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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알베르 카뮈 지음, 안건우 옮김 / 녹색광선 / 2025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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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5년 전, 코로나가 시작했을 때 읽었다. ‘페스트‘에서 여러모로 암울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지금‘ 녹색광선 출판사의 신간 ‘계엄령‘을 읽다. (아..이 무슨 아이러니..)
1948년에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계엄령‘은 총 3막으로 이루어진 희곡이다. 읽다보면 절로 그 무대가 눈 앞에 펼쳐진다.
불길하게 여겨지는 혜성의 출몰로 시민들은 불안에 술렁거린다. 총독은 혜성이 나타난 적이 없었다고 공표하는 것으로 그 불안을 잠재우려고 한다. 그런데, 페스트가 나타난다. (여기서 페스트는 질병이면서 전체주의를 대변한다) 총독 및 사제 등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보장 받고, 페스트에게 도시를 인계하고 떠난다. 남겨진 시민들은 모든 것을 통제받고, 거슬리면 페스트에 걸려 죽는다. 페스트의 비서가 가지고 있는 수첩에는 모든 시민의 정보가 적혀있고, 이름에 줄이 그어지면 끝난다. 데스노트. 연인 사이였던 디에고와 빅토리아. 빅토리아가 죽음에 이르자, 자신의 목숨을 대신 가져가라고 절규하는 디에고에게 페스트는 둘을 살려줄테니, 도시를 자기에게 넘기라고 한다...
여러 상징이 담겨있는 내용으로 가장 드러나는 주제는, 모든 비겁함은 두려움에서 나오고, ‘사랑‘만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두려워하지 말라. 페스트 같은 완전무결한(?) 절대악도 뜻밖의 치명적인 결점이 있고 그 결점으로 인해 페스트는 물러나지만 일시적으로 언제든지 다시 방문할 수 있다.
카뮈의 ‘계엄령‘은 전작 소설 ‘페스트‘에 이어 세간의 주목을 받았지만 무대에 올려졌을 때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 제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치 파시즘이 초래한 인류의 비극은 나치에 대항하기 위한 적과의 동침이었던 이념 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희곡의 배경이 스페인 해안도시 카디스라는 점에서, 혹자는 왜 소련의 공산주의를 비판하지 않느냐에 방점을 찍는다. 그러나 카뮈는 배경이 어디인지는 자신의 주장에 상관없다고 보았다. 그는 전체주의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나치즘과 공산주의(특히 소련 스탈린 치하)를 동일하게 비판했다.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에서 이 책을 읽으니 생각의 갈래가 얼마나 여러 방향으로 흩어지는지. 독자의 정치 성향에 따라 해석도 다양하게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읽다보니 나는 지독한 허무주의자라는 결론이 나왔다. 디에고의 선택, 이 책의 결말 (두 버젼이 다 실려있다) 또한 무슨 의미가 있나싶고. 본디 ‘동물‘인 인간은 치열한 ‘약육강식‘의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그래서 ‘더불어‘라는 의식은 누구나(?) 아니 많은 사람이 꿈꾸지만 그건 꿈에, 이상에 불과하다. 차라리 ‘초인‘이 군림하여 하해같은 사랑과 배려로 잘~~살게 해 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끊임없이 자기를 돌아보고 스스로 채찍질하는 그런 초인이라면. 그런데 그렇다면 그 초인은 독재자일까 아닐까?
암튼..읽어보시라.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