, 4만원 아래의 보급판도 있는데 사고 싶어서 안달하다가, 보급판을 구입했다. 더불어 마로니에북스에서 출간한 “히에로니무스 보스”라는 미술서도 같이 구매했다. 동시에 인터넷 검색의 레이다에 걸린 것이 2006년,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한 페터 뎀프의 “보쉬의 비밀”이라는 소설이었다.
이미 절판되었고, 중고로 구매했다.

우와..너무너무 재미있다.
15세기, 다른 화가들과는 너무나 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15세기 초현실주의자로 알려지며 살바도르 달리와 연결된다. 현대에 와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중세의 비교 숭배를 반영했다는 둥, 종교적 이단과 연결되어 있다는 둥 해석이 다양하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빌헬름 프랭거의 주장인데 (아담파라 불리는 자유정신형제회의 주문으로 이 그림이 그려졌다는) 소설은 프랭거의 주장을 많이 받아들였다.

저자 뎀프는 1998년인 현재와 과거 1511년 사이를 오가며, 긴장감 넘치는 사건들 속에서 ‘쾌락의 정원’의 상징과 수수께끼를 풀고 있다. 저자의 상상일수도 있겠지만, 그림을 보는 또다른 해석을 보여주어 정말 재미있다.

1998년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에 걸린 보쉬의 그림에 누군가 황산을 끼얹는다. 고미술 복원가 카이에는 작업 중에 흘러내린 물감 밑에서 어떤 상징을 발견한다. 그 앞에, 중세 종교재판관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수도자 바에를러가 나타나고, 바에를러는 보쉬의 그림이 완성될 때의 함께했던 화가 페트로니우스와 보쉬, 보쉬에게 그림을 의뢰한 유대인 학자 알마엔힌, 페트로니우스를 돕는 지타, 이들을 추적하는 이단심판관 바에를러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설부터 읽었는데, 어쩌면 순서가 거꾸로인지도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고 보쉬의 미술에 대한 해설서를 읽으면 보다 쉽게 (?) 보쉬의 그림을 읽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댄 브라운의 “다빈치코드” 류를 좋아하는, 특히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더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2권으로 이루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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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유대인
슐로모 산드 지음, 김승완 옮김, 배철현 감수 / 사월의책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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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의 역사학과교수 슐로모 산드의 이 책 “만들어진 유대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이런 책을 쓸 수 있는 용기에 놀랐고, 이 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반발이 정말 크겠구나 또 협박도 많이 받았겠구나 싶었다. 저자는, 세계 제 2차대전과 러시아 혁명을 통해 고향을 떠나야했던 유대인들이 1948년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세우는 과정에서 ‘단일유대민족’으로의 이데올로기 생성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유대민족의 ‘유배-귀향’ 모티브를 강조해야했고, 그를 위해 역사를 왜곡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폭로한다. 그 결과 국민의 1/4에 해당하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국민의 소외현상으로 이어진 현실을 고발한다. 이는 함께 살아가야하는 이스라엘 국민간의 갈등뿐아니라, 주변 아랍국과의 첨예한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산드교수가 밝히는 내용들은 이후 고고학, 생물학 등에서 그 증거가 제시된다. 그는 19세기 내셔널리즘 흐름 속에서 ‘유대 민족’이 발명되고(1장 민족 만들기), 신화였던 구약 성서가 유대 역사로 탈바꿈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며(2장 역사가 된 신화), 지금은 금기시되는 ‘개종’을 통한 유대교의 확산 (3장 너무 많은 유대인, 4장 침묵의 왕국들) 의 역사를 알려준다. 5장 구별하기에서 저자는, 폐쇄적인 ‘유대 민족주의 정체성’을 가진 이스라엘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주석을 빼고도 583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 속에, 반대파의 주장도 촘촘히 실어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객관성을 보여준다.

독특한 시각의 역사서를 읽었다. 역사서이면서 사회과학서이기도 하다.
성경을 읽을 때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성경은 각종 조언을 비유를 통해 기술한 것으로 여기고 역사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는데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역사로 인정한다는 것을 듣고,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와 접목된 고조선과 같은 경우인가 생각했었다. 또한 지구상에 퍼져 살고 있는 유대인들의 숫자가 정말 많다는 생각도 했었다. 교육 등 본받을 만한 관습(탈무드 등) 을 포함한 많은 것에 질문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순전히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는 내내 우리나라의 미래도 보이고 걱정이 된다. 단군이래 단일민족의 기치를 치켜들고 있는 우리나라, 지금은 더이상 단일민족이라 할 수 없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내내 그 자리인 듯 싶다. 우리 또한 유대민족 못지 않게 배타적이므로. 이미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있는 외지인들, 그리고 그 2세, 3세들, 우리는 어떤 자세로 그들을 안아야하는가.
추천.

‘한때 풍부한 상상력의 도움으로 이스라엘 사회를 창조하게 한 역사적 신화는 이제 이 사회의 붕괴 가능성을 높이는 강력한 힘이 되고 있다.(p583)’ ‘ 그만한 상상력을 아낌없이 동원해 다른 미래를 창조해보는 건 어떻겠는가?(p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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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100년 : 인류의 미래를 위한 100장의 지도
이언 골딘 외 지음, 권태형 외 옮김 / 동아시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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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겪으며,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럼에도 세계는 변화하고 있고 앞으로 어떤 미래를 예상해야할 지 막막한 요즘, 풍부한 정보를 담은 100장의 지도와 분석을 담은 특별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흔히 연말연초에 나오는 단기간의 미래예측 트렌드를 읽는데 그치는 책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의 변화된 정보를 지도와 함께 제시하고, 그 변화를 읽고,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예측이 가능하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세계화, 기후, 도시화, 기술, 불평등, 지정학, 폭력, 인구, 이주, 식량, 건강, 교육, 문화 총 13개 분야에 세세한 소항목을 곁들여서 총 100항목에 걸쳐 인류가 어떻게,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왔고, 그 결과가 어떠하며(즉, 현재의 모습), 앞으로 예상되는 전망(부정적이거나 혹은 낙관적인)을 보여준다. 예측되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할 지,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 지 알려준다.

참 재미있게 읽었다.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앞으로 언급될, 또는 앞에서 언급한 내용을 씨줄 날줄로 촘촘히 엮어서 설명해주고, 여러가지 방식으로 표현된 (사진이나 색상으로 구분한) 한 눈에 봐도 이해할 수 있는 지도를 제시하고, 다양한 그래프는 필수로 따라붙어 한결 쉽게 이해된다. 속독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책을 후다닥 읽는 편인데, 이 책은 하나하나 살펴가며 읽다보니 읽는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었다.

필자들이 예측하는 인류의 미래는, 지금 당장 나서서 해결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전방위적인 위기에 대한 전세계적 대응에 달려있다. 기회주의적 정치인들에게 이용당하지 말고, 팬데믹이나 지구온난화, 이 책에서 검토한 위태로운 체계적 위험 요인들을 막을 수 있도록 정부들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동의 시련을 극복하려는 보다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 미래를 결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그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p489)”

책의 분류가 경제전망으로 되어있지만, 다양한 주제를 넓게 (깊지는 않다) 다룬 책이라 한 분야로 묶어둘 수 없다. 이 책을 읽고나니 적어도 뉴스에서 다루는 세계 정세에 대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읽기 시작하면서, 남편에게,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적극 권했다. 이제 거실에 꺼내 놓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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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운명은 미리 결정되어 있지 않다. 이 책은 불가항력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가득하다. (p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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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튜울립 > 미술 감상 여행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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