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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인 ㅣ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평점 :
#도서협찬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2022년 들어 새로 기획한 비서구권 위주의, 여성성을 중심으로한 세계문학시리즈 에세.
2022년 상반기 서포터즈로 선정되어 찬쉐의 “마지막 연인”을 읽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이며, ‘초현실적인 문체와 서사’로 ‘중국의 카프카’라 불리며, 매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고 하여 도대체 어떤 작가인가 궁금했다. 더구나, 2015년에 발표된 이 소설의 “사랑의 탐구와 해체에 관한 가장 환상적인 해석”이라고.
그런데..
정말 난해하고도 기이한 작품이다. 읽어내기 정말 쉽지 않았다.
로즈라는 의류회사에 근무하는 존과 아내 마리아, 회사 대표인 빈센트와 아내 리사, 거래처인 고무농장을 경영하는 레이건과 레이건의 연인 에다를 중심으로, 세 커플의 사랑 이야기, 여섯 사람의 이야기가 엇갈려나오는데, 사랑이야기이면서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세 커플은, 한때는 불같은 사랑을 했고,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단계를 지나 상대방은 일상이 되고 변화를 꿈꾸며 그들은 서로에게서 소외되기 시작한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존은 책 속으로 도피하고, 아내 마리아는 정원을 가꾸고 카펫을 짜고, 빈센트는 외도를 하고 리사는 자신만의 장정을 떠나고, 에다는 레이건을 떠나고 레이건은 에다를 찾아 헤맨다.
그들의 탈출의 여정은 꿈인지 상상인지 구분할 수 없고, 현실과 초현실이 마구 뒤섞여서 한계가 없다.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또한 한없이 어둡고, 주술적이며 도처에 죽음이 깔려있다. 그들은 자신을 계속해서 잃어버리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동시에 계속 찾아 헤매고, 사랑하는 사랑했던 사람을 갈구하고 그리워하고, 그 곳에서 마주치며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상대방이 바로 자신이었음을, 상대방도 자신이 느꼈던 바로 그 소외감과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음을, 결국 그들은 서로에게 거울이었고 그림자였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마지막 연인’인 듯.
한평생을 함께 한 부부라 할지라도, 과연 어느 누구가 완벽하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그러한 완벽한 커플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저마다 소우주인 우리는 저마다 감추어둔 비밀도 있고, 비밀까지는 아니라하더라도 털어놓을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이해하고, 그 또한 보듬을 수 있는 포용력, 아니 그 한계를 인정하는 것 또한 사랑이 아닐까.
주인공들의 방황의 여정을 따라가다보니, 나 또한 한바탕 백일몽을 꾼 듯 하다. 사랑에 대한, 사랑으로 인한 소외, 고통. 관계에서 확장되어 존재의 이유를 다룬 소설. 유독 꿈을 많이 꾸는 나는, 나의 꿈 속에서의 방황이 나를 찾고, 내 사람을 찾고, 내 사랑을 찾고, 내 삶의 이유를 찾는 것이었구나 새삼 생각한다.
역자 후기에, 찬쉐는 이 소설에서 심연에서 오는 고통과 그것에 저항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그리고자 했다고 한다. 발버둥치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는 뜻인가 보다. ‘가장 실험적인’ 소설로 우리를 방문한 찬쉐. 다음에는 어떤 작품이 소개될지 궁금하다.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원히 풀리지않는 수수께끼죠. 그런 사람과 함께 살면 그 사람은 서서히 사라져가요.(p372)”
“평생 혼신의 힘을 쏟아 자신을 이야기의 숲으로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우리에게 속할까?(p503)”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