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 거칢에 대하여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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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도, 정치의 시기가 왔다. 4월이 되면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진행된다. 총선이 되면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력을 자랑하며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지지를 호소할 것이다. 지방분권의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의 낙하산 인사들이 지방시민의 의사와 상관없이 민주주의를 말할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민중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이럴 때는 정신을 바짝 들게할 책이 필요하다. 정치적 혼돈기에 좌표가 될 만한 책은 많다. 그 중에 나는 홍세화의 신간 : 거침에 대하여(한겨레출판, 2020)을 집어 든다. 홍세화는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생각의 좌표를 쓴 지성인이자, 현재는 장발장처럼 작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돈이 없어 징역형을 살아야하는 사람들의 벌금을 이자없이 대여해주는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이다. 스스로는 소박한 자유인으로 소개하는 홍세화가 11년 만에 새 책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프랑스에서 난민으로 살다가 한국으로 귀국한 후 겪은 일과 생각들을 말하듯 조근조근 정리한 이 책의 제목이 왜 하필 이고 거침일까 생각해봤다. 그러다가 자유인이라는 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홍세화가 말하는 자유인이란 무엇인가? “오늘처럼 권력과 물질이 승리를 구가하는 시대에 지배와 복종에 맞서겠다는 자유인은 모순적 존재일 수 있다. 자유인으로 남기 위해서는 세속 사회에서 패배자가 되어야 한다. 인간사에서 반지배주의자(아나키스트)는 자유인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은 거의 숙명처럼 패배자의 길을 걸었다. 그들은 가령 마오쩌둥의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라는 말을 이념 이전에 정서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총을 들었지만, 그것은 폭정에 저항하기 위해서였지 권력을 장악하여 지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반지배주의자들이므로.”

그의 글-결은 전혀 거칠지 않다. 술술 읽힌다. 그러나 그 결 속에 담긴 뜻-결은 거칠다. 현재에 순응하는 사람의 마음으로 보자면 말이다. 그 거침을 따라서 살려면 손해를 보아야 한다. 지본주의의 이해와 신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와 함께 걷는 길에 쉽게 동참하지는 못할 것이다. 홍세화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지금도 간직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착하면 손해 본다. 그래도 넌 착한 사람이 되어라!”


그래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것이다. 내가 기본자본이나 기본소득, 무상의료나 대학 무상교육, 공동임대주택 건설, 토지 보유세 강화 등의 정책 제안에 대해 빨갱이들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정책이라면서 지레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거나 아예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다면, 그런 생각을 내가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물어야 한다고! 그 생각, 내가 갖고 태어났을까? 아니다. 그 생각, 내가 창조했나? 어림도 없다. 그렇다면 그 생각, 내가 선택했을까? 그럴 리 없다. 그 정책들이 실현된다면 나의 처지가 훨씬 좋아질 텐데 왜 내가 그 정책을 거부하는 생각을 선택하겠나? 하지만 실제 일어나는 일은 항상 이런 것이다. ‘80’에 속한 나는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일말의 회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고집하면서 살아간다는 것, 자유의 날개는 저 먼 곳에서 슬픈 날갯짓을 하고 있다.(1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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