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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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잔혹극 #루스렌들 #이동윤 옮김 #북스피어 #추리소설 #독서기록 #도서관대출

작년에 출간한다는 광고를 보고 메모해 놓았던 책.
보통 추리소설은, 사건이 일어나고, 온갖 증거들이 슬쩍슬쩍 모습을 보이고, 형사나 탐정이나 일반인이든 사건해결자가 모든 증거를 조합해서 범인을 추론해내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이 책은 첫 페이지, 첫 문장에서 범인이 특정된다.
‘유니스 파치먼이 커버데일 일가를 살해한 까닭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이다. ‘p7
소설은 계속 유니스의 범행 동기도, 사전 계획도, 범행으로 인한 이득도 없었다고 이어서 서술한다. 왜? 유니스는 어떤 사람이길래?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소설을 읽는 내내,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더 리더‘가 떠올랐는데, 장정일 작가의 후기에도 그 책이 언급된다. 아우슈비츠의 여간수였던 한나가 문맹이라는 사실이 들통날까봐 함구하고 18년 동안 모든 죄를 덮어쓰고 투옥되었던.

루스 렌들은 문맹은 단지 글을 읽지 못하고 쓰지 못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소통의 부재, 무감각, 무감정으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납득이 가지만 과연 그럴까? 주인공 유니스는 자신이 문맹이라는 사실을 남들이 알까 두려워 타인들과의 관계 맺음을 아예 차단한다. 적대적으로 소극적인 그녀는, 열린 마음이었던 주인의 호의(운전 면허를 따게 해주려 하고, 텔레비젼이 놓여진 안락한 방을 제공해 준)를 거절하고 은둔한다. 게다가 그녀가 유일하게 가까이 하게된 사람은...

우리나라도 과거에는 문맹자가 많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문맹자가 많았기 때문일까 사람들과의 소통이 닫혀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글을 읽을 수는 있지만 같은 글도 다들 얼마나 다르게 읽고 이해하는지. 결국 글을 읽을 수 있으면 많은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나는 몸은 집에 있지만, 머리 속으로는 시공간을 여행한다..) 글을 읽는다고 해서 절로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소설 속의 자일즈가 그 예. (다행이도 나는 자일즈만큼은 아니네..)

보통 추리소설을 읽을 때  약자의 범인에게 그럴 수도 있지하고 감정이입이 되곤했는데, (죄는 미워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 이토록 범인이 싫을 수 있는지..으.. 제목이 참. ‘A Judgement in Stone‘

루스 렌들이라는 이름은 처음 접했다. 매력있다. 다른 책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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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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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온다 #한강 #창비 #소설 #독서기록

읽으려고 마음 먹기까지 오래 걸렸고, 책을 앞에 두고 막상 읽기 시작하기까지도 오래 걸린..오래 걸릴 수 밖에 없던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1980년 5월 18일부터 광주에서 열흘간 일어난, 일어나서는 안됐던 비극의 순간들. 그 기간동안 참혹한 현실을 목도했던 사람들의 그리고 그때 유명을 달리했던 영혼들의 속삭임이 담겨있다. 살아남은 사람들도 그 이후로 살아있지만 살아있는게 아니었다.

책을 덮고 착잡한 마음은 먹먹해서 뭐라고 기록을 남겨야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하나. 확실하게 알겠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것. 그러기 위해선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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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p96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p99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웁니다.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웁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p135

형이 뭘 안다고...서울에 있었음스로...형이 뭘 안다고....그때 상황을 뭘 안다고오.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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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의 링컨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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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도의링컨 #조지손더스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소설 #독서기록 #lincolninthebardo

바로 직전에 조지 손더스의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를 읽고, 조지 손더스의 소설이 궁금해서 도서관을 검색했는데, 이 책이 있었다.
2017년 맨부커상 수상작.

