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에 이재오의 정치적 상황을 막다른 골목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과연 이재오는 .....  인물은 인물이지만 대권까지야 ..... 

아무튼 이런 방식의 분석이 한국에서 정치를 읽는 권력 구도론이다. 현실 정치에 대한 분석인 것이다.

 

 

‘MB가 나를 버렸다’ 이재오 사생결단 반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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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특임장관이 독기를 품고 있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믿었던 범 친이계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뒤 대반격의 칼을 갈고 있다. 하지만 타개책이 쉽지 않다. 특히 이번 경선 패배는 그동안 친 이재오 계파를 이끌며 이상득 의원과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뤄온 것이 깨졌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패배에 '이심'(이명박 대통령의 본심)이 작용했다는 설도 제기되면서 친 이재오계는 계파 몰락을 우려할 정도로 패닉에 빠져 있다. 사실 이 장관이 '배신자'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은 개국공신을 내쳐버린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의 표출이자 경고의 성격도 있다. 이 장관이 언제든 청와대 거수기 역할을 떠나 '이재오의 정치'를 하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와의 연대 등 다양한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도 있다. 아니면 일단 장관직에 충실하며 여권 분열의 틈을 노려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당으로 백의종군한 뒤 다양한 합종연횡을 통해 당권을 한번 노려본다는 선택지도 있다. 점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고 있는 이재오 장관의 사생결단 반격수를 따져봤다."성골과 진골의 차이 아니겠느냐."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 이재오계의 한 중진 의원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성골' 이상득 의원이 거느린 의원들이 2차 투표에서 소장파가 민 황우여 의원에게 대거 표를 던지며 '진골' 이재오 특임장관의 아바타 안경률 의원이 참패하자 던진 말이다. 최근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이 "영포회라고 불리는 형님인맥과 포항출신은 성골, 대통령 측근과 영남출신은 진골 행세를 하면서 공직사회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다"라며 공세를 펼친 바 있는데, 현재 한나라당의 역학구도에서도 이와 같은 '성골-진골'의 차별은 그대로 적용된다.

이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주는 교묘한 줄 세우기 권력운용에서 비롯된다. 이상득-이재오라는 여당의 양대 산맥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의 용인 아래 적당한 권력균점을 이뤄왔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언제나 '형님' 이상득 의원의 승리였다. 18대 총선 과정에서 이 장관이 55인 회동을 이끌며 '형님'을 밀어내려 했지만 성골의 벽에 막혀 실패했다. 피를 나누지 않은 진골이 가진 한계였다. 그 뒤로도 이 장관은 이 대통령과 유일하게 자유 독대 권한을 누리며 2인자로 행세했지만, 결정적 순간에는 성골인 '형님'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권력구도를 세팅하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던 이번 원내대표 경선 대이변도 이명박 정권의 '성골 불패의 법칙'이 또 한 번 확인된 사건에 불과하다. 재보선 전 이상득-이재오 회동이 알려져 양측의 화해가 예상됐다는 일부의 보도도 있었지만, 당시 두 사람이 원내대표 대리인을 두고 절충을 벌이다 결국 합의가 깨졌다는 게 정설로 통한다. 당시 이 대통령이 어떤 스탠스를 취했는지 확인이 되지 않지만, 양측이 합의에 실패했다는 것을 두고 '두 사람 중 한 명의 손을 이 대통령이 들어줬을 것'이라는 관측은 쉽게 나왔다.

