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0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20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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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경자년을 맞이하여 한 해의 흐름을 파악하려 트렌드 소개서 중 가장 유명하고 무난한 책을 하나 골랐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나온 김난도 외 여러 연구원들이 쓴 <트렌트 코리아 2020>(미래의 창)이다. 이 분석센터의 특징은 매해 트렌드를 그해의 띠와 관련시켜 소개한다는 점이다. 올해는 쥐의 해라서, 이들이 내놓은 10개의 트렌드는 마이티 마이스(MIGHTY MICE)이다. 그 열개의 대문자로 시작되는 2020년 트렌드는 다음과 같다.

 

Me and Myselves 멀티 페르소나

Immediate Satisfaction: the ‘Last Fit Economy’ 라스트핏 이코노미

Goodness and Fairness 페어 플레이어

Here and Now: the ‘Streaming Life’ 스트리밍 라이프

Technology of Hyper-personalization 초개인화 기술

You’re with Us, ‘Fansumer’ 팬슈머

Make or Break, Specialize or Die 특화생존

Iridescent OPAL: the New 5060 Generation 오팔세대

Convenience as a Premium 편리미엄

Elevate Yourself 업글인간

 

이 중 내 눈에 띤 것은 멀티 페르소나, 오팔세대, 업글인간이다. 필자는 2020년이 하나의 인격이 아닌 다양한 캐릭터로 무장한 확장자아의 시대, 58개띠로 불리는 5060세대가 신노년층을 형성하며 오팔보석처첨 액티브하게 삶을 살아가는 시대, 어제의 나보다 더 나아진 오늘의 나를 꿈꾸는 업글인간이 핫한 몸과 딥한 취미와 힙한 지식으로 무장한 시대라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를 달리 해석하면 정체성을 상실한 채, 아직도 욕망이 가라 앉지 않고, 끊임없이 현재의 자기를 부정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시대라고도 말할 수 있다. 빛 이면에 있는 그림자를 본 것 일까? 슬픈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본 듯도 하다는 생각에 이런저런 상념에 잠긴다. 나는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p.s. 어쨌든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효용성은 충분하다.


2009년 ‘스펙을 높여라’ 키워드에서 ‘Better me(더 나은 나)’ 뒤에 생략된 말이 ‘than other(남보다)’였다면, 현재 업글인간이 지향하는 ‘Better me’ 뒤에 숨겨진 말은 ‘than yesterday(어제보다)’라고 할 수 있다. 업글인간의 성장 동기는 타인과의 경쟁에서 오는 불안이 아니라, 어제보다 못한 내 미래의 모습에 대한 불안이다. 업글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대 진학이나 대기업 입사와 같은 ‘성공’이 아니다. 스펙 경쟁으로 뚫은 관문은 잠시 동안의 사회적 지위를 보장하지만 영원히 의미 있는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업글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고 나의 자산으로 남아 확실한 내일을 보장하는 ‘성장’이다.(4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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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 - 기울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인생을 만나다 내 인생의 사서四書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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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논어가 필요한 시간(2011, 21세기북스)을 쓴 신정근 교수가 2015년에는 청소년용으로 중용, 극단의 시대를 넘어 균형의 시대로(사계절)을 쓰더니 201912월에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2019, 21세기북스)를 써서 돌아왔다, 물론 신정근 교수는 이외에도 수많은 책을 썼지만, 오늘은 중용에 주목한다.

오십이라면 천명(天命)을 알아야할 시간,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이다. 인생 100세 시대라면 남은 반절의 삶을 잘 살기 위해 자신을 점검해봐야 한다고, 50세가 낀 세대라 볼 수 있지만 이 세대와 저 세대를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세대라고 저자는 말한다. 중용의 50대는 자기 자신의 진실을 만나야 한다. 자기 자신을 만나, 흔들리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편안하게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저자는 그렇게 말한다.

