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 - 한 젊은 역사가의 사색 노트
이영남 지음 / 푸른역사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3일 동안 이영남 교우가 쓴 [푸코에게 역사를 배우다](푸른역사)를 읽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드문 영역인, 용어조차 낯선 임상역사가로 활동하는 이영남 교우의 지적 편력기에 해당하는 이 책은 저자가 푸코에게서 무엇을 배웠으며, 그 배움을 통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차분히 알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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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선 푸코의 삶을 역사적으로 추적합니다. 푸코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영역과 왜 그러한 영역에 관심을 가졌는지, 그러한 관심이 어떻게 새로운 역사학적 저술로 쓰여졌는지를 차분히 탐문합니다.
책의 대부분은 푸코에 관한 소개에 할당되어있지만, 그러한 소개 가운데 저자의 고민이 함께 녹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 왜 저자가 임상역사가가 되려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됩니다.
저자가 이해하는 푸코를 거칠게 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푸코는 동성애자였다.
그것은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며 지배담론에서 배제된 계층입니다. 푸코는 삶의 전체 속에서 타자의 문제 - 곧 자신의 문제 - 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2. 푸코는 인문학과 역사학을 하나로 녹였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프랑스의 지적 전통에 속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푸코는 그러한 프랑스 전통을 자신의 것으로 삼아 한층 새로운 영역을 넓혀갑니다.

3. 푸코는 철저한 실증의 모범이 되었다.
푸코는 역사학자로서 '실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자신의 학문의 기초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푸코의 '실증'은 지배적 담론형성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대표적 사료들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대표적 사료가 취급하지 않았던 사료, 그래서 버려지고 감춰졌던 사료의 발굴에 있었습니다.

4. 푸코는 미시역사가였다.
푸코는 아주 작은 사례,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사례로부터 출발하여 그러한 현상이 일어났었던 정치적, 역사적 의미를 묻고, 그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사회적 맥락을 드러내었습니다.

5. 푸코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푸코는 저항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하지만 이때 푸코의 저항은 거대한 사회적 흐름에 대항하는 거대한 담론의 저항이 아니라, 미시적인 차원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저항의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전문가적 지식인으로서의 저항입니다. 세상을 뒤엎는 단 하나의 저항이 아니라, 끝없이 생겨하는 영원한 저항의 일환입니다.

6. 푸코는 고고학과 계보학적 탐사를 실행하였다.
하나의 유물에서 시대상을 읽어내는 것이 고고학이라면, 그러한 유물들이 생겨나게된 원인과 동력을 탐문하는 것이 계보학입니다. 푸코는 타자를 통하여 시대의 지배적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것이 적용되는 모습을 치열하게 탐구했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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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남 교우는 푸코를 소개한 후, 그것의 한국역사학적 적용가능성을 묻습니다. 그리고 푸코의 지식을 선용하여 한국의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합니다. 이 책은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일의 정당성과 필요성을 선전포고하는 일종의 서문격 도서입니다.
이후 이영남 교우의 실질적인 연구작업이 기대됩니다. 아울러 이영남 교우를 우리 교회에 초대하여 푸코의 시선으로 한국교회를 탐문하고, 우리 교회의 나아갈 방향의 실마리를 같이 고민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교회를 떠났으나, 교인보다 더 예수적인 작업을 하고 있는 이영남 교우의 건필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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