그리고 그 예상의 주인공은 성골 이상득 의원이었다. 이상득 의원이 '애송이'로 보며 무시하는, 바로 그 소장파가 밀었던 황우여 의원을 지지했던 것이다. 이 장관으로서는 보기 좋게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그런데 친 이재오계 내부에서는 이상득 의원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훨씬 많이 내비치고 있다. "이번 경선에도 결국 '이심'이 작용했다"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여당의 대체적 분위기는 "'이심'이 실제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라는 데 있다. 경선 패배 직후 친 이재오계에서 "이 장관이 재보선 직전 두 차례 친이(친 이명박)계 모임을 소집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 또는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라며 이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린 것도 '주군'에게 배신당한 서운함의 표출이었다는 것이다. 이 장관 측 핵심의원 소스로 보도된 바에 따르면 "대통령을 위해, 대통령의 지시로 의원모임을 했는데, '이재오가 분열의 원흉'이라고 하는 것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이 장관의 뜻이다. 정권의 성공을 위해 온갖 일을 했을 뿐 단 하나의 사심도 없었지만 모든 욕을 다 먹고 있다. 다시는 그런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보도 뒤 이 장관 측에서 서둘러 "두 자리 모두 초청에 의해서 갔을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언론플레이에 능한 이 장관이 측근을 통해 이 대통령에게 서운함을 나타낸 것과 함께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는 분석이 즉각 나왔다. 대통령을 걸고 넘어간 것 자체가 "더 이상 청와대 눈치를 안 볼 것"이라는 반격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친 이재오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선 패배를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에게 배신당한 것"으로 규정하며 이를 '이재오 역할 소멸론'으로까지 설명한다. 그는 이에 대해 "이상득 의원이 사석에서 '천지 모르고 설친다'며 비방만 하던, 그 소장파가 밀었던 황우여 의원을 지지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 대통령과의 교감 없이 이 의원이 그런 무모하고 이해하기 힘든 결정을 할 리가 없다고 본다. 권력구도가 이명박-박근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이 장관이 희생양이 된 것이다. 결국 이 장관도 1회용 정국 관리용에 불과했던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세인 이상 이 장관의 존재는 걸림돌일 뿐이다. 사실 지난해 안상수 대표 체제가 출범했던 것이 이 대통령이 이 장관에 준 마지막 선물이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대통령은 절대 정치 문외한이 아니다. 오히려 이번 경선을 보면 냉정하게 측근을 내치는 정치 고단자다. 이 장관이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다면 다시 그에게 역할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본인 능력에 따라 대권 도전을 할 수 있는 길은 열어주겠지만, 지금으로선 계파 존폐 여부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친 이재오계의 대변인 격인 권택기 의원이 이와 관련해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 때 결집한 친이계) 64명의 중심축도 급격히 무너질 수 있다"라며 이 대통령에게 서운함을 표출하며 경고성 멘트를 날린 것도 이재오 역할 소멸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 장관으로서는 인위적으로 조성된 '이재오 왕따 정국'을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먼저 이 대통령이 쉽게 그를 풀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소장파의 한 초선 의원은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 장관이 이번 경선 패배를 구실로 뛰쳐나가고 싶다고 할 경우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이 장관은 이미 이 대통령에게 '언제든지 백의종군할 각오가 돼 있다'는 뜻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다). 오히려 이 장관이 앞으로도 계속 역할을 해줄 것을 바라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 장관이 물러나게 된다면 친 이재오계의 반발 등으로 이상득 라인인 임태희 대통령실장 등도 같이 물러나게 해야 하는 부담이 이 대통령에게 있다. 그렇게 다 쳐내면 대통령 주변에 핵심측근은 거의 없게 된다. 후반기 안정적인 국정운영 측면에서도 이 대통령이 이 장관을 쉽게 떠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가 당에 복귀하게 되면 '박근혜 대세론'으로 굳어져가고 있는 당을 다시 계파전쟁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꼴이 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사실 이 장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관에 빠진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마냥 희생만 하다가 자칫 당권도 잃고 총선에서도 계파가 몰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오계 내부에서는 "당권 도전이나 대선 등을 위해 이 장관을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장관은 재기의 카드를 꺼내보지도 못한 채 서서히 힘을 잃어갈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친 이재오계 강경파에서는 이 대통령이 계속 이 장관을 묶어둘 경우 과감하게 뛰쳐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왕따 정국'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전격 사퇴하고 '독립선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최근 사퇴를 한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와의 연대 등 다양한 조합이 있을 수 있다. 보수대연합을 명분으로 당을 뛰쳐나가 '수도권+충청권' 연합의 정계개편을 시도하거나, 민주당 비주류와 개헌을 매개로 정계개편을 짜보는 경우의 수가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 성공'이 이 장관의 정치적 존재근거인 이상 그가 이 대통령과 척을 지며 독자적 행보를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그래서 "좀 더 지켜보자"는 온건파의 의견이 여전히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이 장관 측의 한 핵심참모는 이에 대해 "이 장관이 함부로 당·청 가교 역할을 버릴 수는 없다. 그동안 해온 역할이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여전히 이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당의 새 지도체제가 갖춰지는 조기 전당대회까지는 특임장관직을 수행하는 게 여권 혼란을 막는 최선의 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의 혼란을 수습하고 새 지도부를 견인해내는 '큰' 역할을 해낸다면 다시 한 번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대권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선택지로는 '독립선언'과 '현상유지'의 절충안인 '백의종군'이 있다. 당에 '이상득-친박-소장파'의 신주류가 들어선 이상 그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차라리 깨끗하게 당으로 복귀해 권토중래하자는 것이다. 이때 이 장관이 당 대표 선거 등에 직접적으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상황과 여건이 되면 다시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장관은 아직 당내 60여 명의 의원 지지를 받고 있고 원외지구당 위원장 30여 명, 그리고 전국의 이재오 조직이 건재해 있다. 이들을 등에 업고 이상득-소장파-친박과의 다양한 합종연횡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친 이재오계의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소장파가 이상득 의원을 몰아내기 위해 흔들기를 시도할 경우 이 의원 측과 연대해 소장파를 밀어낼 수 있다. 반면 소장파와는 원래 55인 회동에서 반 이상득 전선에 섰던 전력이 있는 만큼, 오히려 개혁성향이 강한 이 장관이 연대하기 더 좋다. 친박계와도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에게 대권을 매개로 '충성서약'을 할 경우 접점을 찾을 수도 있다. 이런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다. 이 장관도 '포스트 박근혜'까지 내다보면서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장고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장관은 경선에서 패배한 뒤 졸지에 주류에서 비주류로 전락했다. 이를 뒤집기 위해 그는 현재 독자행보, 권토중래, 연대모색 등의 다양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이 카드 가운데 독자행보라는 초강수 외에 어느 하나도 자신이 직접 쥐고 있는 게 없다는 데 근본적인 불행이 있다. 그의 목숨은 이제 '이명박-박근혜'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이재오계, 친박과 연대론 솔솔

박근혜 넘나, 그 밑에 엎드리나

지난 6일 원내대표 경선 여파로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 이재오 특임장관. 그는 이제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60여 명의 계파를 이끌고 있는 그는, '포스트 박근혜'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경선 패배의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진정한 계파의 수장으로 장수할 길도 열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친 이재오계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도 연대의 대상에 넣자'라는 주장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 장관이 당권도전을 선언하기 위해선 '박근혜'라는 강을 건너야만 한다. 친박계에서는 현재 "이 장관의 18대 공천 학살 전력 때문에 연대는 절대 없고 오히려 복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널리 형성돼 있다. 벌써부터 친박 일각에서는 "19대 총선 때 이재오 계파 후보들이 나서는 지역구에 친박 무소속 '닌자'를 보내 낙선시키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 장관에 대한 반목은 뿌리 깊다. 이런 점 때문에 이 장관이 박 전 대표와 연대할 공간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게 대체적 인식이다.

하지만 친 이재오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그런 뿌리 깊은 적대감이 양측의 연대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와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친이계의 한 의원은 이에 대해 "지금과 같이 이재오 포위정국이 계속될 때 이 장관이 취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오히려 박 전 대표와의 연대 등 파격적인 카드를 내놓아야 돌파구가 생긴다. 죽으러 들어가야 살아 돌아올 수 있다. 경선 패배 이후 권력구도가 급변한 이상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계속 방어적인 대응을 할 경우 자칫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식의 돌파정치를 하는 이 장관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 정국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소장파를 '습관성 쇄신론자'로 몰아 박 전 대표와의 당권 연대를 끊어내는 게 첫 번째 미션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들어 친 이재오계에서는 "이 장관이 당 복귀전에 이벤트를 만들어 박 전 대표를 당의 대권주자로 인정하고 대선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선언하며 계파 해체를 선언할 경우 당내 혼란수습과 계파정치 타파라는 명분을 쥐며 당권도전에 나설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는 극단적인 대책도 나오고 있다. '정치에 영원한 적은 없다'는 격언만큼 요즘 이재오 장관에게 절실한 문구가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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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4색 대담회' ②] 철학자 강신주 박사 

 

"셔터를 누르게 하는 것, 현실에 개입하게 하는 것이 바로 철학"

김민웅 : 강신주는 왜 철학을 하나.

강신주 : 대학에서 처음으로 정치철학을 가르칠 때였다. 수업을 심각하게 듣던 사람들이, 질문을 달라고 하니 다 연애 고민에 대해서만 물어봤다.

나는 그런 걸 얘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철학이란 이름으로 너무 큰 얘기, 안 와 닿는 얘기만 많이들 했는데 그런 걸 중요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인간한테 사소한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 혁명이 중요한 만큼, 어떤 사람에겐 자기 등이 가려운 게 중요하다. 등 가려운 사람한테 아무리 혁명 얘기해 봐야 들리지 않는다.

김민웅 : <철학 vs 철학>이라는 두꺼운 책을 썼다.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이 이걸 다 소화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했을 텐데….