1862년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셋째 아들 윌리가 장티푸스로 죽는다. 아버지 링컨은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며 묘지를 찾고 아들의 주검을 안아준다.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그곳에서는 수많은 영혼들이 이전 삶의 기억을 놓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다. 영혼들은 각각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그 이야기들은 당시 사회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무덤에서조차 흑백 인종 갈등이 있고 사랑과 상실에 몸부림친다. 아버지 링컨은 아들의 죽음을 애닳아하며 동시에 자신의 결단을 필요로하는 많은 일들을 떠올린다.

이 곳은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림보, 연옥이 배경인가? 제목의 ‘바르도 bardo‘는 티벳 불교 용어로 중유, 중음이라 하며 죽고 나서 다음 생을 받을 때까지를 가리킨다고 한다.

조지 손더스는 윌리의 죽음과 미 남북전쟁 와중에 힘들어했을 에이브러햄 링컨의 아픔과 책임감, 고뇌 등을 독특한 방식으로 그려내고 있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두서없이 뱉어내는 말로 처음에는 산만하다 싶었는데 읽다보니 커다란 하나의 강줄기로 모아진다. ‘작가는 어떻게 읽는가‘에서 수없이 ‘삭제‘하는 필요성을 강조했던 작가라 ‘자기는 말이 많네!‘ 했는데 필요없는 말은 하지 않았다.

1862년 아들이 죽고, 1865년 아버지 링컨이 죽는다. 읽다가 검색해보고 ‘오래지않아 아들을 만나는구나. 다행이다..‘ 라고 생각.

추천.
(옮긴이의 말에 내가 궁금해하던 것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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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것이 어쨌단 말인가.
할 만한 일을 한 사람치고 비판을 받지 않았던 사람은 없다. p338

그분은 펼쳐진 책이었어. ‘펼쳐지고 있는 책‘. 그 책은 방금 조금 더 넓게 펼쳐졌지. 슬픔에 의해서. 그리고...우리에 의해서, 우리 모두, 흑인이건 백인이건...p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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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어떻게 읽는가 - 조지 손더스의 쓰기를 위한 읽기 수업
조지 손더스 지음, 정영목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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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어떻게읽는가 #조지손더스 #정영목 옮김 #어크로스 #독서기록

진짜 순전히 ‘작가‘는 어떻게 읽는지 궁금해져서 제목에 홀려 구매했다. #조지손더스의쓰기를위한읽기수업 이라는부제가 달려있는데  이 책을 읽는다고해서, 읽고싶다고 해서 내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ㅎㅎ 게다가 나는 ‘조지 손더스‘가 누군지 몰랐다. 긁적.

조지 손더스는 소설가 겸 대학교수로 2017년 맨부커상을 받았고, 국내에 번역된 책도 여러 권 있다 (한 권도 안읽었는데...찾아서 읽어봐야겠다). 이 책은 저자가 교수로 재직 중인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미국의 젊은 작가들과 19세기 러시아 단편소설 수업을 (매년 6명을 뽑는다고) 한 내용이다. (문예창작 석사과정)

안톤 체호프, 이반 투르게네프,  레프 톨스토이, 니콜라이 고골의 단편 7편을 읽고, 집중 분석, 분해하여 작가들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가를 생각해보고, 당신(독자? 작가?)이라면 어떻게 쓰고 싶은가 연습까지 하게 한다. 실제 그 수업은 2명의 학생작가가 작품을 써오고, 교수 포함 나머지 학생들이 토론을 통해 갈갈이 분해하고 삭제하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우웩...상상만 해도 토 나올 것 같다.) 이 책에도 자르기 연습, 확장 연습, 번역 연습 부록이 있다.

‘의외로‘ 대작가들이 짧은 문장 또는 중언부언하는 것같은 (필요없을 것 같은 자연 묘사등) 표현에서 무엇을 말하려하는지 유추해내는 과정이, 함축된 표현 이면에 무엇이 가려져있을까 상상하는 과정이 참 재미있었다. 그리고 읽히는 글을 쓰려면 무엇이 필요한 지, 어떤 연습이 필요한 지에 대한 저자의 서술에 끄덕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글은 그냥 쓰고싶다고 쓰면 안된다. 천재작가들은 그래도 되겠지만.

