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철학-살기


   이런 이야기가 철학과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단 말인가. 젊은 한 시절의 추억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 무슨 효과를 본다는 말인가. 물론  위의 이야기는 나의 젊은 한 시절의 단면을 그린 것이다. 나의 성장과 만남 그리고 헤어짐, 세계관의 세움과 무너짐 그리고 또 다른 세계관의 모색, 확신과 의심, 긍정과 부정.

   위의 이야기는 물론 나 개인의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비단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가 인생의 중요한 사건을 만나고, 그러한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삶의 전환점을 찾아나서게 된다. 사건의 충격이 크면 클수록 방황의 깊이와 넓이도 커지게 된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나는 교회를 등지게 되었다. 그것은 커다란 불행의 시작이었다. 이전의 믿음, 세계를 신의 섭리로 바라보던 그 행복의 해석학을 나는 잃었다. 세상은 모순 투성이었고, 이러한 모순들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는 또하나의 도전이었고 행운이었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스스로 선다는 것. 자신의 생각과 의지에 의하여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 더욱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하나 하나를 깊이 고민하고 모색하며 살아간다는 것. 이렇게 나의 철학살기는 시작되었다.

   철학을 전공하기보다는 철학을 살아가는 것. 자신에게 던져진 문제들에 용감하게 맞서는 것. 때로 좌절하더라도 다시 일어서는 것. 어쩌면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이러한 철학-살기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자신의 생각이 통째로 틀리다는 생각이 들 때, 자신이 받아온 과거의 교육이 틀렸다는 생각이 들 때,  세상이 온통 모순 투성이로만 보일 때, 고민의 고민은 꼬리를 물고 생겨나지만 좀처럼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을 때라도 우리는 행복하다. 맑스에 의하면,“인류는 오직 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만을 내놓”기 때문이다.


   철학은 물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해결사가 아니다. 그러나 철학은 당대의 중요한 문제들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돌파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그러한 노력에 우리가 동참한다면 우리는 이미 철학에 들어선 것이다.

   그러나 -잠깐!- 철학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기서 우리가 해야할 작업이 있다. 철학을 공부하면서 범하기 쉬운 오류를 점검하는 것이다. 싸움터에 나서는 병사가 자신의 무기를 점검하듯이. 그 점검을 위하여 나는 세개의 우화를 준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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