강신주 : (출판사 사장한테) 속았다. (웃음) 주변에서는 이 분량이면 한 권이 아니라 여덟 권을 낼 수 있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웃음)

이 책은 한국에 살면서 동양 철학과 서양 철학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한다는 생각에서 썼다. 우리 대학에선 서양 철학 위주로 가르치지만, 가정생활이라든지 모든 문화에서는 아직 동양 철학 영향이 강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두 개를 같이 봐야하기 때문에, 분책(分冊) 못하도록 서양편 첫 부분엔 동양 철학 얘기하고 동양편 첫 부분엔 서양 철학 얘기를 했다. (웃음)

김민웅 : 꾸준히 책을 써 왔는데, 최근에 와서 이름이 많이 알려졌다. 갑자기 찾아온 유명세, 기분이 어떤가?


▲ 강신주 박사. ⓒ프레시안(최형락)
강신주 : 이러다 '훅 간다'는 생각, 다 하룻밤의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집착하지 않는다. 그래도 일단 내가 꿈꾸는 세상도 있고 이렇게 하면 행복할 텐데 싶은 게 있으니까, 그런 얘길 하기위해서 불러주면 나가는 거다. 일종의 게릴라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조건을 최대한 이용하는 거다.

김민웅 : TV 방송으로도 철학 강연을 하고 있다. 무작위의 대중에게 철학을 얘기하는 건 특권이기도 하다. 철학을 발언하는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가.

강신주 : 사실 인류가 글을 쓰기 시작한 2000년 동안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예전엔 노예들이 채찍질 받으며 피라미드를 올렸다면 지금은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큰 건물 올리는 거다. 누가 60층짜리 건물을 짓고 싶겠나. 세상이 변하기는 정말 힘들다.

개인이 강해져야 한다. 인문학은 주어가 '나'다. '우리'라고 하면, 그게 얼마나 작든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내'가 강해졌을 때 온다. 일찌감치 시인 김수영이 혁명이 왜 고독한지를 말했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강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김민웅 : 사회과학자나 경제학자도 '철학'을 말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강신주 :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프레임이 자유로워야 한다. 프레임이 하나면 무리수를 던지게 된다. 1990년대 초반 동구권의 몰락을 경제 프레임 하나로 몰고 가지 않았나. 그런 건 위험하다. 우석훈 박사도 문학, 시, 철학 등을 얘기하지 않나.

철학이란 프레임의 자유로움이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프레임으로 보느냐가 중요하다.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다가 언제 셔터를 누르느냐의 문제다. 찍으려고 하는 사물의 상이 또렷이 잡혔을 때 우리는 셔터를 누른다. 시인 김수영은 "나의 시는 행동의 개시다"라고 말했다. 그 얘기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셔터를 누른다는 건 그 상황에 개입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일상적인 상황에 너무 큰 이론을 갖고 들어가면 셔터를 못 누르게 된다.

한 가지 프레임으로만 말하는 사람들을 나무라는 이유는, 내가 어디서 개입해야 할지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 책꽂이에도 경제학, 문학, 자연과학, 심리학책들이 꽂혀 있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사실 우리가 강해지려면 대학에 있는 모든 과의 학문을 다 배워야 한다. 늘 하나의 프레임을 갖고 얘기하는 사람들, 그게 소위 '지도층'이라면 더욱 위험하다.

김민웅 : 이 자리에 함께 한 송기호는 철학이 있는 변호사일까?

강신주 : 얘기 들어보고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말을 잘 못 하신다. (웃음) 그런데 그게 좋았다.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말을 잘 못한다. 농사짓는 사람들한테 농사짓는 법 물어보면 "지어 봐"라고 말한다. 송기호 변호사도 늘 현장에서 행동하는 분이지 않나. 그래서인가 약간 어눌하시다. '교언영색 선의인(巧言令色 鮮矣仁, 듣기 좋은 말이나 보기 좋게 꾸민 얼굴 중에는 어질고 순박한 것이 드물다)'이라는 공자의 말이 떠올랐다.

신정아, '잘못 선택한 개인'인가, '사회의 희생양'인가?

김민웅 : 이제부터는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이슈를 짚어보면서, 그 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엔 가수 서태지와 탤런트 이지아의 이혼으로, 거슬러 올라가서는 신정아의 <4001>로 참 시끄러웠다.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는가?

강신주 : 많은 이들이 '구조'를 지적하는데 구조의 문제는 항상 있다. 개인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자신이 감당하는 걸 선택한다면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

신정아가 쓴 책은 끔찍했다. 조용히 있었으면 나았을 것 같다. 주변 사람들 일까지 까발리고 자기 스스로를 만신창이로 만드는 것을 보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내 여동생이었다면 쓰지 말라고 뜯어 말렸을 것 같다. 큐레이터의 학력에 목매다는 이상한 구조를 지적하기 전에, 자신이 학력 위조를 했다는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이지아도 마찬가지다. 그런 대형 연예인과 산다는 게 뭔지 알았을 거다. 자신의 삶을 숨겨야 하는 것을 각오하고 시작했어야 했다.

'이건 내 잘못 아니다. 사회 구조의 문제다'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정아는 어른이고, 이 책의 저자다. 그 내용에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그렇게 썼을까. 구조의 탓으로 돌리면 모두피해자고, 모두가 용서될 수 있다.


▲ 김민웅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김민웅 : 내 생각은 다르다. 사실 이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다. 우리 사회가 신정아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7년 학력 위조 사건을 돌이켜 보면 언론은 신정아를 두 가지 차원에서 상품으로 팔았다. 하나는 선정성, 하나는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2011년에는 좀 다르다. 선정성으로 파는 건 변함없지만 다른 하나의 패턴이 바뀌었다. "신정아의 얘기가 허접하다"는 주장이다.

과연 어떨지 궁금해 하면서 이 책을 봤더니 언론이 떠드는 것과 차이가 크더라. 신정아는 아주 강렬하게, 자신의 큐레이터로서의 커리어를 주장하고 변호한다. 그러니 20~30대 여성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 아까 주된 독자층의 변화 얘기를 한 건 이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성(性)이라는 위기와 벽에 직면한다. 그 숲을 헤치고 위로 올라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본인도 성을 이용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도록 만든 사회는 누구의 사회인가?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그녀가 책 후반부에서 한국의 언론과 검찰을 맹렬히 공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까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쉬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들은 모두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엘리트들이 이 책을 읽으면 뜨끔할 것이다. 그래서 '허접하다'는 수사로 치부하려는 게 아닐까.

말하는 사람의 과거 행적에 비춰 보았을 때 신뢰도엔 문제가 있지만 그가 하는 말이 의미가 있을 때 사람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발화자는 불편하지만 지르는 내용은 부정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폭로자'들은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정아라는 여인은 과거에도 지금도 자신이 한 짓에 비해 과도하게 짓밟히고 있다는 느낌이다.

