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글을 쓸 것이다. 세상이그 눈을 통해 보는 눈이 되고, 세상이 그 귀를 통해 듣는 귀가 되며,
세상이 그 가슴을 통해 느끼는 가슴이 될 것이다. 모든 것을 - 시와 산문, 소설과 사실 기록, 셰익스피어작품과 같은 희곡을 - 쓸 것이다. 그 길이 루스에게 다가가는 길이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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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문장들 - 작가의 젊은 날을 사로잡은 한 문장을 찾아서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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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마음산책북클럽멤버 로 읽게 된 책. 총 네 권 중 세번째 책이다.
에세이는 그다지 즐겨 읽지 않는데, 아주 빠져 들어 읽었다.
지난 주 과욕을 부린 하루(미술관에서 미술관으로 움직인 날), 몸이 너무 힘들어서 스벅에 들어가서 2시간여 책 읽으며 푹 쉬었는데
읽다보니 어느새 다 읽었더라는.
이 책은 2004년 출간되었다가 재출간되었는데
김연수 작가의 청춘에 대한 회상, 그리고 그 시절 사로잡혔던 문장들로 이루어진 산문집으로 한시와 하이쿠, 김광석과 김윤아의 노래 가사를 인용하며 자신의 추억, 기억을 불러내어 써나간다. 김연수 작가보다 조금 더 나이든 나는, 그래도 작가와 비슷한 시대의 공기를 맡았고, 이 책을 통해 그 시절 내 청춘을 추억해 볼 수 있었다.

그다지 감성적이지 않은 터라 시를 모르고, 그래서 더 읽으려 하지 않았는데, 작가가 인용한 한시와 하이쿠 등을 접해보니 몰랐던 대단한 매력이 담겨있었다. 책을 보던, 영화를 보던, 음악을 듣던, 그림을 보던 배경 지식을 알게 되면 막연하게 느꼈던 감상에 구체적인 색을 입힐 수 있다. 시도 그렇다.

‘매미 소리 쏴-
아이는 구급차를
못 쫓아왔네.’

시인 이시바시 히데노는 폐병을 앓다가 38살의 나이로 죽었는데, 그녀가 구급차에 실려 갈 때 그녀의 딸이 울면서 엄마를 쫓아오던 그 때의 일을 이렇게 표현했다고 한다. 하이쿠에서 매미소리는 곧 찾아올 죽음의 적막을 역설적으로 표현하는 떠들썩함이라고 한다. 오늘, 나의 산책길에서도 매미들은 여름이 떠나감을 아쉬워하듯 맹렬히 울어댔고, 물론 오늘의 매미 소리는 슬프지 않았지만, 같은 소리에도 듣는 사람의 심정, 현실에 따라 다르게 들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의 폭염과 폭우, 모든 재해들, 매미 소리가 다 몰아내버렸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내게 매미소리는 가을을 부르는 희망의 소리다.

개정판을 내놓으며 ‘오랜 시간이 흘러도 청춘은 빛이 나듯 좋은 책은 낡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라고 마음산책 카드에 씌여있는데..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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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2 어머니의 젖을 빠는 것, 그리고 새를 이해하는 것이 새의 소리가 지닌 발성운동에 대한 동물심리학적 연구보다는 아름답다. 그렇듯 사람들은 현실을 얻는 대신 꿈을 잃어버린다. 인간은 더이상 나무 아래서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로 하늘을 보지 않으며, 오로지 일을 만들어내기만 한다. …오늘날 마치 수학이 악마처럼 인간들의 모든 삶을 장악해버렸다는 게 확실하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선 그리 강조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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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9년에 출간된 책인데 이제서야 읽다. 워낙 평이 좋아서, 미뤄둔 경우. 그런데 역시 나도 좋다고 평할 수 밖에 없다.ㅎㅎ
줄리언 반스. 소설가이면서, 제목대로 아주 사적인 자신의 평가를 남긴다고 했는데, 이걸 ‘아주 사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가 언급한 화가들을 보면- 제리코, 들라크루아,쿠르베, 마네, 팡탱-라투르, 세잔, 드가, 르동, 보나르, 뷔야르, 발로통, 브라크, 마그리트, 올든버그, 프로이트, 호지킨-19세기, 벨에코 시대부터 인상파, 나비파, 현대까지의 유명 화가들로, 저자 본인은 가볍게(?) 쓴 건지 몰라도, ‘ 화가 한 명당 도대체 그에 관한 책을 얼마나 읽은 것이야? 또 얼마나 방대한 자료를 접한 것이야?’하고 감탄할 만큼, 짧은 전기라 할 수 있고, 저자가 방문했던 전시회에 대한 소개부터 비평서까지 망라하여 인용하고, 일부는 개인적인 친분이 깊어서 잠깐씩 소개하는 내용들만으로도 읽다가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마디로 저자의 박식함, 넓고 깊은 (얕은이 아닌) 지식에 놀란다.

나는 비교적 덜 유명한 (미안합니다) 르동, 뷔야르, 발로통 등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게 되어서 책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미술을 좋아하고, 특히 미술사쪽에 흥미가 있어서 여러 책을 접했지만, 대표적인 화가들-모네, 피카소 등-을 기억하기 급급했던 까닭이다. 이름과 대표작에 대해선 알았어도, 모르는 작품이 너무 많았기에, 저자가 언급한 작품들에 대해 찾아보는 맛도 있었다. 특히 뷔야르의 ‘미시아의 목덜미’는 실물로 꼭 보고싶다. 뽀얀 미시아의 목덜미가 어떻게 표현되어있는지 진짜 궁금하다. 목덜미를 훔쳐보는(?) 화가의 시선에서 묘한 분위기를 느낀다.

피카소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지만, 동시대 다른 화가들과의 스캔들에서 저자의 인식이 보여서 재미있었다. 예전, 뷔페, 자코메티 전시회에 갔을 때 피카소가 그들의 재능을 질투하고 시기했다는 정보를 접한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보나르에게 위협을 느껴 보나르의 작품을 난폭하게 묵살해버렸다는 (p237) 내용이 나온다. 브라크와의 스캔들도. ‘피카소와 안티피카소’라니..ㅎㅎ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무조건 읽어봐야할 책.

르동을 다룬 챕터에서, 제인 오스틴, 플로베르 ..같은 소설가들은 모두 몰래 결혼해서 자식을 여럿 두었다(p193)고 썼는데,,제인 오스틴..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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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드화의 밋밋함에 대해 내가 느꼈던 바가 옳았다면, 미술의 엄숙함에 대한 나의추론은 틀렸다.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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