저자는 소설은  사람을 점진적으로 변화시킨다고 한다. 나야 뭐 순전히 재미로 읽어대고 있지만, 소설을 통해 다양한 인간들, 세상을 접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나도 변했겠지.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앞으로는 소설을 마냥 쉽게읽어내지는 못할 것 같다. (예리한 분석이 따라가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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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와 함께 소설 일곱 편을 읽다 보면, 무슨 목적으로 이 책을 펼쳤든 ‘읽기, 쓰기, 그리고 삶‘이 결국 한 몸임을 깨닫게 되고, 바라건대, 책을 덮을 때는 펼칠 때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p640 번역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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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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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카뮈 #안건우 옮김 #녹색광선 #희곡 #독서기록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5년 전, 코로나가 시작했을 때 읽었다. ‘페스트‘에서 여러모로 암울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 녹색광선 출판사의 신간 ‘계엄령‘을 읽다. (아..이 무슨 아이러니..)

1948년에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계엄령‘은 총 3막으로 이루어진 희곡이다. 읽다보면 절로 그 무대가 눈 앞에 펼쳐진다.

불길하게 여겨지는 혜성의 출몰로 시민들은 불안에 술렁거린다. 총독은 혜성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 공표하는 것으로 그 불안을 잠재우려고 한다. 그런데, 페스트가 나타난다. (여기서 페스트는 질병이면서 전체주의를 대변한다) 총독 및 사제 등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 받고, 페스트에게 도시를 인계하고 떠난다. 남겨진 시민들은 모든 것을 통제받고, 거슬리면 페스트에 걸려 죽는다. 페스트의 비서가 가지고 있는 수첩에는 모든 시민의 정보가 적혀있고, 이름에 줄이 그어지면 끝난다. 데스노트. 연인 사이였던 디에고와 빅토리아. 빅토리아가 죽음에 이르자, 자신의 목숨을 대신 가져가라고 절규하는 디에고에게 페스트는 둘을 살려줄테니, 도시를 자기에게 넘기라고 한다...

여러 상징이 담겨있는 내용으로 가장 드러나는 주제는, 모든 비겁함은 두려움에서 나오고, ‘사랑‘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두려워하지 말라. 페스트 같은 완전무결한(?) 절대악도 뜻밖의 치명적인 결점이 있고 그 결점으로 인해 페스트는 물러나지만 일시적으로 언제든지 다시 방문할 수 있다.

카뮈의 ‘계엄령‘은 전작 소설 ‘페스트‘에 이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무대에 올려졌을 때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 제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치 파시즘이 초래한 인류의 비극은 나치에 대항하기 위한 적과의 동침이었던 이념 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희곡의 배경이 스페인  해안도시 카디스라는 점에서, 혹자는 왜 소련의 공산주의를 비판하지 않느냐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카뮈는 배경이 어디인지는 자신의 주장에 상관없다고 보았다. 그는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나치즘과 공산주의(특히 소련  스탈린 치하)를 동일하게 비판했다.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니 생각의 갈래가  얼마나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지. 독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해석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읽다보니 나는 지독한 허무주의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디에고의 선택, 이 책의 결말 (두 버젼이 다 실려있다) 또한 무슨 의미가 있나싶고. 본디 ‘동물‘인 인간은 치열한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그래서 ‘더불어‘라는 의식은 누구나(?) 아니 많은 사람이 꿈꾸지만 그건 꿈에, 이상에 불과하다. 차라리 ‘초인‘이 군림하여 하해같은 사랑과 배려로 잘~~살게 해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그런 초인이라면. 그런데 그렇다면 그 초인은 독재자일까 아닐까?

암튼..읽어보시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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