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라, 점프! 동화는 내 친구 76
하신하 지음, 안은진 그림 / 논장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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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의 특별한 친구 점프

 

점프는 수리가 텔레비전에서 유기견 보호소의 개들의 생활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속의 마구 짖어대는 다른 개들과 달리 혼자 구석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던 개의 이름이다. 그런 점프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꼭 점프여야만 했다. 잔뜩 웅크리고 있던 개가 일어나 뛰기를 바라며 유기견 보호소에서 보자마자 점프라는 이름을 지어준 듯한데 정말 그렇다면 수리의 바람은 이루어진 셈이다. 수리가 낑낑대는 점프의 목사리를 풀어주자마자 뛰기 시작하더니 울타리를 뛰어넘어서 둘은 집 마당에 드러누울 정도로 온 동네를 신나게 뛰었으니까. 그리고 꼭 끌어안은 서로의 심장도 똑같이 빠르게 뛰었으니까.

 

[“점프는 겁이 나서 그러는 거예요. 사람들이 무서워서 짖는 거예요.”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냐?”

아빠가 수리에게 물었다.

수리가 점프에게 다가갔다.

그냥 옆에 있어주면 돼요. 소리치지 말고, 무서운 눈으로 바라보지도 마세요. 털을 쓰다듬고 몸을 안아 주면 더 빨리 진정해요.” 68~69]

 

[“그날 너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는데 이제 생각났다!”

수리는 가만히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왜 점프를 선택했니?”

그냥, 좋아서요.”

한 번 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수리 입에서 이 말이 곧장 튀어나왔다. 수리는 입 안을 잘근잘근 씹지도 않으며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점프는 나를 좋아해요. 나도 점프가 좋아요.” 70~71]

 

떼쓰지 않고 말없이 자기 할 일을 다 하는 게다가 공부도 잘하는 동네에서 얌전아이로 유명한 수리, 동물 보호소에서는 구석에서 잔뜩 웅크리고 캥 소리조차도 내지 못하더니 수리네 집으로 오자 사람만보면 요란하게 짖어 대서 멍청하고 사나운 개로 유명해진 점프. 둘 모두 어린 시절의 나와 똑 닮았다. 착하다는 칭찬이라도 듣기위해 억지양보를 했던, 엄마가 한번 안 된다고 거절하면 더 이상 요구하지 않았던 아이가 나였다. 집에서는 수다쟁이였던 반면 학교에서는 조용한 아이라고 칭찬을 듣곤 했는데 사실 나는 학기초반에는 주변에 앉은 애들하고 곧잘 말을 섞는 아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3학년 때 내 뒤에 앉았던 같은 교회아이와 떠들고 놀곤 했던 나를 담임이 맨 앞으로 앉힌 후부터 기가 죽어서 얌전한 아이가 된 거다.(“뒤돌아 보지마라.”, “뒤통수를 보여주지 말고 예쁜 얼굴을 보여줘라.”라는 말을 듣지 않았던 게 이유였다.) 그 순간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나는 교사들에게는 조용한 아이라는 칭찬을 들었고 반 애들에게 나의 첫 이미지는 말 없는 애였다.(나는 공부를 못했기에 차라리 조용한 아이인편이 나았다.)

나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나에게만 문제점을 찾으려했던 어른들에게 엄마가 없는 틈을 타서 대들고, 아이들에게 받은 놀림들, 비웃음, 신체적인 폭력으로 인해 톡 쏘는 말투에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해버렸던 학창시절의 나는 딱 점프이다.

얘 사나운 애야. 조금이라도 건들면 신발주머니로 에이씨! 그러면서 때린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 여자애가 다른 반 애한테 나를 설명한 거다. 그렇게 초등학교 때까지는 사나운 애, 못된 애 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더니 중, 고등학교 때는 싸가지 없다는 폭언을 듣곤 했다. 그래도 중학교 2학년 때 서연이 잘해주면 안 그래.”라고 반 아이들을 향해 말하곤 했던 채진(가명)이는 정말 고마운 애다. 내 내면까지 바라봐줬으니까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애는 때리지 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막대기로 점프를 위협하는 아빠를 향해 때리지 마세요!”라고 아주 큰 소리로 말한 어린 수리처럼 말이다.

 

 

-논장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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