논어가 흩어져 있는 사상이라면, 중용은 모아놓은 사상이다. 사상의 핵심이다. 논어가 바다라면, 중용은 바다에서 주운 소중한 것들이다. 송대 사상가 주희가 사서운동을 전개하면서,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순으로 읽으라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었다. 나 나름 항해에 비유하자면, 대학에서 학문의 바다로 떠날 준비를 하고, 논어라는 학문의 바다에 빠져 들어가, 맹자라는 항해사를 만나 온갖 난관을 극복하고, 중용에 도착하여 항해의 비결을 정리한다. 세대별로 정리하자면, 20대가 대학, 30대가 논어, 40대가 맹자, 50대가 중용이라면 딱 맞았을 텐데. 아닌가? 좌충우돌하는 30대가 맹자에 가깝다면 신정근의 정리도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삶의 바다에 한 번쯤은 빠져서 헤맸다가 돌아온 경험이 있는 세대가 50대라면 오십, 중용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은 참으로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이 책은 제목이 그렇다는 것이지, 50대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흔들리고, 지나치고 모자란 삶을 살아가는 것이 어찌 비단 50대 만이랴. 마음에 중심을 잡고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모든 세대가 읽어도 좋은 책이다.

 

p.s. 나는 신정근의 팬이다. 그의 글은 차분하고, 집요하며, 논리적이고, 따뜻하다. 그는 참으로 괜찮은 학인(學人)이다. 이런 분들이 있는 인문학 세계가 참으로 좋다.


"『중용』 하면 평온하고 차분한 이야기가 나오리라 예상할 수 있다. 『중용』은 극단이 판을 치는 ‘소은행괴(素隱行怪)’의 세상에서 주위에 널려 있고 누구라도 실천할 수 있는 평범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쉰의 나이도 조명이 쏟아지는 특별(特別)하고 화려함보다 공기처럼 편안하고 일상처럼 부담 없는 보통(普通)에 다시 눈이 가는 때다. 보통이 결국 오래가기 때문이다. 『중용』과 쉰의 나이는 평범함에서 잘 어울린다."(21쪽)

"도대체 무엇이 하루 몇 분이라도 자신을 돌이켜보지 못하게 할까? 그것은 바로 일상의 비정상화다. 우리가 일상을 정상으로 돌려놓으려면 시간에 맞춰 살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이끌어가며 살 필요가 있다. 먼저 하루 얼마의 시간이라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 아울러 내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안에 불빛을 비춰 부끄러워할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마음은 숨길 곳이 아니라 자주 들여다봐야 할 곳이다."(1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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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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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이른바 지대넓얕) 시리즈로 유명한 채사상이 최근에 쓴 책은 지대넓얕 0. 이원론적 세계관 이전의 일원론적 세계관을 소개하는 이 책은 두께도 만만치 않고 읽기도 만만치 않다. 채사장은 이원론이 지배하는 현대사회를 넘어서는 철학적 방법론으로 일원론을 이야기하면서, 주로 종교세계를 소개한다. 다뤄진 연대기도 우주의 탄생부터 거의 모든 종교를 망라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채사상의 이 책보다는 1년 전에 나온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연초에 읽을만한 책으로 소개하고 싶다. 이 책의 부제는 ,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이다. 앞의 책에서는 작가를 느낄 수 없지만, 이 책은 작가의 모습이, 고민이, 도달한 지점이 선명히 드러난다. 작가 자신이 빠진 책과 작가가 충분히 개입한 책 중 어느 책이 좋은 책이냐는 사람마다 다르고, 주제마다 다르겠지만, 요즘 나는 작가의 모습이 드러난 책을 선호하는 편이다. 다른 책이 교양에 해당하는 책이라면, 이 책은 차라리 고백과 깨달음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책이 다루는 주제는 철학의 근본주제이다. 삶과 죽음, 주체와 대상, 앎과 실천. 이 근본주제가 무겁지 않게 작가의 일상적 삶으로부터 출발하여 동심원을 그리며 확장된다. 이런 접근법도 가독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채사장은 적어도 대중이 원하는 글쓰기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언어가 갖는 한계도 명확히 알고 있는 영민한 작가이다. 그와 나는 나와바리(?)가 같아서, 내가 아는 지인은 채사장이 난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아니다. 그는 밀리언셀러 작가고 나는 그냥 생계형 작가다. 그렇지만, 좋은 책은 내 책이 아니더라도 널리 읽었으면 좋겠다.


