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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블랙컨슈머였어! - 제12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푸른도서관 70
윤영선 외 3인 지음 / 푸른책들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청소년이 본 어른들의 모습은?
집과 학교 사이 어디쯤_ 이인아
꼬이기만 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들에서 도망치고 싶은 서린이 이야기
[학교에서 보는 시험은 그래도 양심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어떻게 푸는지 미리 배우고 문제를 던져 주지 않나. 하지만 엄마도 아빠도 내게 그 지겨운 문제들을 던져 줄 때 그러지 않았다. 19~20쪽]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고, 재혼한 아빠와 같이 살고 싶지 않아서 혼자 생활하는 지금이 서린이에게는 인생시험기간이다. 하필 이때 뒤에서 쑥덕거리기 좋아하는 째진 눈 패거리들의 시비로 주먹다짐을 하다가 얼굴이 상처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기까지 한다. 분한 마음에 다음날 아침 학교에 가기 싫어서 잡아탄 버스 안에서는 계속 말을 거는 재수탱이를(서린이가 나쁜 생각 할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 같다.) 만나더니 다른 여자에게로 가버린 아빠에게 잔소리를 들은 날 밤에는 집에도 들어가기 싫어서 버스를 집어 타고내린 낯선 곳에서 수학문제 두 개 틀리고 울던 전교1등과 마주친다.
터치라인_ 이수종
15살 외계인 ‘피피’가 본 지구인들의 모습
[지구에서는 여자이거나 나이가 어리면 아랫사람이고, 나머지는 윗사람인가 보다. 똑같은 높이에 살면서 위아래를 구분하는 습성이 신기했다. 우리 별에서는 여자든 남자든, 어린이든 어른이든 다 똑같이 자유로운 존재다. 자유로움 속에서 자신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은 모든 부모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교육이다. 이러한 교육과 이념이 우리 별의 존엄성을 지켜 준다고 믿는다. 50~51쪽]
지구로 여행 왔다가 인간에게 잡힌15살 외계인 ‘피피’가 유리 벽 사이로 본 지구인의 모습은 치열한 경쟁사회와 계급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성별이나 나이로 상대편을 누르고, 이기고 지는 사회가 외계인의 눈에는 신기하기만하다. 하지만 공개 해부위기에 놓였던 자신을 터치라인에서 벗어나게 해준 얼마 전까지 신입으로 불렸던 띨빵으로(어리거나 제일 직급이 낮다고 별명 좀 부리지 맙시다.) 인해 아름답고 매력적인 별로 기억하게 된다.
교무실에 가본 적이 없는 초등학교 때와 교무실에 갈일이 별로 없었던 중학교 때까지는 어른들 세계는 동등한줄 알았다. 고등학교 때는 환경부라는 부서의 특성상 나는 청소시간마다 교무실에 가야했는데 교사들도 같은 직급, 같은 나이끼리 동등할 뿐 부장급 교사들에게는 예대하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1학년 때 소풍날 전철 안에서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 못 앉아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나에게 “내가 네 담임선생님보다 나이 더 많아.”라는 발언을 했던 다른 반 담임(2학년 때 근철이를 강제 전학시킨 교사다.), “다른 선생님들은 내가 나이로 밀어붙일 수 있지만 정운주 선생님은 나도 무서워.”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애들 사이에서 미친 듯이라 불렸던 2학년 주임을 두고 했던 말이다.
나는 블랙컨슈머였어!_ 윤영선
비겁한 교사들의 거짓말로 퇴학위기에 놓인 태욱이 이야기
[“내년부터 고등학교 선택제잖아. 너 퇴학 시킨 거 ‘우리 학교에 나쁜 학생은 없다. 그런 학생이 있다면 단칼에 친다.’ 이런 이미지 만들려고 짜른 거래. 너 희생당한 거야. 너무 기막히지 않니?” 130쪽]
없는 잘못까지 만들어내 학생이 수업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했던 영어교사, 반 아이들이 경위서를 썼다는 거짓말과 함께 태욱이를 흉악범 취급한 학생 부장 교사, 세반이나 돌아다니면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발언을 한 교감. 모두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다음해에 많은 신입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재학생 한명을 희생시키려다 인터넷 기사에 올라서 오히려 나쁜 이미지만 만들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곤란해지니 다시 초임교사인 영어교사의 미숙함으로 떠넘겼으니 비겁한 사람들이기도하다.
그래도 태욱이는 부모님과 주변사람들의 도움으로 관내전학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내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근철이는 전출전학으로 잘 다니고 있던 학교에서 쫓겨났다. 유치원 다니던 시절에는 같은 교회에 다녔었고, 초등학교 때와 중학교 때 한 번씩 같은 반을 했었던 동창이었기에 ‘남의 일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당시에도 같은 반이었다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거다.) 친구들과 담배를 피다가 걸린 근철이가 자존심 상한 나머지 벌서는 중에 도망갔고 그 애 담임선생이라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전출전학 시킬 것을 요구했다고 들었다(1학년 때부터 알고 있었던 선생으로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 사건으로 실망했었다.). 그 애는 ‘담배 피다 걸리면 강제전학이다.’의 본보기로 희생당했던 거다. 그래도 주인공 태욱이와 고등학교 동창까지 될 뻔했던 근철이의 공통점은 전학 간 학교가 큰 축복이었다는 거다.
이럴 땐, 매운맛_ 은이결
독약이 되어버린 첫사랑의 아픔을 매운 떡볶이로 달래는 태하 이야기
[아이스크림이 손으로 흘러내린다. 시원 달콤했던 아이스크림에 끈적끈적한 불쾌감만 남았다. 이대로 두면 내 첫사랑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이 될 것만 같다. 180쪽]
이제 막 초등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태하의 눈에는 ‘쌈닭’이라고 불리는 윤아가 앙증맞은 고양이로만 보인다. 연애상담사를 자처한 친구 우진이의 말대로 꽃을 내밀며 나름 로맨틱하게 고백한 후 윤아가 다니는 학원에 등록하고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어느 날부터 윤아는 점점 태하를 피하더니 하필 커플티까지 사서 이벤트를 준비한날에 마음에 드는 선배가 있으니 앞으로는 그냥 친구 하자는 말을 쏟아내고는 가버린다. 사귄지 한 달 만에 달콤했던 시간들이 녹아내린 거다. 이제는 귀엽고 발랄하게만 보였던 윤아의 행동들이 싫다. 학원에서까지 윤아와 같은 교실에 있어야 한다는 것도 독약이나 마찬가지다. 귀여운 14살의 첫사랑을 향한 배신감인거다.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