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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5월
평점 :
작가의 어머니가 노인요양원에서 사망한다. (치매)
친척들은 장례식장에서, “그런 상태로 여러 해를 사신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라고 말했다. “모두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더 나았다. 그건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하나의 문장, 하나의 확신이었다.(p13)”
아버지가 먼저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고, 홀로 살던 어머니, 딸에게 와서 살림을 도와주다 아이들이 크면서 다시 독립했다가 발병. 딸이 기억하는 어머니, 본연의 거친 모습과 까페 손님들을 대할 때의 꾸민, 화장한 가식적인 태도. 하층 계급에서 태어났지만 지적인 열망이 강했고, 그 열망을 딸에게 투영하여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려했던 어머니, 딸과 사위의 성공을 주변에 자랑하고 싶어했던 어머니, 강한 생존력으로 버티던 어머니의 스러져가는 마지막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딸….
개인적으로는 감당을 못해서 요양원에 보내면서 딸이 가지는 죄책감. “사람들이 말하듯,<나로서는 달리 어쩔 수가 없었다>라고는 해도, 어머니를 그곳에 놔뒀다는 죄책감(p72)”
“앞으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여자가 된 지금의 나와 아이였던 과거의 나를 이어 줬던 것은 바로 어머니, 그녀의 말, 그녀의 손, 그녀의 몸짓, 그녀만의 웃는 방식, 걷는 방식이다. 나는 내가 태어난 세계와의 마지막 연결 고리를 잃어버렸다.(p79)
아니 에르노의 이 책은 그녀의 어머니에 바치는 헌사이다. 아니 에르노는 따로 자서전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녀의 모든 작품이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현실 그대로 반영된다. 그래서, 세대와 지역이 다르지만 바로 나의 모습, 내 주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남자의 자리’에서 나의, 우리의 아버지를 바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듯, 이 책 ‘한 여자’는 바로 나의 어머니, 우리의 어머니, 교육열이 높고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 냈던 한국의 어머니를 바로 보여준다. 알츠하이머에 걸려 요양원에 가 있을 때, 주변에서 하는 말 조차 똑같다. 책임지지 않으면서, 거기 두면 안돼..라고 간섭하는 사람들. 이미 그들의 세계에서 지워버린 사람을 방치(!)한다고 딸에게 질책하는 사람들.
남얘기 같지 않다. 행복하게도 팔십 후반대의 부모님이 모두 생존해 계신다. 네 분 다. 그러나 이 행복은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고, 그 종말을 향한 과정이 어떻게 전개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겁이 난다. 가끔 앨범을 열어보면 그 속에 부모님들의 반짝이던 모습이 담겨있다. 그분들의 청춘을 댓가로, 내가,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고, 어떨 땐 과한 관심과 사랑때문에 힘겹지만 이 또한 분에 넘치는 투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아..아버지 어머니,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아니 에르노의 책을 하나씩 읽어가며, 나의 인생도 돌아보게 된다. 다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