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
이수연 지음, 주노 그림 / 소울하우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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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글과 달라 강한 물질성을 띤다. 글로 볼 때는 별로였던 글도 책으로 엮이면 근사해 보인다. 그래서 사람들은 책을 쓰나보다. 나 역시 30여권에 책을 썼으니, 새로 나온 책을 쥐게 될 때 감동도 덜 하련만. 매번 새 책을 받아보면 가슴이 떨리곤 한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왔으니 많은 독자를 만나 행복했으면 바란다.

내 책도 내 책이거니와, 나와 함께 글을 나누는 글벗이 쓴 책은 받아보는 재미는 쏠쏠하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에서 글을 쓰고 모아 책을 내지만, 나는 글을 쓰고 같이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글벗 모임을 2년이나 지속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관계가 이제는 제법 친숙해져, 다른 벗들이 써놓은 원고들을 돌려가며 한 두 마디씩 자연스럽게 내뱉게 되었다. 처음에 글쓰기 모임을 가질 때는 주로 내가 글을 읽고 떠들었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선생과 제자 관계가 아닌 함께 글을 쓰는 글벗이 되었다. 서로 쓴 글을 이야기하는 분량도 n분에 1정도다. 누가 선생인지 누가 학생인지 이제 구분하지 않는다. 서로 선생이며 학생이다.

때로 쓴소리도 하고, 글이 너무 좋아졌다며 박수도 치고, 글모임 후에는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먹는 이 관계는 이제 인생에 둘도 없는 글식구들처럼 되어버렸다. 이번에 나온 이수연 작가의 나는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도 우리가 돌려가며 읽고 이야기를 나눴던 글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충분히 이야기를 나눴기에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데, 떡 하니 책으로 나오니 모든 것이 새롭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지적한 부분들은 새롭게 단장되어, 근사하게 제 자리를 차지하고 빛나고 있다. 낱글들이 모여 모임글이 되니 질감이 확실히 다르다. A4용지나 휴대폰 화면에서 보았던 글과는 완전 딴판이다.

글쓰기 모임에서 새로 나온 책을 현금 박치기(^^)로 구매하고, 저자 사인을 해달라고 졸라대며, 모임 후에 함께 축하하는 식사를 하며 우리는 연신 좋아 싱글벙글이다. 그래, 우리 모두 글쓰기를 정말 잘했어. 이 얼마나 보람있고 즐거운 일인가. 곁에 있던 다른 글벗들도 연신 군침을 삼키며 자신의 책들도 어서 만들어지기를 속으로 다짐한다.

거의 다 읽은 글인데, 처음부터 찬찬히 다시 읽어본다. 한 꼭지 한 꼭지 읽을 때마다 초고(草稿)를 읽으면서 나누었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래 우리가 여기까지 왔구나. 이수연이 힘써 쓴 글인데, 우리가 함께 쓴 것처럼 착각을 한다. 그래 이 문장이 참 좋았지. 이 문장을 읽을 때 우리 또한 조금은 우울했던 것 같아. 이 문장을 봐. 우리가 킬킬댔던 문장이야. 과연 이 글을 이렇게 고쳤군. 우리는 이 책에 담긴 역사를 안다. 우리가 함께 걸어온 길이다.

하여, 우리는 자신있게 이 책을 독자들에게 권한다. 이 소박하고 아름다운 책을 부디 구매하시라. 그래서 안에 있는 글을 보며 우리처럼 가슴 졸이고 울고 킬킬대며 웃어보시라. 웃는 사이에 각자의 차가운 슬픔이 서서히 녹아내리고, 크지는 않지만 오늘 하루를 살아갈 용기가 생길 것이다. 왜 아니겠는가. 우리 또한 그러했거늘.

 

우리의 글벗 이수연의 세 번째 에세이책 나는 번개탄에 고기를 구워 먹었다가 세상에 나옴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이수연 만세다.

 

<추신> 안쪽 표지에 찍힌 사진은 정말 매력적이다. 항상 이 웃음이 떠나지 않기를. 글벗들과 함께 즐거운 하루하루가 이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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