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의 도공 동이 ㅣ 한무릎읽기
윤자명 지음, 백대승 그림 / 크레용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꿋꿋하게 버텨냈을 조선의 도공들
[1592년 일본의 침략으로 시작된 임진왜란은 조선 시대에 일어난 가장 큰 전쟁이었습니다. 전쟁은 삽시간에 나라 전체를 아비규환의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지요.
지리산 아래 도자기를 만드는 조용한 산골 마을에도 적군이 들이닥쳤습니다. 그 마을에 살던 도공들은 모두 일본으로 끌려가게 되었지요. 임진왜란은 앞선 우리 문화를 빼앗기 위한 전쟁이기도 했습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조선의 도공 동이>를 접하고 일본이 우리나라 도공들을 끌고가서 도자기를 만들어내라고 다그치고 협박했다는 걸 처음 알았다.(학창시절의 내가 국사시간에 졸고 있느라 못 들었을 거다.) 예술인들까지 빼앗아 갔다니……. 또 한편으로는 “어쩌면 도공인 것이 다행인지도 모르지. 같이 끌려온 조선 사람들은 이미 먼 나라에 노예로 팔려 갔다는데…….”라는 마조장의 중얼거림에 공감되다가도 그 후로 모국에 돌아오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잔인하다.’이 네 글자가 떠오를 뿐이다.
가마터에 버려져 심도공 부부에게 길러진 동이는 낳아준 어머니의 병세가 갑자기 나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장정을 따라 은을암으로 찾아가지만 어머니는 이미 세상을 떠난 후였다. 동이는 혜암스님에게 건네받은 어머니의 유품을 안고 달샘마을로 돌아오지만 또 하나의 불행이 기다렸다는 듯이 심도공의 식구들과 함께 왜병들의 포로가 된다. 포로들로 가득한 배안에서의 채찍소리, 무심코 열게 된 궤짝 안에 담긴 잘린 사람의 머리, 설사병에 걸린 어린아이를 바다에 던지려는 왜병들의 모습 등, 그들의 잔인함은 악몽여행이나 마찬가지다. 조선 도공들이 붙잡혀 살게 된 왜나라의 땅에서 고향에서도 온갖 힘든 일을 떠맡기며 심술을 부리던 심도공의 아들 용수가 동이의 어머니 유품인 그릇을 왜나라에 바치고 사무라이가 되는데…….(낯선 땅에 끌고 온 왜병들보다 더 악독하다고 본다.)
[“보아라. 이 풀씨는 스스로가 원해서 여기에 날아온 것이 아닐 것이다. 바람에 실려서 혹은 비가 데려다 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풀은 자신의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돌 틈에다 뿌리를 내리고 잎을 틔웠잖느냐. 있는 힘을 다해 살아가는 거지. 머잖아 꽃도 피우고 씨도 맺을 것이다.”
말을 마친 심 도공은 동이와 용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한없이 따뜻했다. 동이는 허리를 굽히고 한참 동안 풀포기를 들여다보며 생각했다.
‘그래, 나도 스스로가 원해서 왜나라에 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조선의 도공으로 있는 힘을 다해 살아갈 것이다.’ 206~207쪽]
-크레용하우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