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5 : 교토의 정원과 다도 - 일본미의 해답을 찾아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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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5  #교토의정원과다도 
드디어 교토편 셋째 권이다. 시대로 보면 전국시대, 모모야마 시대, 에도 시대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고, 남천사, 대덕사, 우라 센케라는 일본 다도의 종가, 왕가의 별궁인 가쓰라 이궁과 수학원 이궁을 다룬다. 다도의 전성시대인 모모야마 시대의 명찰과 에도시대에 세워진 왕실 별궁의 정원은 일본미의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일본미의해답을찾아서 이다.

이 책을 통해 다도의 사상인 #와비사비의미학을 좀 알게 되었다. 와비사비란 쓸쓸하고 적막한 서정과 불완전성에서 오히려 더 큰 숨겨진 가치를 찾는 개념이다. 마당을 잘 쓸고 나서 나뭇잎 한 장 떨여뜨려놓는, 너무 좌우대칭적인 완벽함보다는 언밸런스에서 찾는 미학인 것 같다. 약간 부족할 때 우리는 그 부족함을 메우는 상상을 하게 되니까.  이 무렵의 정원은 지천회유식 정원으로(연못이 핵심) 자연을 축소해서 정원에 옮겨놓은 듯 꾸민다.

저자는 이 시리즈를 통해, 일본의 역사를 함께 다루고 있다. ˝역사는 문화유산과 함께 기억할 때 구체적인 이미지를 갖는다. ....역사는 유물을 낳고, 유물은 역사를 증언하기 때문이다. (P243)˝  덕분에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이지만 무지했던 역사를 어느 정도 훑게 되어 참 좋았다. 역시나 최근에 즐겨 봤던 시대극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일본의 정원, 유물만 다루지 않고 우리의 것과 비교해서 설명해 주어서 비슷하면서도 확연히 다른 두 나라 민족성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다가, 원령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하나 얼마나 재미있게 봤던지.

책의 마지막 부분에 ‘답사기 독자를 위한 일본의 풍토와 고대사 이야기‘를 실어서 5권의 일본 답사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해 볼 수 있다. 일본 학자가 이 시리즈가 ‘일본학 입문서‘역할을 할거라고 기대한다고 했는데, 나도 동의한다. 저자는 미술사가가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대중에게 봉사하는 가장 모범적인 방식이 답사라고 생각한다. (P39) 이 점 정말 감사드린다.

˝찾지 않아도 꽃이 피니 오늘은 봄날.˝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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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출판사의 ‘하지은의낮과밤세트‘ 릴레이서평 두번째.
‘유쾌발랄 반전 연속 로맨스 추리 판타지‘라는 소개 그대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1년 전  조 마르지오 극장의 극장장 딸 세라바체에게 청혼했다가 뺨을 맞고 실연한 상태인 레일미어 경위는   별다른 사건 없이 무료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다.  어느날, 조 마르지오 소속 작가인 대문호 오세이번 경이 죽는다. 정작 문제는 그의 사망 보다 그가 집필하던 원고가 사라진 것. 원고를 넣어두던 금고 안에는 푸른 장미가 한 송이 놓여있다.  레일미어는 막내 손튼과 낙하산으로 의심되는 머독 경위와 함께 사건에 투입된다. 물론, 짝사랑하던 여인과의 상봉, 갈등은  예상되는 바이고,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감정(비록 다 잊었다고 주장하지만)을 배제하기가 참 힘들다.

정말 재미있다. 비도 너무 많이 오고  꿉꿉해서 처진 (여러 사건 사고도 많고..) 기분을 업~해준다.환상 문학답게 마음껏 상상력이 발휘된다. 신촐귀몰하는 괴도도 나오고, 별명이긴 하지만 드라큘라 백작도 등장한다.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은 아주 로맨틱하다. 게다가 극장의 대표 배우 (어마어마하게 잘 생긴)에 몰리는 팬들을 보면, 요즘의 아이돌 사생팬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스토리는 사건의 해결에 있지만 (반전의 연속이다), 기저에는 사랑이 듬뿍 깔려있다. 연인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 부부의 사랑...그 사랑이 어떻게 어긋나는지, 사랑이 어떤 구속으로 표현되는지 (소설 속 아버지도 딸에의 사랑을 딸이 귀족과 결혼해서 잘~~ 사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어떻게 엉뚱한 사람에게 시선을 뺏겨 진실된 사랑은 외면하는지 소설을 읽다보면 독자에게는 보이는 그 명백한 감정을 등장인물들은 모르는 것이 참 안타깝다.  실제 우리도 그렇지 않은지 돌아봐야!

