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와 이크의 책 읽기
이권우 지음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 2003년 2월
평점 :
품절


책을 읽는 즐거움 중 색다른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처음의 관심사와는 다르게 샛길로 빠지는 것이다. 문학책을 읽다가 거기에 인용된 철학서적에 매력을 느껴 철학으로 빠지기도 하고, 철학책을 읽다가 거기에 나온 그림에 빠져 미술에 대한 책을 읽게되고, 미술에 대한 책을 읽다가 음악으로, 음악에서 사회학으로, 사회학에서 미학으로, 미학에서 철학으로, 철학에서 다시 문학으로 이렇게 종횡무진하다보면 끊어진 다리가 이어지듯이 동떨어진 영역들이 한줄로 묶인다. 물론 그 줄은 느슨하고 성기며 가늘지만.

근래들어 책을 읽고 소개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생겼고, 책을 소개하는 책들도 많이 양상되고 있다. 일종의 책읽기 책이라고 할수 있는 이런 책들은 나름대로 양서를 선택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마다 양서를 선택하는 기준이 있을터이지만, 나의 선택기준은 쫀쫀한 편은 아니다. 나는 한 책에서 하나의 아이디어, 하나의 깨달음, 하나의 지적흥분, 하나의 정보만 얻어도 그 책을 산 값은 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각종 책읽기 서적이 난무하지만 다 사볼 수 있는 처지는 못되니, 눈에 띄는 대로 한권을 샀다. 이권우씨가 쓴 <각주와 이크의 책읽기>(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이다. 표지에 큼직한 제목과 더불어 이런 글이 깨알같이 새겨져 있다. “ 아직은 애벌레이지만 찬란한 비상의 꿈을 꾸고 있는 이땅의 모든 책벌레들에게 도서평론가 이권우가 전하는 독서예찬. 이 책을 펼치는 순건, 당신은 독서라는 이름의 성채(城砦)에 사로잡힌다.” 두 번째 문장이 다소 과장된 듯하여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흔쾌히 만원을 투척하여 샀다. 지불비용에 비해 책이 두툼한 것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독백에 해당하는 ‘각주의 책읽기’보다는 대화에 해당하는 ‘이크의 책읽기’를 선호하는데, 이때 ‘이크’란 순수 우리 감탄사에 해당한다. 이크! 이런 것을 몰랐다니. 이크! 놀랍군 등등의. 책속에는 지은이의 독서에 대한 열정이 곳곳에 숨어있고, 지은이가 선별하여 읽은 책들에 대한 소개가 빽빽하다. 지은이의 문체가 건조해 내 취향은 아니지만, 책읽는 일로 업을 삼은 지은이의 직업관은 참으로 부럽고 부럽다.

나는 이권우씨가 읽은 책을, 아니 그의 느낌을 훔쳐 느끼며, 내가 읽어야 할 책을 고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다음 책을 선별하는 즐거움이 이 책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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