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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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글쓰기와 여성의 글쓰기는 다른가? 다르겠지만, 나는 이 온도와 정도를 체감(體感)하지 못한다. 나는 남성이라서. 내 주변에 새로이 글을 쓰겠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그러나 나는 여성에게 감정이입을 하지 못한다. 그 격차를 조금이라도 해소하려고 여성이 쓴 여성의 글쓰기와 관련된 글을 읽는다. 그래서 여성의 글쓰기와 관련하여 기억해 두었다가 구입한 책이 장영은이 쓴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민음사, 2020)이다.

이 책은 202038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삶을 건 글쓰기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어낸 25명의 여성들의 생애와 책들을 짤막하지만 인펙트있게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여자로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하며 놀라운 일인지 증명한다. 아울러 저자는 목차를 통해 말한다. 글 쓰는 여자는 빛난다,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을 증명한다, 오래된 비밀을 밝힌다, 자기 자신과 싸운다, 오늘에 집중한다, 서두르지 않는다, 크게 도약한다, 끊임없이 질문한다, 결국 이긴다,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세상을 포용한다, 용기를 잃지 않는다, 우정을 잊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다, 자신의 뜻을 이룬다,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운명을 믿는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아름다운 이야기를 남긴다. 희망을 물려준다, 역사를 탐험한다, 미래를 지킨다.

누가 이처럼 놀라운 일은 했느냐고? 저자는 다양한 역사 속의 인물을 소환하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름만 열거하면, 마르그리트 뒤라스, 도리스 레싱, 버지니아 울프,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 프리다 칼로, 앤 카슨, 실비아 플라스, 제이디 스미스, 에밀리 디킨슨,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크리스타 볼프, 마거릿 애트우드, 글로리아 스타이넘, 수잔 손택, 에밀리 프론테, 토니 모리슨, 나딘 고디머, 가네코 후미코, 박경리, 헤르타 뮐러, 이세벨 아옌데, 이자크 디네센, 제인 구달, 이윤 리, 제인 제이콥스 등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이 원하는 책을 많이 읽고 죽기 살기로 글쓰기에 매달려 자신의 삶과 철학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자문한다. 나는 인생을 걸고 글을 썼는가? 나는 글을 통해 무엇과 싸우는가? 나는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가? 이 책은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드는 글이다. 남성인 내가 느낄 수 없는 장벽을 여성들은 얼마나 힘겹게 싸우고 부수고 넘어갔는지 새삼 느끼게 한다. 이 장벽 앞에서 글쓰기를 시도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연대의 응원을 보낸다. 그리고 이 장벽 앞에서 글쓰기를 시도하는 모든 여성들에게 연대의 응원을 보낸다.

 

 


버지니아 울프는 방 안에서 혼자 책을 읽고 글을 쓰다가 심한 우울증에 걸려서 자살한 것이 아니다. 전쟁이 버지니아 울프의 삶을 훔쳐 갔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을 쓸 때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을 느꼈다. 그러한 작가의 삶이 전쟁으로 중단된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는 한 줄의 글도 읽고 쓸 수 없게 되자 생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한다.
실제로 버지니아 울프는 작가가 된 이래 매일 열 시간 이상 읽고 쓰는 규칙적인 삶을 실천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글쓰기에 모든 것을 건 작가였다. "천국, 그곳은 피곤해지지 않고 영원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 아닐까?"라고 상상했던 버지니아 울프. 그녀는 자신이 지상에서 맡았던 글쓰기라는 과제를 성실하게 마친 후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천국에서 책을 읽고 있으리라 믿는다. 글 쓰는 여자는 온전히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글을 쓰면서. 버지니아 울프는 위대한 작가였다.(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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