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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소재원 지음 / 마레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그날의 기록 그리고 74년 순정
일제강점기를 표현하자면 눈물일 뿐이요, 슬픔일 뿐이며 아픔일 뿐이다.
-작가 이야기 중에서-
우리 개개인에게도 아팠던 시절, 슬펐던 시절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서 제일 아프고 슬펐던 시절은 학교폭력 속에서 살았던 12년이라는 학창시절이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까지 합하면 13년이다. 하지만 35년이라는 일제강점기를 겪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그야말로 아픈 역사, 슬픈 역사를 살아내신 역사적 피해자분들이다. 하지만 그 뻔뻔한 그 나라는 사과 한마디 없다.(개인 대 개인으로 말하면 가해자들인데 말이다.) <그날>을 읽으면서 나보다 더긴 시간을, 나보다 더한 치욕을 당하신 그분들께 부끄러워졌다. 만약 내가 작품속의 오순덕 할머니를 인터뷰했어도 “그래도 자네가 나보다는 낫고만.”이라는 말을 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동창한명에게라도 사과를 받았으니까.
[“기억해줘. 오늘 함께한 우리의 이름을. 그리고 꼭 알려줘. 우리가 어떻게 죽었는지. 우리가 얼마나 억울하게 살아갔는지를.” 273쪽]
오순덕, 하춘희 그리고 그녀들의 친구들은 공장취직이라는 말에 속아서 혹은 고문을 당하던 중 강제로 위안소라는 끔찍한 장소에 끌려온 피해자들이다. 일본군은 그녀들을 성노리개 취급하는 것도 모자라서 독립군들의 기습을 받거나 패한 날이면 집단 구타를 일삼고 임신을 하거나 성병에 걸리면 배를 갈라서 태아를 꺼내거나 수은을 주입했다. 후퇴를 앞둔 그날도 위안소 안을 밀고 들어와 죄 없는 여자들을 무참히 찔러 죽였다. 하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생존해있는 그녀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지 않는다.
[내가 네놈 때문에 소록도라는 놈을 용서한다.
우리는 죽였지만 네놈은 꼬부랑 할아비가 될 때가지 살려줬으니 이제 욕하지 않으련다. 280쪽]
한센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같은 조선인들에게도 버려진 환우들은 소록도에 갇혀서 폭행과 강제노역을 당했다. 뿐만 아니라 단종을 당했고 죽으면 해부를 당하고 화장되어 아무 곳에나 뿌려졌다. 오순덕의 정혼자 서수철도 탈출하다 잡혀서 마취도 없이 거세를 당했고 수철과 노인의 딸의 탈출을 도운 노인과 아낙은 도끼로 맞아서, 철사에 똘똘 감겨서 죽었다. 그리고 시신 해부를 당하고 화장을 당해 산기슭에 뿌려졌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약 조선인들이 환센병 환우들을 보듬었다면 그들이 소록도에서 3번 죽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서수철과 오순덕은 서로가 위안부로 갔다는 사실과 한센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른 척하고 거짓 편지를 주고받았고 둘은 행복했다. 몸이 약한 순덕을 위해 의술을 배워 의원이 된 수철이기에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순덕에게 미안했고, 더러운 일본군에 의해 몸이 더럽혀졌다는 생각에 사랑하는 수철에게 미안했다. 수철은 강제적 거세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어 순덕에게 이별을 말하는 편지를 보내고 순덕도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어서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74년 후에…….
-마레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