"여러분들이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다"

김민웅 : 철학이 정치와 맞닿아 있는 건 분명하다. 4·27 재보궐 선거 결과를 포함해 정치, 선거 얘기를 해보자. 우리가 앞으로 선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강신주 : 다 놓치자. 나는 대의민주주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별로 희망을 가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진보 대통령'을 뽑았다고 좋아했지만 결국 적극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만 목격했다. 대표자가 나를 구원해주나? 뽑은 사람이 메시아인가? 우리가 주인이고 우리가 정치에 개입해야 한다.

(정치인들이) '당신들을 위해서 무엇무엇을 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권력을 위해서 그러는 거다. 여러분은 "우리는 정치가가 아니니까, 뽑아놓고 또 4년 기다릴 거다"라고 해선 안 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하는 사람의 차이는, 아이돌 팬클럽 차이 정도밖에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제일 바라는 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통합하는 거다. 까놓고 보면 같으니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암초는 분명 민주당이다.

물론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나을 수 있다. (민주당이라면) 열 대 때릴 걸 다섯 대 때릴 지도 모른다. '현실' 속에서 두 당은 다르다. 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민주당이 나을 수 있단 얘기다. 하지만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두 당의 차이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김민웅 : 대담회를 끝내며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프레시안(최형락)
강신주 : 철학은 참 감당하기 힘든 학문이다. 옳은 것들을 이야기해야하니까. 강의할 때마다 항상 가슴에 맺히는 게 있다. 옳은 건 옳은 건데, (현실에선) 그게 붕괴된다는 점이다.

만약에 여러분 앞에 어떤 정치인이 나타나 '연봉 2억 원을 보장하겠다'고 외치면 그가 어떤 사람이든 지지할 것이다. 내가 무서운 건 그런 붕괴의 순간이다. 최악으로 가난해진다고 하더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옳은 건 옳은 거라는 신념, 끝까지 갖고 사셔야 한다. 젊었을 땐 열정적으로 사랑하다가 늙으면 젊은이들 보고 "3년이면 끝"이라고 말한다. 그런 오만한 말이 어디 있나. 옳은 것이나 열정적인 것더러 이상적인 거라고, 어린아이나 하는 거라고 하는 수사가 제일 나쁘다.

어릴 땐 우리 모두 사람을 짓밟아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게 끝까지 안 지켜지는 이유는 살기 힘들어서 그렇다. 그렇지만 옳은 건 옳은 거다. 나는 원칙적인 입장이다. 여러분들이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다. 우리한테 제일 필요한 건 분노라고 본다.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지만, 그렇기에 분노하길 바란다. 여러분들을 분노하게 하는 게 철학의 역할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철학의 힘이 약한 이유는 사람들이 옳은 걸 감당하지 못해서다. 해방 이후에도 친일파들이 집권하고, 그들의 자손에게 권력이 계승됐다. 옳지 않은 게 명백했고, '옳음'이란 게 존재하지를 않았다. 그러면서 분노하고 저항하며 사는 건 고생스럽다는 생각이 박혀 버렸다. 그러나 옳은 건 옳은 거다.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다워야 하고, 사랑은 사랑다워야 한다. 그런 걸 하나하나 점검하는 게 또 철학의 역할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김수영이다. 그의 <거미>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 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가을 거미를 보고 쓴 거라고 한다. 거미는 모기파리를 먹어야 하는데 가을이라 잡히지를 않는다. 그래서 서럽게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러분들은 무엇을 기다리는가? 힘들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이런 뜻이다. 거미줄 안 치는 거미는 죽은 거미나 다름없는 것처럼 기다림을 포기하는 사회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 여러분들은 크고 소중한 것을 기다린다. 그러니까 이루기 힘들 거다. 그러니 또 서러울 거다. 그래도 그 기다림을 잃지 말고 살아야 한다. 그게 인문의 정신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청중과의 만남

"인간은 '허접한 존재'…그러나 절망에서 배워야 한다"

청중1 : 인간이 과연 올바른 판단력을 갖고 있는 존재일지 의심 갈 때가 많다. 인간의 판단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신주 : 인간은 가장 허접한 동물이다. 개가 거짓말하는 것 봤나? 금붕어가 배 안 고픈 척 하는 것 봤나? 인간은 언어가 있기에 거짓말하는 존재다. 중요한 부분은 그냥 행동으로 드러난다. 그러니 정치인들, 지식인들의 '개소리' 들을 필요 없다. 그들이 어떻게 걸어가는지만 보면 된다.

청중2 : 인간이 강해지기 어렵다고 본다. 삼성 나쁘다고 욕하는 사람들도 기회만 주면 삼성 들어가는 것처럼. 대담 초반에 인간이 2000년 동안 변한 게 없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인간에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강신주 : 인간에 희망이 없다고 들으셨다면 제 얘기 잘못 들으신 거다.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는 게 이 다음에도 변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다. 암 선고 받았는데 어차피 못 고치니까 '패스'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앞사람들이 못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 책임이 중한 거다.

인간에 대해 절망하지 말아 달라.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어떻게 희망을 갖지 않을 수 있나. 절망적이라는 생각에 빠지면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다고 본다. 인간에게 희망 섞인 모습이 있어서가 아니라, 절망적이기 때문에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거다. "사회가 이렇게 크고 복잡한데 나 혼자 변한다고 될까?" 이런 건 다 헛소리다. 자기 하나라도, 자기 직장 한 부분이라도 변화시키면 된다.


 



/안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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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의 진짜 적은 '똑똑한 얌체들'!" 

"한국 사회의 진짜 적은 '똑똑한 얌체들'!"


[공작의 꼬리 경쟁]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또 다른 예들 

 

나 혼자 아이스크림을 시킬까 말까

어느 모임에서 여러 명이 회식을 갔다. 인원은 10명이고 회식 비용은 누가 무엇을 주문해서 먹었는지에 상관없이 전체 합계를 사람 수 대로 나누기로 했다. 즉 각자는 총액의 10분의 1을 부담하게 된다.

회식의 마지막 단계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있었다 하자. 아이스크림 가격은 3000원이다. 회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각자 최대로 2000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하자. 아이스크림 가격이 3000원이니, 만약 각자가 3000원을 지불해야 한다면 아무도 주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은 다르다. 내가 주문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그에 대하여 내가 실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은 10분의 1인 300원이다. 그러니 주문을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나만 주문하고 모두들 주문하지 않는다면, 나는 300원만 내고 아이스크림을 먹게 되는 결과가 된다.

그러나 모두들 나와 같이 생각하기 때문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그리고 결국 각자 부담하는 최종 비용은 3000원이 되고 만다. 만약 각자 주문한 아이스크림에 대하여 각자가 지불해야 했다면 아무도 주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비용을 나누기로 했기 때문에 모두가 주문하고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결과로 나타난다.

위의 이야기를 두 사람, A와 B로 한정하면 그 상황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같다. 아래에는 가능한 모든 경우들이 나열되어 있다.

