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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ㅣ 일공일삼 94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 비룡소 / 2014년 9월
평점 :

절대 괜찮지 않아
주경이가 전학 온 친구 명인이의 구두 한 짝을 창밖으로 던진 건 절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며칠을 학교에 결석할 정도로 마음의 병을 앓았던 거다. 매일 초콜릿 심부름을 시키며(그것도 주경이의 돈으로 말이다.) 자신을 놀림거리로 만드는 혜수와 미진이의 진짜 친구가 될 줄 알았고 그 애들의 나쁜 장난을 거절한다면 그 다음에 이어질 더 한 괴롭힘들이 보태질 것이 두려웠던 거다. 셋이 한 장난이라고, 혜수와 미진이가 시킨 거라고 “괜찮아.”로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지만 절대 괜찮지 않았다. 그 구두는 돌아가신 명인이 엄마의 마지막 선물이었고, 구두주인의 반응만보고 돌려주겠다던 구두는 이미 길거리에서 개에게 물어 뜯겼으니까.
[그건 나한테가 아니라 명인이에게 한 사과였다. 혜수가 나에게 사과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기에 없었다. 억울해도 별수 없었다. 내가 당한 게 구두처럼 눈에 보이는 게 아니라서. 103쪽]
선생님 앞에서만 착한 애처럼 굴고 뒤에서는 만만한 애들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 애들을 골라서 보이지 않게 괴롭히는 반장 혜수는 역시나 선생님 앞에서만 보이는 구두사건의 명인이에게만 마음에도 없는 사과를 한다. 하지만 주경이의 엄마에게, 피해자인 주경이에게 혜수의 악행을 들은 선생님도 주경이에게 사과하라는 말은 없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아이들 사이에서도 녹음기가 필요한 걸까? 보이지 않는 괴롭힘의 증거로 이중인격의 못된 아이들이 꼼짝 못하게…….
[물어보고 싶었대요.
“그때 너희들도 나처럼 가슴이 아팠니?”
장난으로 저지른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잊지 못할 상처가 된다는 걸 나는 이런 방식으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습니다. 야단치기보다 상대 입장이 어땠을지 들여다보는 기회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해서요.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구두에 얽힌 슬픈 기억에 대해 말해 준 어느 화가를 위로하기위해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이란 작품을 쓴 것 같다. 화가와 작가 덕분에 덩달아 나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매일 나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남자 짝이 내 신발 한 짝을 어느 구정물속에 버렸고, 중학교 1학년 때는 체육시간이 끝나고 들어와 보니 하복(교복)치마가 없어졌다. 나도 다른 아이들처럼 중학교 와서 처음으로 맞춘 하복이었고, 다른 아이들처럼 선생님 말씀대로 교복 상, 하위를 가지런히 개서 책상위에 올려놓았는데 내 치마만 없어졌다(내가 왕따라는 이유로 말이다.). 나는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찾고 찾다가 수학 선생님이(학생과라 불리는 생활지도과 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주운 펑퍼짐한 치마를 3년 동안이나 허리부분을 세네 단 정도 접어서 입고 다녀야했다(내 치마를 감춘 범인은 3년 동안 재미있었을까? 주경이처럼 미안했을까?). 나도 그 화가처럼 내 치마를 돌려주는 아이들도 없었고, 미안하다고 사과한 아이도 없었다.
나는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고, 이렇게 물어보고 싶다.
“그때 나에게 왜 그랬니?”, “그때 그래서 정말 재미있었니?”
그래도 책속에서는 정의가 이겨서 다행이다. 늘 혼자였던 주경이에게는 학예회날 같이 무대 위에 올라갈 세 명의 친구가 생겼고,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혜수는 늘 관심 있어 하던 현수에게 무시당했으니까 말이다.
-한우리 북카페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