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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아이 ㅣ 바다로 간 달팽이 16
김미승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9월
평점 :

편견과 차별이 존재하는 세상이 미웠던 아이
[당시 42세였던 궁녀 고대수를 14세의 고래를 닮은 아이 ‘고례’로 그렸다. 누구에게나 살고 있는 그것, 그 거대한 것이 그녀에게도 있었으리라. 조선이라는 세상에서 천덕꾸러기 여자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되었을 내력을 상상해 보았다. -글쓴이의 말 중에서-]
고래의 형상에, 갓난아기 같지 않은 큰 체구로 태어나 축복받지 못하고 불길한 징조로 취급받으며 자라나 13살이 된 ‘고례’는 놀이에 끼워주는 친구들도 없고, 오히려 돌팔매질을 당하고, 아버지에게 조차도 사랑받지 못했다. 어려움에 처한 아이를 도와주어도 고맙다는 말이 아닌 비아냥거림과 또래 사내아이보다 더 많은 나무를 해 날라도 칭찬이 아닌 끌끌 혀를 차는 소리뿐이었다. 하지만 고례가 갓난아기였을 때의 약속을 피할 수 없다는 듯이 액막이 궁녀로 들어갔다가 호위궁녀로 발탁해 자신을 총애한 중전마마를 배신할 필요까지 있었을까? 고례를 흉물 취급한 세상이 싫었어도, 처음으로 사귄 착한 친구 덕이가 무참히 짓밟히는 죽음을 당해도 오히려 강자를 보호했던 세상이 싫었어도 말이다.
[“미안하네. 자네 심정이 어떨지 짐작만 할 뿐이네. 지금 이런 세상에선 절대로 자넬 구해 줄 수가 없네……. 그러나 아주 절망은 말게. 내 기필코 자네와 더불어……. 119쪽]
액막이 궁녀의 운명을 막아주지는 못하더라도 중전마마의 호위궁녀로 발탁되었을 때라도 평탄하게 살게 놓아주어야했다고 본다. 고례의 우직함으로 인해 왕비의 총애를 받는다는 이유로 궁궐소식을 전하게 하고 우정국 축하연이 열리는 날 폭약을 터뜨리게 하는 김교리가 긍정적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자주적인 힘을 가진 새로운 세상도 좋지만 많은 사람을 죽이는 일에 가담하게 해야 했을까 싶다.
[아, 이젠 정말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네. 저 아주머니 목소리 언젠가 들었던 것 같아. 맞다! 양반님네 행차에 광주리를 이고 급하게 엎드리다 사과를 다 쏟았던 그 아주머니. 그리고 저기 낡은 군복을 걸쳐 입은 봉두난발의 포졸아저씨, 배곯아 누렇게 뜬 아이와 아낙, 다들 무사했군요. 다행이에요. 그런데 왜 나에게 돌을 던지나요? 187쪽]
시대가 변해도 약자가 오히려 강자의 편에 서는 문화는 변하지 않나보다. 학교에서는 ‘제물포’, ‘에이즈’로 불리는 선생들을 뒷담화 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같은 학생이 아닌 그들의 편에서고, 직장에서는 같은 동료를 감싸주기는커녕 상사답지 않은 상사의 비위를 맞추느라 바쁜 현대인들과 양반의 말발굽에 사과가 밟혔을 때는 울상이 되더니, 밀린 요미를 받지 못해 절규하더니 결정적인 순간에는 고례에게 돌을 던진 아주머니, 봉두난발 부부와 다를 게 없으니까 말이다.
-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