1. A는 주문하고, B도 주문하는 경우: A와 B 모두 후식을 먹고, 각자 3000원씩 지불.
2. A는 주문하고, B는 주문하지 않는 경우: A는 후식을 먹고 1500원을 지불, B는 후식을 먹지 않고 1500원만 지불.
3. A는 주문하지 않고, B만 주문하는 경우: A는 후식을 먹지 않고 1500원만 지불, B는 후식을 먹고 1500원을 지불.
4. A는 주문하지 않고, B도 주문하지 않는 경우: A와 B 모두 후식을 먹지 않고 돈도 지불하지 않음.

A와 B는 과연 주문을 해야 할 것인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 A의 선택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A의 경우에는 2의 경우가 가장 바람직한 것이고, 그 다음이 4의 경우, 그 다음은 경우 1의 경우이다. 3의 경우는 A가 가장 싫어하는 결과가 된다. 그러니 만약 B가 주문을 한다면, 가능한 것은 1과 3의 경우인데, A는 주문함으로써 자신에게 더 바람직한 1의 경우를 결과로 얻게 된다. 그리고 만약 B가 주문을 하지 않는다면, 가능한 경우는 2와 4의 경우인데, A는 주문을 함으로써 자신에게 더 바람직한 2의 경우를 결과로 얻게 된다. 그래서 A는 B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간에 주문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B 역시 A의 선택에 관계없이 주문을 함으로써 더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한다. 결국 A와 B는 1의 경우를 선택하는 결과로 나타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만약 둘 다 주문하지 않는다면 4의 경우가 되는데, A와 B 모두 4의 경우를 1의 경우보다 더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잠깐 생각을 한 번 해보자. 왜 둘 다 4의 경우를 1의 경우보다 좋아하면서, 결국에는 1의 경우를 초래하는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과연 이런 선택이 우리의 일상에서도 나타나게 될까? 인간이 이성적이라고 했는데 왜 이런 열등한 선택을 하는 것일까? 이러한 열등한 선택이 아주 드문 경우이길 바라지만, 사실 이런 경우는 아주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우리가 현재 당면한 많은 문제들이 이 딜레마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또 이 문제는 우리가 이성적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많은 학자들이 연구해왔다. 어떤 학자는 거의 모든 연구를 이 문제를 탐구하는 데에 바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땅한 묘책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사람 수대로 비용을 나누는 회식의 예와 같은 문제가 보편적이며 또 중요한 여러 사회문제들이 그와 근본적으로 같은 성격의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몇 가지 사례를 더 들겠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한국에서 우리가 당면한 중요한 문제인 교육 문제가 바로 그러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도록 하자.

새치기

운전을 할 때나 버스를 기다릴 때, 또는 극장표를 살 때 새치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어떤 경우에는 혼잡한 교차로에서 서로 먼저 가려고 차를 들이밀어 결국 아무도 차를 빼지 못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극장 같은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불이 나거나 하면 서로 먼저 도망 나오려고 해서 오히려 출구가 막히고 화재보다는 밀리거나 남에게 밟혀 더 많은 사람이 다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릴 때, 살짝 새치기해서 일을 빨리 마치고 나머지 시간을 즐겁게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사람들이 다 새치기를 한다면, 더더욱 새치기를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면 모두가 적당한 시간에 끝낼 수 있지만, 그렇지 않고 모두가 새치기를 한다면 거리의 교통이 막힌다던가, 버스를 타는 데 혼잡해서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던가 해서 모두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역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물론 여기에서는 새치기가 이성적인 행위이다. 자신의 이기적 이해를 극대화하는 행위인 것이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이기적 행위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사회의 선으로 연결된다는 논리와는 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투표는 시간 낭비?

많은 사람들이 선거 때 투표를 포기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원인은 투표를 포기하는 행위가 개인의 이기적 이해를 극대화 하는 똑똑한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인이 투표를 하기 위해서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그 시간에 여가를 활용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각 개인들은 투표를 하나마나 결과는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투표를 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없게 된다.

그러나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각 개인들에게 명확히 나타난다. 예를 들면 투표하러 가는 대신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든가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갖는 행위들은 개인의 이해를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자신의 이해를 극대화하는 이성적 개인들에게 투표는 결국 시간 낭비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회 구성원이 개인의 이기적 이해를 추구하는 이성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일 경우에 과연 그 사회는 무엇을 잃게 될 것인가? 우선 많은 사람들의 의사가 사회의 의사 결정에 반영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의 의사가 골고루 반영되기보다는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해가 강조되어 민주주의라는 말은 그저 과정만을 얘기하는 것일 뿐이고, 결과적으로는 그 취지와 상반될 수 있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 투표나 정치 참여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직접적 이익과 그러한 포기 행위가 야기하는 정상적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하는 손해 사이에는 큰 괴리가 존재한다. 다수의 복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들에 대한 영향력의 포기가 한 개인의 한 표의 포기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각 개인이 감지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것이다.

위의 아이스크림 예에서 마찬가지로, 투표를 포기함으로써 얻는 이익은 아이스크림을 먹음으로써 얻는 이익과 마찬가지로 개인화되어 계산되지만, 투표 포기로 인하여 사회 전체에 미치는 손해는 개인의 이익 계산에서 제외된다.

팁을 꼭 주어야 하나?

필자는 어느 한 경제학자와 캐나다의 한 식당에서 저녁을 함께 할 기회가 있었다.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미국 또는 캐나다의 사람들의 팁을 주는 습관이 화재에 올랐다. 그 경제학자의 질문은 많은 사람들이 팁을 남기는 행위에 대하여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것이었다. 보통 팁은 약 음식 값의 15퍼센트(%) 정도를 주는데, 꼭 줘야 하는 것은 아니고 또 대우에 따라 또는 사람에 따라서 더 주기도 하고 덜 주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팁을 남기는 것이 보통이며, 드문 경우이지만 종업원이 무례했다거나 하면 팁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는 경제학에서 얘기하는 이성적(이기적) 인간이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팁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 호텔에 다시 올 것이 아니고, 다시 온다하더라도 그 식당에서 그 종업원을 다시 대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그에게 팁을 남기는 것은 아무런 이익이 없는 낭비이며, 비이성적 행위라는 것이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나는 팁 문화가 서양에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떻게 발달되었는지를 잘 알지 못한다. 그리고 팁 문화가 발달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우월 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힘들며, 여기서는 그러한 비교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보통 팁이 있는 나라와 없는 나라의 식당을 비교해 보면, 있는 곳의 종업원이 손님에 대한 대우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좋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모든 사람들이 팁을 남기는 곳에서 나 한사람만 팁을 남기지 않는다면, 나는 좋은 대우를 받고 돈도 절약하게 된다. 그 경제학자의 말대로 이는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 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이성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이 이성적으로 행위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즉 각자는 종업원의 대우에 관계없이 팁을 주지 않는 이성적 행위를 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한다고 하자. 그러면 손님을 잘 대우하든 하지 않든 팁을 받지 못하게 되니, 종업원의 손님에 대한 대접도 역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 사회가 갖는 팁 문화가 사라질 것이다. 물론 종업원들의 팁에 의존하는 수입 감소의 일부는 식당에서 부담해야 할 것이다.

