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 - 21세기 페미니즘에 대한 7가지 질문
강남순 지음 / 한길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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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세계 여성의 날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세계 여성의 날은 여성의 정치·경제·사회적 업적을 범세계적으로 기리는 날이다. 1909년 사회주의자들과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정치적 행사로 시작되었고, 1910년 알렉산드라 콜론타이와 클라라 체트킨에 의해 세계적 기념일로 제안되었으며, 1975년부터 유엔에 의하여 매년 38일이 세계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되었다.” 작년부터 고양페미에서 활동했던 신지혜와 올 한 해를 페미니즘 책 읽기로 북토크를 진행해보자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이 실현되었다면 아마도 다음 주 수요일부터 페미니즘 북토크를 진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과 4월 총선이라는 일정으로 그 약속이 언제 지켜질지는 미지수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여성의 날이니까, 그를 기념할만한 책 한 권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은 페미니스트이자 철학자인 강남순이 쓴 페미니즘 앞에 선 그대에게(한길사, 2020)이다. 이미 강남순은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서, 페미니즘을 소개해왔다. 하지만 이번의 책은 그간 글쓰기와는 다르다. 페미니즘의 역사와 쟁점, 현실 속에 나타나는 다양한 차별을 페미니즘의 차원에서 교과서적으로 차분하게 정리한 책이다. 7개의 질문으로 크게 항목을 나눈 이 책을 읽다보면, 그동안 내가 페미니즘에 대해서 얼마나 좁게 이해했으며, 얼마나 많은 것을 간과했는지 절감하게 한다. (내가 모르는 용어들,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7개의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2) 성차별이란 무엇인가, 3) 여성혐오란 무엇인가, 4) 페미니즘은 하나인가, 5) 남성과 페미니즘은 어떤 관계인가, 6) 페미니즘은 어떤 세계를 지향하는가, 7) 페미니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 평등사회를 위한 다섯 가지 과제 등이다. 각각의 질문에 3~4가지 소주제로 나누어 핵심을 설명하고 있다. 아마도 근래 읽은 페미니즘 책 중에서 가장 전방위적이고 논쟁거리를 잘 설명한 책이 아닐까 싶다.

아직은 얼치기이지만, 나는 페미니스트를 지향한다. 남자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면 강남순의 말로 대신하겠다.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고 해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다. 나는 페미니즘이 생물학적 본질’essence이 아닌, 사회정치적 입장’position에 관한 것임을 주지하는 것은 이론과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의 의미와 방향성을 규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인식론적 출발점이라고 본다. 남성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있는가. 물론이다. 페미니스트가 되어야만 한다. 페미니즘은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계를 꿈꾸는 모두를 위한 이론이며 실천적 운동이기 때문이다.” (242)

p.s. 여성의 날에는 가까운 여성에게 장미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다. 이번에는 장미와 함께 이 책을 선물하면 어떠실지. 성과 관계없이 모든 분들에게 권한다.


차별의 종류는 참으로 많다. 그 가운데 성차별, 인종차별, 계층차별 이 세 가지는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대표적인 차별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차별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더욱 확장되었다. 나이차별주의(ageism), 장애차별주의(ableism), 이성애에 근거하여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heterosexism), 외모차별주의(lookism) 등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등장했다. 이런 다양한 차별은 새로 생긴 종류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며 이제야 비로소 차별에 대한 복합적인 인지가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인간의 권리와 평등, 그리고 차별에 대한 인지가 확장된 사회일수록 다양한 종류의 차별이 사회 전체의 공공주제가 된다.(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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