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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한때 놀던 언니 간호사 J와 나이롱환자들의 동고동락
한때 서울 시내 클럽 여기저기를 활보하며 놀던 언니, 간호사 정소정! 책표지로 봐서는 환자들에게 불량스럽게 말하고 병원 복도를 춤추며 거닐 것 같다. 그런데 제일 침착하고 인간적인 모습 덕분에 환자들이 많이 찾는 간호사라니(부르기 쉬운 이름도 한몫 한다.)…….
[물론 밥도 못 먹어가며 환자들을 돌보거나 내 사생활을 모두 빼앗긴 채 일에 몰두하도록 강요받는 것은 부당하다. 나에겐 내 삶이 있고 그것을 즐길 권리가 있다. 그리고 내 직업 또한 그 즐거움 중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병원을 떠나야 할 사람은 개가 아니라 모든 환자들이다. 177쪽]
[누군가 떠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온다. 그 누군가가 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본인이 언제 아프게 될지, 또 어떤 병은 나을지 안 나을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각자가 선 자리에서 낫기 위해, 낫는 걸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 212쪽]
간호사 J, 정소정이 화려하게 놀던 생활을 접고 간호사로 일하게 된 병원은 경기도 외곽에 있는 라모나 병원으로 별명은 ‘나몰라 병원’이다. 별명만큼 병원 사람들, 환자들 모두 평범하지 않다. 간호사 J에게의 기나긴 구애에 실패하자 그녀의 친구 연주와 사귄다는 해명의 문자를 보내는 소심한 닥터 박,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고 깐깐한 게다가 ‘병리해부실’이라 칭한 창고에 옛 여자의 아이를 숨겨놓고 돌보는 간호부장, 결혼식 날 부케를 받아달라고 부탁한 조용하면서도 친절한 오간호사. 공갈자해를 생계수단으로 여기지만 아내 사랑은 각별한 최고 나이롱환자 조강배, 사람이 그리워서 병원을 찾는 그리고 서로 앙숙인 유자 할머니와 순복 할머니, 불법 채류자 미스터 연어씨. 진짜 환자는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중인 중민이로 미혼모의 아들에 잘생긴 외모로 많은 여학생이 찾아오곤 한다. 간호사 J의 사생활과 일터인 병원 생활을 오가며 풀어낸 이야기로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단어는 ‘외로움’이랄까? ‘외로움’ 때문에 동거 하게 된 음식 배달부 동석과 서로 다른 결혼 관념으로 헤어지고, 늘 코믹할 줄로만 알았던 나몰라 병원에 유자 할머니의 재산이 탐이나 간병을 자처한 오유진의 투신자살을 목격되는 간호사 J는 오히려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도 놀라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더 충격을 받기도하는 위기가 찾아오지만 어리광은 그만 부리자고 굳게 마음먹고 병원에 계속 남기로 한다. 현재의 병원을 떠나면 훗날에는 간호사의 일을 아주 포기해 버릴지도 모르니까.
아픈 환자들의 예민함을 견디고 동정이 아닌 냉정함이 필요한 직업 간호사. 늘 감정에 치우치는 나는 아마 수억을 줘도 못할 것 같다.
-답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