식당의 부담 증가는 음식 값의 증가로 연결되고, 결국 손님은 팁을 지불하지 않는 대신 일정 부분의 음식비 지불의 증가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각 개개인의 이성적 행위로 인한 팁 문화의 파괴는 결국 종업원의 서비스 악화와 음식비의 인상을 초래하여, 사회 구성원에게 팁 문화 파괴 이전보다 훨씬 열등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ethisphere.com

똑똑한 얌체들

어떤 한 사회가 위의 몇 가지 예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고 상상해보자. 한 사회의 구성원들이 개인 이기주의에 기초한 경쟁 위주의 논리를 내면화하고, 자신만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이성적 행위를 최선의 가치로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사회, 그리고 각 개인들의 똑똑한 행위들은 자신들만의 이익을 고려하고 사회 전체가 잃는 손해는 어느 누구도 염두에 두지 않는 그런 사회를 상상해 보자.

위의 예에서 보듯이 종종 사회 전체가 잃는 손해가 너무 커서 각 개인들이 얻는 이익을 능가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사회가 잃는 손해는 결국은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부담해야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사회적 손해는 명확히 보이지 않고 또는 개인의 이익에 직접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에 집단적으로 무시되곤 한다.

이성적 개인들의 행위들이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사회에 이익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부터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성적 행위를 장려해야 할 것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았듯이 많은 경우에 개인들의 각자의 이성적 행위들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회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너무 어렵다. 핵심은 각 개인들의 이성적 행위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점이다. 즉 문제가 이성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의 이기적 동기에 근거한 행위를 장려하기보다는 그와 반대로 사회 전체의 이해가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이 근자에 경험한 경제의 논리 확산에 의한 이성적 행위의 강조, 그리고 경쟁의 강화로 과연 더 많을 것을 얻었을까? 과연 한국에도 경쟁의 강화와 함께 시장을 통한 개인들의 이기적 이해의 추구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구성원들을 더 행복하게 했을까?

현재 한국 사회를 둘러보면 그 대답은 부정적이다. 이제 한국은 경쟁이 심화된 상황 하에서 개개인들의 이성적 행위들로부터 집단적으로 열등한 결과가 초래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서상철 캐나다 리즈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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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4색 대담회' ①]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너나 사!" 홀대받는 '사회과학', 왜 필요한가?

김민웅 : (한국에서) 1970~80년대는 사회과학의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엔 '인문학이 대세'다 뭐다, 다들 입만 열면 인문학 얘기를 하고, 사회과학은 창백해진 느낌을 받는다. <나와 너의 사회과학>은 그런 상황에서 나온 '사회과학서'다. 무엇을 담고 싶었나?

우석훈 : 1980년대엔 사회과학 책이 100만부씩 팔린다는 얘기도 있었다. 물론 금서가 많아 제대로 집계는 안 됐지만, 사회과학 책 내서 집이나 건물을 산 출판사도 있을 정도다. 물론 과거 얘기고, 지금은 내가 이 책을 쓴다고 했더니 하더라도 큰 출판사에서 하라고 주변에서 말리는 형국이었다. 1000권도 안 팔릴 거라고.

지난 10년간 잘 팔린 책들을 보면 "너의 미래를 위해 지금 욕망을 참아라!"라는 내용이 많았다. <마시멜로 이야기> 같은 게 대표적이다. 지금 달콤한 유혹을 견뎌내라는 얘기다. 거기서 "나 지금 놀고 싶은데? 왜 참아야 해?" 이런 반작용이 생긴다. 참으면 안 된다는 얘기를 좀 하고 싶었다. 한편으론 우리가 미치지 않으려면 사회과학을 한번쯤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이 책은 그 사이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처음 제목은 <사회과학 르네상스>였는데 거기서 너와 나, 우리 이런 단어를 강조하자는 얘기가 나왔다. 원래대로라면 '너와 나의 사회과학'이 맞는데, 이 제목은 줄이면 "너나 사!"가 된다고 마케팅 팀이 반대해서 '너'와 '나'의 위치를 바꾸었다. (웃음)

김민웅 : 사회과학이 인기가 없을 거란 사실을 알면서도 이 책을 냈다. 적어도 이건 건지겠다 싶은 게 있었을 법한데 무엇이었나?

우석훈 : 이게 실제론 대학생들과 함께 하다가 시작된 일이었다. 학교에서 학생들 모아 놓고 글을 쓰게 했더니 기초가 너무 없더라. 예전에는 학부 1, 2학년생들이 내용도 잘 모르면서 잘난 척 하려고 책을 끼고 다니기라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것도 없다. '목적론'이란 단어를 썼더니 못 알아듣는 친구도 있었다. 속으로 '네가 사람이냐?' 싶더라. (웃음) 그래서 이 정도는 알자는 차원에서 입문용이 될 만한 책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선진국이니 선진화니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진짜 선진국 되려면 사회과학적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은 구성원 행위의 목적이 '돈'으로는 50%도 설명 안 된다. "영화 왜 만들어?"라고 물으면 "돈 벌려고"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돈으로 90% 이상 설명된다. 설명 기제가 경영학, 경제학뿐이다. 대통령이 토건 사업 하면서 "돈 벌어다 주니까"라고 설득하지 않나. '이렇게 해야 잘 팔려'가 만능이다. 이 자리에 오신 분들은 그래서 한국에서 잘 설명이 안 되는 분들이다. (웃음) 그런데 이런 일들이 더 많이 벌어지는 사회여야지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

김민웅 : 책은 굉장히 읽기 쉽게 쓰였다. 우리말로 사회과학적 사유를 해보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느껴졌다. 쉽게 쓰는 게 가장 어려울 텐데….


▲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 ⓒ프레시안(최형락)
우석훈 : 안 쓰는 것보다야 다 어렵다. (웃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말씀하신 대로 개념들을 우리말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 책엔 철학 개념도 상당히 나오는데 우리말로 번역하기 어려운 말이 정말 많았다. 나도 석·박사 학위 받은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쓰는 단어의 절반이 불어, 반의 반은 영어, 나머지는 독일어를 쓰는 이상한 언어 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장하준 교수가 한국어로 쓴 글을 보면서 우리말로 참 쉽게 잘 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되게 이상하게 살았구나 싶었다. (웃음)

김민웅 : 더 많은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 같다.

