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튜울립 > 산책을 매개로 한 근대화에 대한 사회문화적 분석

올 한해도 열심히 걷고(산책하며) 관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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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세계사 - 세 대륙이 만나는 바다, 그 교류와 각축의 인류사
제러미 블랙 외 지음, 데이비드 아불라피아 엮음, 이재황 옮김 / 책과함께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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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대륙이 만나는 바다, 그 교류와 각축의 인류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 “지중해 세계사”
현재 서구 역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알고 있어서 궁금해서 선택한 책.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지중해는 5천 년 이상 세계사의 중심에 있었다. 국가와 국가 간의 전쟁터이자,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3대 종교의 중심지였고, 이집트, 미노스, 미케네, 그리스, 에트루리아, 로마, 아랍 문명 등 여러 주요 문명이 탄생하고 스러져간 곳이었다.”

지중해사의 저명한 학자인 데이비드 아풀라피아 및 세계적 역사학자 8인의 공저인 이 책은, 기존의 역사적 관점과는 사뭇 다르다. 유럽 중심의 시각에서 탈피해 서아시아, 북아프리카 이야기도 골고루 다룬다. 지중해라는 공간에서 발전한 각 사회들의 역사를 쓴 것이 아니라, 당대 사회들이 바다를 건너 서로 접촉한 방식을 이해하고자 한다. 지중해의 역사를 함대와 상인만의 역사가 아니라, 사상과 종교, 물건과 생각(사람과 함께)이 이동한 역사를 다룬다.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한 지명을 가리키는 이름이 각각 달라서 엄청 힘들었다. 익숙해 진 후에는 머리 속에 지중해를 중심으로 이동의 화살표가 동에서 서로, 서에서 동으로, 북에서 남으로, 남에서 북으로 움직이는 그림을 펼칠 수 있었다. 나는 세세한 설명을 기억하기 보다 이런 식으로 이해했다.

책 한 권에 지중해를 둘러싼 세 대륙의 많은 민족, 나라를 다루어 겉핥기 식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읽다 보면 너무나 방대한 내용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또한 여러 사람이 각각 한 챕터씩 맡아서 기술하여, 서술의 일관성이 없어서 읽기에 쉽지 않다. 어느 한 챕터의 서술 방식에 익숙해질만 하면 글의 성격이 달라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번역의 문제인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번역자가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각 챕터 끝에 데이비드 아불라피아가 간략하게 부가 설명 및 정리를 해 놓아서 흐름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그간 서구 유럽 중심의 세계사를 배워와서, 한계가 너무나 크다. 특히 중동 지역에 대한 무지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하지만 늦었지만 이렇게 하나씩 배워가면 되지 않겠나.

참, 고대사에서 ‘트로이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는, 서로 다른 세 시기의 요소를 섞어서 수백 년에 걸쳐 편집했을 가능성을 지적해서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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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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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연히 영화로 보고나서, 책으로 꼭 읽어봐야겠다고 기억한 책으로, 이제서야 읽다.

갑자기 눈이 안보이는 (이른바 백색 실명) 병이 유행하기 시작한다. 어떤 매개로 전염이 되는지 모르지만, 전염성은 확실하다. 그래서 정부는, 환자들을 격리시키기로 결정하고, 폐쇄된 정신병동에 환자들을 수용하고 음식과 각종 생필품을 제공하기로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안에서도 힘과 폭력이 난무하고, 강자들은 음식을 독점하고 각종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고, 약자들은 온갖 굴종을 강요받는다.
최초의 환자를 진료한 안과의사 역시 눈이 안보이고, 그의 아내는 눈이 안보인다는 거짓말을 하고 남편을 따라가는데, 유일하게 눈이 보이는 의사 아내는 (이 소설엔 등장인물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차라리 같이 눈이 안보였으면 좋겠다고 절규하나 나름의 노력으로 약자들을 돕기로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먹먹했던 감정은, 책을 읽으면 더 우울해진다. 영화는, 소설 속의 상황을 다 보여주지 않았다. 어떤 것이 인간을 동물과 구분하게 할까? 내내 고민하게 한다. 파리대왕, 페스트 같은 책들이 떠오르고, 모든 이가 인간성을 상실해 갈 때, 그럼에도 힘들지만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로 희망을 보여준다.