하지은의 낮과 밤 세트에서 낮 부문을 읽었다. 이어 읽게 될 밤 부문은 인간의 어떤 어두움을 그렸을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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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4 : 교토의 명찰과 정원 - 그들에겐 내력이 있고 우리에겐 사연이 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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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편 3권 중 두 번째 책이다. 부제에 언급된 것 처럼, 교토의 유명한 사찰과 정원을 다룬다. 이 시리즈를 읽을 때, 최근 본 몇 편의 일본드라마가 도움이 많이 되었다. 드라마 상으로라도 알게 된 (그래서 조금 왜곡은 되었더라도) 역사, 풍습, 문화가  이 책을 통해 더욱 생생해졌다고나 할까? (그러니 드라마를 만들 때  고증을 정말 철저히 해야한다. )


이 책에서는 가마쿠라 시대의 명찰과 무로마치 시대의 선찰(선종이라는 의미인 듯)과 정원이 다루어진다.
육바라밀사와 삼십삼간당, 동복사, 인화사, 고신사, 건인사, 대각사, 천룡사, 상국사, 금각사, 용안사, 은각사가 언급되는데, 2012년 첫 일본 여행에서 아라시야마 치쿠린에 가서 대나무길을 산책하는데 1시간여의 자유시간이 있었다. 그날 걷다가, 어떤 사찰이 있길래, 입장권을 구매해서 들어갔는데, 들어가서 보니 ‘천룡사‘였고, 비 내리는 천룡사 경내를 거닐면서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조원지라는 정원도 넘 멋졌고, 끝없이 이어지던 회랑에 반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 책에서 천룡사 편을 읽는데, 어디서 봤던 곳이네 싶어서 검색해보니 갔던 곳이다. 그때는 일본어도 모르고, 사전 정보도 없이 단지 고즈넉한 멋진 사찰이구나 했는데,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때 추억을 되새기며 새로운 공부가 되었다.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얼마나 좋았을까?

교토 문화는 불교를 떠나서 생각할 수 없고, 사찰은 불상 뿐 아니라, 사찰 건축과 정원을 주시해야한다.  일본의 정원은 빈마당을 꾸미는 조경이 아니라 정원을 만드는 작정이었고, 사찰의 정원은 수양의 한 방편이었다. 

헤이안 시대는 귀족들의 침전조 양식, 가마쿠라 시대는 선종 사찰의 마른 산수 정원(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백사로만 꾸민 석정), 무로마치 시대는 무사들의 서원조 정원, 에도 시대는 왕가와 지방 다이묘의 지천회유식(호수 조경) 정원이 창출되었다.  일본인의 정신 내지 사상을 가시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일본 정원,  특히 석정의 미학이다. (P7)

나는 이 책에서 특히 ‘건인사‘에 주목한다. 건인사에는 고려팔만대장경이 두  가지 장정 형태( 절첩 형식으로 326첩, 책자 형식으로 136책)로 남아있다.  일본은 일찍부터 고려대장경을 구하고 싶어해서, 조선조 때, 150여 년간에 걸쳐 총 82회나 대장경을 요청했다고 한다. 하도 요청이 빈번하니까, 태종때 (1414) 에는 아예 원판을 주어버리자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P155)
조선 왕조는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실상 ‘쓸모없게‘ 된 대장경을 주는 데 인색하지 않았던 것이다. 불상, 불화, 고려 범종까지 답례품으로 주었다고.  (헐.)

일본을 답사하다보면 이처럼 그들에겐 내력이 있지만 우리에겐 사연이 있어 다른 외국 여행과 달리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P156)

읽다보면 답답한 면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리가 일본에게 배울 만한 것이 많다) 그 유명한 금각사도 못봤고, 특히 용안사의 석정을 보고 싶어, 언젠가는 교토에 다시 가 보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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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뉴욕 누벨바그 3
아르띠잔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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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대출

‘소설 뉴욕‘에는  6명의 작가들이 쓴 각각 한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있다.  작가들의 이름을 보면 알게 되듯, 해외에 거주하는 사람도 있고, 영어로 씌여진 소설을 한글로 번역해서 실린 것(파트리샤 박- 32번가에서)도 있고, 한국이 주거주지이긴 하나  해외를 이웃집 드나들 듯 자유로운(?) 뉴노마드도 있고, 소재 또한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머무는 고충을 그린 것이다.

