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그건 아물거야
셰인 코이잔 지음, 김경주 옮김 / 아카넷주니어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잔인한 별명을 부르는 것도 폭언이고 폭력이야

 

<아마도 그건 아물 거야>는 공연 시인인 셰인 코이잔의 어린 시절 학원폭력으로 인한 상처를 시작으로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피해자들의 사연이 담긴 시와 세계 예술가 31명의 그림이 만난 작품이다.(이 책의 끝부분에는 31명중 몇몇 예술가들의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담도 담겨있다.) 이틀 만에 140만 조회 수를 기록한 집단 괴롭힘 반대 운동을 일으킨 랩 가사와 전 세계 애니메이터들의 삽화가 만난 동영상이 원작이기도하다.

폭찹이라는 잔인한 별명을 들었던 아이, 못생겼다고 놀림 당했던 아이, ‘뻥뻥이라고 불렸던 아이, 모든 팀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뽑힌 아이 등의 사연을 보는 순간 동변상련을 느끼면서 슬프고 이빨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화가 났다. 다행히도 마지막 부분에서는 가해자들이 틀렸음을 말한다. 그게 바로 제대로 된 위로다. 나 같은 피해자들이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건 좀 잊어버려.”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틀렸어.”이니까.

 

[이렇게 자란 아이는 나뿐만이 아니야

막대기와 돌멩이로 맞은 것도 아닌데 별명 좀 들은 게 뭐 그리 대수냐

그런 말을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마치 뼈가 부러지는 게 놀림 받는 것보다 더 아픈 것처럼

그리고 우린 계속 그런 별명으로 불렸지 18~19]

 

첫 번째 시 주인공은 지금까지도 첫 번째 별명이었던 폭찹이 싫다. 지금의 나는 바보라는 단어를 절대 가벼이 내뱉지 않는다. ‘바보가 내 첫 번째 별명이었으니까. 유아기 때 너무 오랜 시간동안 아파서 다른 아이들보다 공부를 늦게 시작했을 뿐인데 그래서 모든 걸 늦게 알았을 뿐인데 동네 아이들, 교회 아이들, 학교 아이들 모두 나만 보면 바보라고 놀렸다. 게다가 저 글씨 어떻게 읽어?, 뭐 더하기 뭐는 뭐야? 라며 나를 조롱하는 걸 즐겼다.

고등학교 1학년 첫 학기 때 처음으로 우리 집에 놀러왔던 연꽃이는 나와 친해지고 싶어 했었고 나도 그 애가 싫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애가 나에게 ! 이 바보야!”라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때도 나는 바보를 제일 심한 욕으로 여겼기에 그 후부터 연꽃이를 그림자 취급했었다.(연꽃이는 엄청 황당해했었다.) 부모님도 바보’, ‘병신이라는 말은 어른들끼리도 흔히 할 수 있는 말이라며 나를 이해시키기 바빴고 담임선생님도 친구들끼리 이 바보야. 정도는 말하잖아?”라고 되물어봐서 10대 이전의 사연을 털어놓았던 기억이 난다.

 

책을 여러 번 읽고 원작인 TO THIS DAY를 검색해서 동영상도 보았다. 책과 비교해보니 삽화는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내 아물지 않는 학창시절의 아픔들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은 기분은 똑같다. 잔인한 별명을 듣게 될까봐 앞에서 오고 있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기 싫어했던, 반 아이들의 괴롭힘이 지겨워서 자살시도를 했었던, 조별활동을 할 때마다 서로 데리고 가라고 했던 내 모습들 말이다. 나도 곧 작가에게 고맙다고 편지를 쓸 것 같다. 좀 더 덧붙이자면 성인이 되어서 과거에 아이들이 놀려댔던 점을 뺐어도 사람들이 피부가 하얗다 혹은 눈이 예쁘게 생겼다 라며 부러워해도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예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아카넷주니어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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