우석훈 : 원래 타깃 층은 대학교 1, 2학년생 혹은 인문사회계열 비전공인 대학원 1, 2학기생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에 주부들이 추가됐다. 책을 만들면서 공개 강좌를 했었는데 처음엔 (인원이) 대학생, 주부 반반이었으나 끝날 때 보니 주부들이 본진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건데 한국 주부가 전 세계 최고 학력이 아닐까 싶더라.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다보니 주부들만 모여도 최고 학력인 거다. 이런 분들의 힘에 대해 너무 소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의도 주부들을 위한 습작 모임으로 바뀌어갔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조금 더 공부하고 싶은 분들, 특히 대학생들은 언급된 책을 꼭 원전으로 보길 바란다. <국부론> 같은 책들이 몇 쪽으로 압축돼 있는데, 원래는 전화번호부 두 권 정도 분량이다. 그걸 온전한 원본으로 보면 엄청나게 다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사회과학 백과사전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어떤 주제로 출발하든 그에 맞는 적절한 논의가 나올 수 있도록 돕는 백과사전. 단 제대로 그렇게 만들려면 목침 두께는 되어야 하는데,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두께로 맞추느라 좀 아쉽기도 했다. (웃음)

이지아와 신정아로 보는 우리 사회?

김민웅 : 이제부터는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됐던 이슈를 짚어보면서, 그 내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엔 가수 서태지와 탤런트 이지아 얘기로 참 시끄러웠다. 그렇게 시끄러워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석훈 : 내가 10대, 20대, 40대에 대해선 책으로 쓰거나 책 속에서 얘기했지만, 유독 30대에 대한 얘기만 못 했다. 30대는 분석하기 어렵다. 서태지 얘기만 하면 그들은 이성을 잃는다. (웃음) 그의 캐릭터, 설명하기 어려운 카리스마, 그리고 대부분 30대인 팬들과의 독특한 관계 때문이다. 그런 아이콘이 사회적인 소모품이 되었다는 사실에 불쌍했다.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이건 그들이 선택한 삶이다. 사랑하고 헤어지는 데 있어 서로에게 피해가 아닌 관계가 과연 있을까. 서태지와 이지아 관계 속에선 상대적으로 평범했던 이지아가 피해를 봤겠지만, 이 일이 사회적으로 부각되면서 서태지 역시 피해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김민웅 : 그보다 앞서 논란이 되었던 신정아 얘기를 해보자. 신정아의 <4001>은 어떻게 봐야 하나? 나는 두 가지가 흥미롭다. 하나는 소위 진보적인 지식인들이 이 얘기를 불쾌해하고 피한다는 점이고 하나는 신정아가 낸 책의 주된 독자층의 변화다. 처음에는 40~50대 남성들이 많이 사가는 것 같더니 2주 뒤부턴 20~30대 여성들의 구매가 압도적이었다고 한다.

우석훈 : (신정아의 고향인) 경북 청송군에 가 봤는데, 그 시골 소녀가 서울에 올라와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싶더라. 아직 <4001>을 제대로 보진 않았다. 조용해지면 분석하려고 미뤄뒀다. 사실 그 사건과 미술계, 정치계에 대한 책을 한 권 쓰려고 한다. 이 사건이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껍질을 뒤집어 보면 현실이 보인다.

먼저 40~50대 남성들이 성적으로 얼마나 문란한가를 볼 수 있다.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 중에 애인이 없거나 바람을 피우지 않는 사람이 10%도 안 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10명 중 9명은 <4001>의 등장인물이 될 수도 있었던 거다. 또 하나는 명품이라는 욕망이다. 신정아의 이야기와 그걸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나도 저렇게 '톱클래스'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판타지가 존재한다.

김민웅 : 2007년 학력 위조 사건을 돌이켜 보면 언론은 신정아를 두 가지 차원에서 상품으로 팔았다. 하나는 선정성, 하나는 노무현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2011년에는 좀 다르다. 선정성으로 파는 건 변함없지만 다른 하나의 패턴이 바뀌었다. "신정아의 얘기가 허접하다"는 주장이다.


▲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과연 어떨지 궁금해 하면서 이 책을 봤더니 언론이 떠드는 것과 차이가 크더라. 신정아는 아주 강렬하게, 자신의 큐레이터로서의 커리어를 주장하고 변호한다. 그러니 20~30대 여성들에게 호소할 수밖에 없다. 아까 주된 독자층의 변화 얘기를 한 건 이 때문이다. 젊은 여성들은 남자들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성(性)이라는 위기와 벽에 직면한다. 그 숲을 헤치고 위로 올라가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물론 본인도 성을 이용한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러도록 만든 사회는 누구의 사회인가?

또 하나 인상 깊었던 건 그녀가 책 후반부에서 한국의 언론과 검찰을 맹렬히 공격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아까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쉬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들은 모두 엘리트이기 때문이다. 엘리트들이 이 책을 읽으면 뜨끔할 것이다. 그래서 '허접하다'는 수사로 치부하려는 게 아닐까.

말하는 사람의 과거 행적에 비춰 보았을 때 신뢰도엔 문제가 있지만 그가 하는 말이 의미가 있을 때 사람들은 딜레마에 빠진다. 발화자는 불편하지만 지르는 내용은 부정하기 어려운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폭로자'들은 원래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정아라는 여인은 과거에도 지금도 자신이 한 짓에 비해 과도하게 짓밟히고 있다는 느낌이다.

"5만 명쯤 모여 자유롭게 얘기했으면 좋겠다"

김민웅 : 다른 얘기를 또 해 보자. 작년엔 사람들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다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라는 자본주의의 폭로를 접했다. 이기적으로 욕망을 추구하면 성공이 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그럼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스스로 생각한다는 건 뭐지?

여기서 선거 얘기를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지방선거와 최근 4·27 재·보궐 선거 결과를 보면 유권자들 사이에서 '한국 사회,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강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른 형태의 모델을 갈구하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앞으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중요할 텐데, 어떻게 전망하는가?

우석훈 : 개인적으로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집권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영남이 없으면 한나라당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번에 분당 선거 결과가 말해주었다. 강남 3구도 어렵지 않을까. 게다가 강경 대북 정책으로 인해 북한 장사정포 사정거리에 포함되는 수도권 북쪽 지역도 어려울 것 같다.

한나라당 재집권에 부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너무 웃기다는 것이다. 해방 이래 정치인 가운데 웃긴 걸로 치면, 건수로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이기기 어렵다. 하지만 안상수 전 대표는 '뎁스'(depth·심도)로 YS를 넘었다. (웃음) 보온병, 정말 너무 웃겼다. 중독성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 6개월은 조선 왕조 500년"이란 말도 있듯 앞으로 판도가 수십 번은 바뀔 거라서 대통령이 누가 될지는 전혀 모르겠다. 또한, 정권 바뀌는 것과 별개로 정치가 좋아질까, 이것도 잘 모르겠다. 작년 지방선거 승리 후 민주당 후보들이 토건 개발 쪽으로 몸을 돌리지 않았나. 한-EU FTA를 한나라당과 함께 통과시키고. 너무한다 싶다. 정권 교체도 정권 교체지만 어떻게 해야 세상이 좋아질까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김민웅 : 이 자리에 함께 한 강신주 박사는 현 대의제 자체에 회의를 표했다. 직접민주주의 주체가 강해져야 한다는 얘기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석훈 :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먼저, 대통령제를 너무 오랫동안 지지했다. 한 정치학자는 한국인은 한 번에 모든 걸 결정한다는 걸 좋아한다면서 복잡한 의원내각제는 싫어할 거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2008년 촛불 집회를 보면서 '의원내각제였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이 반대하면 총리(행정수반)를 물러나게 할 수 있다. 이게 오히려 훨씬 속 시원할 것 같다. 의원내각제가 직접 민주주의에 더 탄력성이 좋다.

