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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찰과 정원 -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교토편 3권 중 두 번째 책이다. 부제에 언급된 것 처럼, 교토의 유명한 사찰과 정원을 다룬다. 이 시리즈를 읽을 때, 최근 본 몇 편의 일본드라마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드라마 상으로라도 알게 된 (그래서 조금 왜곡은 되었더라도) 역사, 풍습, 문화가 이 책을 통해 더욱 생생해졌다고나 할까? (그러니 드라마를 만들 때 고증을 정말 철저히 해야한다. )
이 책에서는 가마쿠라 시대의 명찰과 무로마치 시대의 선찰(선종이라는 의미인 듯)과 정원이 다루어진다.
육바라밀사와 삼십삼간당, 동복사, 인화사, 고신사, 건인사, 대각사, 천룡사, 상국사, 금각사, 용안사, 은각사가 언급되는데, 2012년 첫 일본 여행에서 아라시야마 치쿠린에 가서 대나무길을 산책하는데 1시간여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그날 걷다가, 어떤 사찰이 있길래, 입장권을 구매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서 보니 ‘천룡사‘였고, 비 내리는 천룡사 경내를 거닐면서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조원지라는 정원도 넘 멋졌고, 끝없이 이어지던 회랑에 반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 책에서 천룡사 편을 읽는데, 어디서 봤던 곳이네 싶어서 검색해보니 갔던 곳이다. 그때는 일본어도 모르고, 사전 정보도 없이 단지 고즈넉한 멋진 사찰이구나 했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 추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공부가 되었다.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얼마나 좋았을까?
교토 문화는 불교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고, 사찰은 불상 뿐 아니라, 사찰 건축과 정원을 주시해야한다. 일본의 정원은 빈마당을 꾸미는 조경이 아니라 정원을 만드는 작정이었고, 사찰의 정원은 수양의 한 방편이었다.
헤이안 시대는 귀족들의 침전조 양식, 가마쿠라 시대는 선종 사찰의 마른 산수 정원(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백사로만 꾸민 석정), 무로마치 시대는 무사들의 서원조 정원, 에도 시대는 왕가와 지방 다이묘의 지천회유식(호수 조경) 정원이 창출되었다. 일본인의 정신 내지 사상을 가시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일본 정원, 특히 석정의 미학이다. (P7)
나는 이 책에서 특히 ‘건인사‘에 주목한다. 건인사에는 고려팔만대장경이 두 가지 장정 형태( 절첩 형식으로 326첩, 책자 형식으로 136책)로 남아있다. 일본은 일찍부터 고려대장경을 구하고 싶어해서, 조선조 때, 150여 년간에 걸쳐 총 82회나 대장경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도 요청이 빈번하니까, 태종때 (1414) 에는 아예 원판을 주어버리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P155)
조선 왕조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실상 ‘쓸모없게‘ 된 대장경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불상, 불화, 고려 범종까지 답례품으로 주었다고. (헐.)
일본을 답사하다보면 이처럼 그들에겐 내력이 있지만 우리에겐 사연이 있어 다른 외국 여행과 달리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P156)
읽다보면 답답한 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리가 일본에게 배울 만한 것이 많다) 그 유명한 금각사도 못봤고, 특히 용안사의 석정을 보고 싶어, 언젠가는 교토에 다시 가 보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