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모기만
사람의 피를 빤다.
새끼들을 위해서
결사적으로 덤빈다.

 

피를 빠는 모기는
온몸이 찰 때까지
경건하고 순수하다.
목숨을 다 걸고 나면
남은 몸짓이 없어진다.

 

세상의 소리를 죽이는
피를 빠는 모기의 긴장.
목숨은 빛나는 한 순간의 힘,
죽은 척 살아 있기보다는
살다가 죽고 싶은 힘.

 

수컷 모기는 이슬을 마시고
가는 눈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허둥대는 암컷의 들뜬 눈에는
사랑은 피던가 이슬이던가.

 

늦가을 모기의 날개는 숨어 있는 한숨처럼 멀다.
낮게 날아가는 한 생명의 끝, 아프지도 앓지도 않고
모든 암컷의 모기만
피를 빨다 죽는다.

     - 마종기, '임신한 모기만 사람의 피를 빤다' 전문

                       ***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자신의 목숨을 던지는 것이다. 모기에게도, 사람에게도? 사람에게도!

한 때 위의 시를 잃고 무는 모기를 잡지 못했던 적이 있다. 어리석은 짓이었을까? 지혜로운 행위였을까?

지금 이 시간에도 우주가 태어나고 우주가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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