"만남이란 놀라운 사건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넘어선다. 그것은 차라리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가깝다. 너를 안는다는 것은 나의 둥근 원 안으로 너의 원이 침투해 들어오는 것을 감내하는 것이며, 너의 세계의 파도가 내 세계의 해안을 잠식하는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일 거다. 폭풍 같은 시간을 함께하고 결국은 다시 혼자가 된 사람의 눈동자가 더 깊어진 까닭은. 이제 그의 세계는 휩쓸고 지나간 다른 세계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더 풍요로워지며, 그렇기에 더욱 아름다워진다.
헤어짐이 반드시 안타까운 것은 아니다. 그것은 실패도 낭비도 아니다. 시간이 흘러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았을 때, 내 세계의 해안을 따라 한번 걸어보라. 그곳에는 그의 세계가 남겨놓은 시간과 이야기와 성숙과 이해가 조개껍질이 되어 모래사장을 보석처럼 빛나게 하고 있을 테니."(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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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신난 도시농부, 흙을 꿈꾸다 - 정화진 산문집
정화진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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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농업을? 이것은 취미가 아니라 삶의 보살피는 방법임을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귀농은 장소의 변경이 아니라 삶의 변화의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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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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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주에 이영남 교우의 강연도중 소개한 책인 로버트 존슨의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에코와 서재)를 읽었습니다. 141쪽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 다루고 있는 내용은 두꺼웠습니다.

2.
책을 읽으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이 있었습니다.
- 나의 종교생활과 일상생활은 왜 일치하지 않는가?
- 나의 욕망과 현실은 왜 일치하지 않는가?
- 내가 만들어온 자아ego는 무엇을 희생하였는가?
- 나는 왜 나의 문제를 남에게 전가했는가?
- 나는 참다운 나self를 발견했는가?
- 나의 어두운 그늘shadow은 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 종교는 나에게 어떠한 삶의 태도의 변화를 주었는가?
- 해야할 일을 외면하고 빈둥대다가 괴로워한 적은 없는가?
- 죄책감에 사로잡혀 무기력해진 적은 없는가?
- 나는 가족 간의 관계를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가?
- 선한 쪽으로만 나를 다그친 적은 없었던가?
- 내가 하는 일이 다른 사람을 괴롭힌 적은 없는가?
- 나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한 적은 없는가?
- 상대방이 기대치에 미치지 않아 실망한 적은 없는가?

3.
이 얇은 책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하나의 통찰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값싼 방법론이 아니라 삶을 온전히 이루기 위한 태도의 변화입니다. 칼 융의 "나는 선한good 사람이 되기보다 온전한whole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의 의미를 책을 읽는 동안 깨닫게 됩니다. 내 안에 싸우는 자아ego와 그림자shadow의 모순을 역설로 통합시켜 온전한 자기self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이 신화의 길이며 종교의 길임을 알려줍니다.

4.
기억하기 위해 접어놓은 부분을 하나 소개합니다.

"한 가치와 그것에 반하는 다른 가치가 신경증적 싸움을 하는 대신, 두 가치를 다 허용해서 역설이라는 숭고한 상태에 도달하는 것이다. 이기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지는 것도 괜찮다. 가진 것도 좋지만,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는 것도 좋다. 자유는 좋은 것이지만 권위를 받아들이는 것 또한 괜찮다. 우리 삶에 등장하는 요소들을 이 역설저인 방식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일련의 온전하고 새로운 가능성들이 펼쳐진다. 대극적인 것을 서로 반대라고 말하지 말자. 이 대극적인 것들이 인간의 한계상황에서 신이라는 실체와 만날 수 있도록 보완해준다. 두 상반된 목록에서 한쪽은 세속적이고 다른 쪽은 종교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두 신의 진실을 나타내는 것이란 생각을 하도록 우리 스스로 훈련해야 한다."(109쪽)

5.
이 책을 소개해 준 이영남 교우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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