눈과 귀, 살아가는데 정말 필요한 것. 둘 중 하나를 잃는다면 어떤 것을 남겨야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내 비록 음악을 좋아하고, 공연장에 쫒아다니는 편이긴 하나, 그렇더라도 하나를 포기해야한다면 소리라고 생각했다. 보이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이안 맥그리거가 나오는 ‘퍼펙트 센스’라는 영화도 떠오른다. 오감 중 하나씩 잃어가는 인류. 정말 찝찝하게 봤던 영화였는데.

주제 사라구마는, 상징적 의미로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재앙에 대한 놀람과 공포, 무지를 질타하는. 실명을 통해, 무책임한 윤리 의식과 붕괴된 가치관, 폭력이 만연한 현대 사회를 질타한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놓을 수 없다. 잔뜩 미간을 찌뿌린 채로 책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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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볼 수는 있지만 보지는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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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가의열두달 로 알게 된 카렐 차페크의 유니크한 희곡 ‘로봇- R.U.R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을 읽다. 체코의 체홉이라 일컬어지는 작가.
SF 문학의 효시이고, 함께 삽화 작업을 했던 형 요제프 차페크( 정원가의 열두달 삽화를 담당했던-엄청 귀여운 그림을 그린다) 가 ‘로봇’이란 용어를 처음 제안했다고 한다. 현대 문명,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한 폐해와 파시즘에 대한 고발, 모순적이고 부조리한 존재인 인간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담은 글을 많이 썼다고 한다.

이 희곡 로봇은 연극으로 만들어져 (1921년 체코 프라하 초연) 당시 유럽과 서구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고 하는데, 이 책에도 당시 포스터, 연극 장면등이 실려있다. 로봇의 탄생과 노동, 기계와 인조인간, 대량생산, 신에 대한 탐구까지 여러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금 읽으면 흔히(?) 다뤄졌던 소재 - 미래사회의 모순, 인조 인간에 대한 인간성 탐구 등-가 등장해 새롭진 않은데, 100년 전에 나온 책이고 처음 다뤘던 책이라고 생각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로봇의 반란으로 인류가 멸종하고 그 이후의 이야기도 잠시 펼쳐진다. 흥미진진함.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일독을 권함. 등장 인물들의 이름도 가볍게 지은 것이 아니더라는.

도민 : 인간에게 가장 끔직한 것은 다름 아닌 인간 자신.
알퀴스트 : 인간에게 인간의 모습만큼 낯선 것은 없다네

결국 이 희곡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관계’의 문제라는 옮긴이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인간끼리도 공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곳에서 로봇이라는 비인간과의 관계는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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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도서관 개관을 보고 반가워서 들어갔다가 집어온 책.
어떤 책인가 검색해보니 독일에서는 해리포터를 제치고 ‘향수’이래 가장 많이 읽힌 작가라는 소개가 있어서 무조건 집어왔다.
(독일 사람들은 이런 책을 좋아하는구나..ㅎㅎ)

17세기 유럽을 폐허로 만든 30년 전쟁(1618-1648) 배경으로 마법사로 몰려 죽임을 당한 아버지를 둔 틸- 집을 떠나 광대로 산 틸 울렌슈피겔을 중심으로 (원래는 14세기 독일 민담 속 광대), 권력 투쟁의 장이 된 30년 전쟁에서 소모품처럼 희생된 민중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의 성격이 짙고 역사 소설의 맛도 느낄 수 있다. 역사 시간에 무의식 중에 기억된 ‘베스트팔렌 조약’이 소설의 마무리.

작가의 상상력에 기대어 독일 역사, 문화를 살짝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카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대결, 상업과 무역이 활발해지며 서서히 힘을 모아가던 자본가, 상인, 기술자들. 독일어로 시를 짓기 시작하고, 노래를 부르는 문화 혁명의 시대가 열리던 시기.

옛날 유럽 궁정에서는 광대가 꼭 있었다. 광대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왕에게 유일하게 농담 섞어서 바른 소리를 하고 욕도 할 수 있는 존재. 이런 불문율은 왕에게도 족쇄가 된다. 주인공 틸은 광대로 살면서 온갖 장난으로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성직자나 권력층을 조롱하는 캐릭터이다. 하는 행동을 봐서는 여러번 사형 선고를 받을 만한데, 의외로 사람들에게 의지가 되기도 하고.
이 소설은 2020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후보였고, 넥플릭스 TV 시리즈로 제작중이라고. (꼭 봐야지.ㅎㅎ)

소설 속 여러 에피소드 중, 기억에 남는 몇가지.
하나는 틸의 아버지 클라우스의 곡식 더미에 대한 의문, 어디까지가 더미인가. (진짜 어디까지가…??)
하나는 흰 아마천을 넣은 액자의 역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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