실린 작품은
박생강- 맨해튼 럭키스타
프란시스 차- 살아가는 동안
SOOJA- 그라운드 제로
파트리샤 박- 32번가에서
강민선- 아임 파인, 땡큐
홍예진- 미뉴에트

프롤로그에서 홍예진은  뉴욕에 대한 애증을 버리지 못한 채 언저리에서 애면글면하는 수많은 삶을 이야기 한다. 여섯 명의 작가들은 풀어낸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바로 내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누구인지 아는 얼굴일 수도 있다.

책을 덮으며 느낀 첫 감성은...‘집 나가면 고생이구나‘ 라는.  후천적으로 습득한 외국어는 한계가 있고, 그곳에서 태어난 2세들은 반면, 1세대 부모를 포한함 가족과의 의사 소통이 힘들다. 물론 언어에 부족함이 없는 한국에 살지만, 같은 한국어를 써도 불통이긴 하지만.  언어소통이 어렵지 않다 하더라도, 태어나서 경험으로 얻은 문화체험은 또 다르고.

좁은 한반도에서 복작이며 피곤하게 살 필요없이 넓은 세계로 나가 우수한 유전자의 한국인으로 (나는 우리 한국인이 유태인과 유사하게 열정과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마음껏 살아보라고 말하곤 했는데, 내 터를 떠나 사는 것은 역시 힘들구나.

여섯 편 모두 뿌리 내리지 못한 불안을 담겨있다.
자신도 힘겨운 생활을 하면서도 이태리 노숙자를 배려하는 미세스 마. (밤색머리가 진짜 마돈나일까?ㅎㅎ)
유학생활을 청산할  상황에서 베이비시터로 일하던 다혜.(이후 어떻게 전개될까? 가장 궁금한 소설.)
유일하게 한국에서 생활하는 영호의 선택. (일단 아내의 의사를 존중해야지요)
언어 소통에 문제가 큰 유학생 레이첼. (처지가 바뀌고나서 비로서 알게 된 것들.)
어머니와의 관계를 조명한 강민선와 홍예진의 소설이 특히 심금을 울린다.
너무 늦었더라도, 모녀간의 묵은 오해가, 갈등이 이 해소되는 것은 그나마 행운일까? 적어도, 나중에 엄마를 떠올릴 때 더이상은 분노하지 않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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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극장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5
홍예진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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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극장 #홍예진 #폴앤니나 #소설 #도서관대출

구 소나무 극장, 현 파인아트센터의 유령을 모티브로, (‘오페라의 유령‘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섭렵하는 대작이다. 대하소설 감 소재인데 한 권의 단행본으로 축약된 느낌.
그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에피소드도 많아서 처음엔 적응하기 좀 힘들었다.

해방 무렵 연극 3인방으로 똘똘 뭉쳤던 영림, 인석, 수찬은 한국동란을 거치면서 인연의 끈이 끊어진다. 이후, 수찬은 소나무 극장(영림이 이름 지은)을 짓는다.
현대로 와서, 파인아트센터에서는 창작 뮤지컬을 올리려 한다. 무대 디자인을 맡은 지은은 작업 중 골동품 시계를 만지다가 어떤 남자를 만난다.  1929년 생 차인석. 그는 지키지 못한 약속 때문에 이 곳을 떠날 수 없다는데.

이 소설의 장르를 어디에 분류하면 좋을까?  이루지 못한 사랑이 기저에 깔린 미스터리 스릴러? 과거의 연극 3인방과 그들의 후손들의 인연이 뮤지컬 준비 과정에 촘촘히 엮여있다.

일제 치하와 해방, 한국 동란을 겪어온 우리 부모님들 세대는, 아무나 어느 한 사람을 붙잡고 물어봐도 한 편의 대하드라마를 들려 줄  것이다. 개인의 삶, 개인의 목적은 아무 의미가 없던 시절. 생존이 곧 최고의 목표가 되었던 시절. 현대를 사는 우리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새삼, 현재의 행복을 고마워해야한다는 뜬금없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하지 않게. 충실히. 뜨겁게 살아야지.
그리고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해야지.

걸음을 서버리는 까닭은
서너 걸음 안개 건너편
한 폭 그림자 흔들리고 있음이오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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