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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이 두렵다 - 소년과 학교, 진실을 둘러싼 그들의 싸움 ㅣ 북멘토 가치동화 10
곽옥미 지음, 신경민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다수가 진실인 세상 나도 두렵다
<나는 사람이 두렵다>는 10년 전쯤에 일어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써진 슬픈 동화이다. 장소는 초등학교, 가해자는 담임선생님이라는 사람이란다. 딱 10년 전으로 가정한다면 내가 20대 중반에 접어들기 직전인 2004년인데…….
몇 년 전에 TV프로그램에서 본 사연에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아주머니가 현지 남자아이 성기를 만지다가 법정에 섰다. 그 아주머니는 예뻐서 만진 건데 억울하다고, 미국인 부모들은 성추행이라고 주장했었다. 책속의 가해자는 옛날 할아버지들이 손자를 예뻐하는 마음으로 만졌다고 변명했다. 나는 앞에서 말한 아주머니나 책속의 담임선생이나 똑같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그리고 남자아이라도 예민한 부분은 타인들이 절대 만져서는 안 되니까.
[“어쩌다 보니 선생님 편을 적극적으로 드는 집 아이들만 조사대상이 됐어요. 이 일을 어쩌면 좋지요?”
형사아저씨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다수가 꼭 정의는 아닙니다.” 92쪽]
1년 전이었던가? 형사들이 출연했던 어느 프로그램에서 학교폭력, 왕따 사건을 주제로(정확하게는 청소년 범죄가 주제였다.) 한 형사가 말했다. “장난으로 그랬다고들 하는데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습니다.”
비록 서로 다른 사건이지만 그때의 TV속에 형사와 책속에 준우의 담당형사가 피해자의 편에 서서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부분이 많이 닮아있는 것 같아서 적어봤다.(다수가 진실인 세상이 씁쓸해서 적어봤다는 표현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처음에는 친구들끼리 담임선생님이 변태 같다며 욕하고 주인공 준우의 엄마에게도 자신들의 성기를 수십 번 만진 것 같다며 솔직하게 털어놓았던 아이들이 각자 부모들과 말을 맞추고 준우의 편을 들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담임선생 편에 서서 학교에서는 준우를 왕따시키고 준우의 가족들을 돈 때문에 신고한 거짓말쟁이로 몰았다. 이유는 그동안 공들인 선생이라 이제 와서 바꿀 수 없다는 거다. 그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면 가해자를 두둔할 것을 강요한 자신들을 원망할 텐데 그야말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학부모들이다.
게다가 가재는 게 편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교장, 교육청 그리고 검사까지 피해자인 준우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선생님을 해서는 안 되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168쪽]
4학년이 끝나고 5학년이 되어서야 1년 전에 같은 반이었던 여자아이 은진이가 준우의 편에 서서 솔직하게 증언을 해주었다.(목격자로서 말이다.) 어린 아이들의 성기를 아프게 만지고 체벌로 스트레스를 푸는 선생이라니 은진이의 말대로 선생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500만원 벌금형이라니 정말 솜방망이 처벌이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피해아동 부모들끼리 똘똘 뭉쳤더라면 가해자를 처벌하는 시간도 줄어들었을 테고(2심 재판까지는 안 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준우와 준우의 가족들의 아픔도 줄어들지 않았을까?
[상담선생님은 자신의 가슴속에 숨어 있던 상처들이 다시 욱신거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이와 자신은 상처투성이라는 점에서 많이 닮아 있었다. 175쪽]
마지막 목차인 <오후 햇살>에서는 처음에는 5년째 은둔생활을 하는 소년을 준우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난 후에는 상담선생님이 준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0년도 훨씬 넘는 시간이 흘러서 상담선생님이 된 준우가 상처투성이인 자신을 닮은 아이들을 찾아다니는 어른이 되었을 거라고 말이다.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