두 번째로 만민공동회 같은 걸 하면 좋겠다. 온라인 모임? 아니다. 직접 봐야 맛이 난다. 잠실 체육관 같은 데서 5만 명이 모여 마이크 돌려가면서 조금씩 의논해 의결한다. 여기선 결론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발언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여당도 그렇지만 야당도, 사람들 얘기 들어본 적도 없으면서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진짜 많은 개인들이 모여서 얘기를 해봤으면 좋겠다. 그런 장이 필요하다.


ⓒ프레시안(최형락)


대담은 예정 시간을 지나 계속됐다. 10시를 넘어가는 늦은 시간에도 자리를 뜨는 청중은 겨우 서너 명 눈에 띌 정도였다. 마지막은 대담자들이 무대에서 내려가, 청중을 향해 직접 마이크를 건네는 순서였다.

시간상 우석훈 소장이 꿈꾼다는 '만민공동회'처럼 모든 사람에게 마이크가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저자와 독자가 눈을 맞추는 수평적인 시간이 이어졌다. 그들은 우석훈에게 무엇을 듣고 싶었나?

청중 : 이제 30대에 접어드는 나이다. 그런데 아직 친구들 중엔 대학 도서관에 틀어박혀 공부하는 애들이 많다. 잘 나가는 대기업에 들어가고 싶어서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

우석훈 : 공부하는 사람 말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하나 충고하겠다. 그렇게 공부한다고 그 회사 들어가긴 쉽지 않을 거다. 영어를 많이 본다고 해서 영어에 열심히 매달린다고 치자. 갑자기 '한국어 중시'로 바뀌면 했던 공부 다 엎어야 한다. 회사에서도 요즘은 창의적인 사람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스펙' 맞추는 행위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틀어박혀 입사 준비만 하는 건)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개개인이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은 없지만, 그냥 뭔가를 일주일쯤 해봐서 기분이 좋고 가슴이 뜨거워진다면 계속 하라. 반대로 자꾸 아프고 죽을 것 같으면 그만 둬라. 재미없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재미없는 일 참고 하라는 놈이 악마다.

스펙을 쌓으면서 누군가를 이기는 방법보다 다 같이 살아남기 위한 제도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사실 기본소득 100만원 씩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삼성 이런 거 안 무서워할 것 아닌가.


 



/안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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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시각이 매우 잘 드러난 글이다. 공감이 가는 측면도 있지만 포스트 디지털 시대라는 말에서는 뭔가 .......  

 

[야! 한국사회] 민주당 이후를 생각함 / 진중권 

 

재보선은 예상대로 민주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 가도에도 민주당에는 파란불이 들어왔다. 단일화만 된다면 “박근혜 대세론도 꺾을 수 있다”(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는 자신감도 생겼다. ‘단결하여 한나라당과 맞서 달라’는 게 이른바 ‘국민의 명령’이 되어버렸기에,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야권연대는 이루어질 것이다. 확실한 것은, 민주당이 잘해서 이긴 선거가 아니라는 점이다.

승리의 요인은 이명박 정권의 난폭운전이다. 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일단 급한 대로 술 취한 운전자부터 갈아치우고 다음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 역시 가벼이 볼 수 없는 과제이기는 하나, 다음 운전자라고 전임자와 특별히 다른 내비게이션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설사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아도, 그다음에는 또다시 한나라당이 돌아올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의 ‘대안’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민주당이 잘못하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잖은가. 물론 그 대안은 진보정당일 것이나, 대중은 진보정당이 신뢰할 만한 대안이라 믿지 않는다.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흔한 방식은, ‘대중이 어리석어서 그렇다’는 것이리라. 이 편리한 가설은, ‘따라서 선진적 의식을 가진 이들이 진보의 정체성을 가지고 대중을 계몽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과연 그럴까? 물론 대중이 ‘몰라서’ 진보를 지지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대중이 진보의 마인드를 ‘안다면’, 그나마 지금 하는 그 얼마 안 되는 지지도 철회할지 모른다. 북한의 3대 세습을 비호하며 ‘미 제국주의’ 운운하는 40년대 진보(NL)나, 이 와중에도 ‘사회주의 학습투쟁으로 위기를 돌파하자’고 외치는 80년대 진보(PD)나, 제정신 갖고 지지해주기는 힘들다.

지금 행해지는 진보통합의 논의는 (1)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통해 의석수를 좀 늘리거나, (2) 민중의 등대라는 같지도 않은 착각 속에 자신을 자폐시킨 채 개척교회 세우듯 사회주의 목회활동을 하거나, (3) 40년대와 80년대 진보를 다시 합쳐 10년 전에 했던 것을 재방송하자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거기에 빠져 있는 것은,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진보정당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다.

대중은 몰라서가 아니라, 현재의 진보가 어떤 면에선 한나라당 뺨칠 정도로 수구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에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통합의 논의가 전제해야 할 것은, 대중에게 그들이 원하는 진보와 정당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다. 하다못해 떡볶이집을 해도 시장조사부터 먼저 하거늘, 집권을 목적으로 한 정당을 만들며 대중의 욕망이 무엇인지 묻지도 않는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대중은 ‘지지할 만한’ 진보와 정당을 원한다. 그렇다면 대중이 지지할 만한 형태로 진보와 정당을 리디자인할 일이다. 하지만 진보정당들의 생각은 다르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플라톤의 이데아처럼 영원불변한 진보의 이념이 들어 있다. 따라서 남은 것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대중의 무지를 계몽하거나, 자본주의나 제국주의의 유혹에 빠진 대중의 병든 영혼을 회개시키는 것뿐.

앞을 내다보는 것을 ‘전망’(pro-spect)이라 한다. 또 앞을 향해 자신을 던지는 것을 ‘기획’(pro-ject)이라 한다. 전망이라는 눈과 기획이라는 손이 없는 진보는 당연히 과거로 눈을 돌려(retro-spect) 자신을 뒤로 던질(retro-ject) 수밖에 없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의 향수, 1930년대 민족해방운동의 추억으로 먹고사는 것도 진보라 할 수 있을까? 정작 여기야말로 계몽과 회개가 이루어져야 할 지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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