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경제 너머를 꿈꾸다 - 공플 철학교실 1
윤영실 지음 / 디딤돌(단행본)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1.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 대하여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어떻게 형성되었고, 그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자본주의 이전에는 어떠한 삶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의 본질을 파헤친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이 있지만, 이 책은 워낙 어렵기로 소문이 나있어서 선뜻 손에 가지 않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주의 너머를 꿈꾸는 것은 오랜 변혁운동의 과제였습니다. 그러한 과제는 사실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확인하면서 많이 좌절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운동의 중심은 합리적이고 절차적인 민주주의의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일지도 모른다는 좌절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근본적인 비판보다는 현실가능한 대안을 내놓으라는 엄포와 함께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딴 세상의 얘기처럼 취급되기도 합니다.


2.

과연 그런 것일까요? 저는 무기력과 좌절, 또는 방향을 잃은 분노 대신에 우리가 선택해야할 것은 근원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보면 철학적이고 윤리적인 성찰에 해당하는 이러한 활동은 학자들의 몫이 아니라 억눌린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민중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상황을 돌파하는 힘은 방법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힘에 있습니다. 방법론은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제가 지금부터 소개하는 책은 학생들을 위해서 저술되었지만, 일반인이 읽기에도 충분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윤영실이 쓴 󰡔선물-경제 너머를 꿈꾸다󰡕(디딤돌)은 바로 그러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입니다.

물론 저는 이 책이 우리 삶의 근본문제에 대한 해답을 총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자 역시 그런 것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을 것입니다. 책의 형식(동화 형식)과 분량(220쪽 안팎) 상 한계를 염두에 두고 읽으셔야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미덕은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미덕은 책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깊이 있는 독서를 가능하게 만드는 안내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겠지만, 충분히 맛있는 첫술이 되리라 믿습니다.


3. 

이 책은 질문의 책입니다. 그 질문의 시작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두가 똑같은 꿈을 꾸며 살아갈까?” 하나같이 경쟁에서의 승리와 경제에서의 부유를 꿈꾸는 것은 과연 인류의 삶에서 정상적인 것일까? 그에 뒤이은 질문들은 이렇습니다. 무엇이 우리를 가난하게 하는가? 발전이란 무엇인가? 신의 땅은 어떻게 인간의 소유가 되었는가? 경쟁만이 살 길인가?


어찌 보면 어렵고 딱딱한 질문들은 네모를 주인공으로 하여 다양한 동화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가상의 세계 속에서 갈피를 찾고 답들을 찾아갑니다. 그 답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다양한 경제용어를 덤으로 익히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의 비밀이 하나하나 드러납니다.


4. 

이 책의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대안적 행위로 ‘선물’을 이야기합니다. 어찌 보면 어처구니없는 대안 같은 이 ‘선물’ 요법은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서 오랜 기간 동안 실현되었고, 실현되고 있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한 곳으로만 축적되는 자본의 역사와는 다른 순환과 축제가 가능한 선물의 역사를 알게 됩니다. 선물은 기계적이고 이분법적인 세계관을 너머 총체적 세계관으로 이끌기도 합니다. 다음 글을 읽어볼까요.


“원주민들은 하우란 선물되는 물건의 영이자, 조상의 영이자, 숲의 영이라고 여기지. 여기에는 모든 자연물이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깃들여 있는 것일세. 이런 믿음을 단순히 미신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네. 과학적 이성에 바탕을 둔 오늘날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관에 기반을 두고 있을 뿐인 거지. 그건 경제가 삶의 다른 부분들과 분리되어 있지 않은 건 물론이요. 인간과 자연, 정령이 분화되지 않은 총체적 세계관이라네. 하우를 믿는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말을 한다고 여긴다네. 신도, 정령도, 새와 들짐승도, 풀과 나무와 꽃도, 하다못해 들판에 나뒹구는 돌멩이 하나, 머리를 스치는 바람 한 점까지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일세.”


저자는 ‘존재가 선물이 되는 세계를 꿈꾸며’ 동화여행을 마칩니다. 여행의 시작은 질문으로 시작되지만, 여행의 끝은 꿈으로 끝납니다. 그 질문과 꿈의 세계가 또한 우리의 세계가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5. 

이 책은 읽고 나서 아이들에게 선물을 해줘도 좋을 듯싶습니다. 물론 중고생 정도는 되어야겠지만요.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각각의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지역통화운동에 대하여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제 쓸모없는 사람은 없다󰡕(에드가 킨 지음/ 아르케)를 이어 읽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과 소외된 사람들 간의 자본주의 시장경제와는 다른 경제를 실천하고 서로 협력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실증적으로 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아마도 지역운동이나 빈민운동 등을 전개하는 실천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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