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배움에 관하여 -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
강남순 지음 / 동녘 / 2017년 7월
평점 :
강남순이라는 이름은 나에게 우선은 페미니즘 신학자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최근에 데리다를 공부하면서 이 전무후무하게 어려운 철학자를 읽어낼 수 있는 철학자를 찾던 중에 다시 찾은 것이 강남순이었다. 그(녀)가 강의하는 내용은 신학에서 철학으로 종횡무진이다. 특히 그(녀)는 “자크 데리다 사상, 코즈모폴리터니즘,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콜로니얼리즘, 페미니즘과 같은 현대 철학적·신학적 담론들을 가르치고 있다. 특히 임마누엘 칸트, 한나 아렌트, 자크 데리다 등의 사상과 연계한 코즈모폴리턴 권리, 정의, 환대 등의 문제들에 학문적·실천적 관심을 두고 다양한 국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된다.
데리다를 친절하게 소개해준 강남순에게 매료되어 그녀의 최근 저술을 모두 주문하여 사두었다. 《페미니즘과 기독교》(개정판), 《배움에 관하여》, 《용서에 대하여》, 《정의를 위하여》, 《코즈모폴리터니즘과 종교》 등이다.
이번에 《대학과 중용 강의》를 준비하며 그 책 중에서 《배움에 관하여》(동녘, 2017)를 찾아 다시 읽었다. 90편의 짧막한 에세이 모음집이라 이론적 치열함은 없지만, 철학적 개념과 삶이 잘 녹아나는 생활글이라 술술 읽힌다. 곳곳에 보석과 같은 문장들이 박혀있다. 두 개만 더 인용해보면 ;
“인류의 역사에서 새로운 변화는 ‘답’을 가져오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물음’을 묻는 이들에 의해서 가능했다는 것, 그래서 배운다는 것은 ‘해답’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좋은 물음 묻기’를 배우는 것이라는 점. 내가 학생들을 가르치며 늘 강조하는 것이다.”(126쪽)
“진정한 인문학적 배움이란 ‘나’ 속에 갇힌 ‘자기충족적 깨달음’만이 아니다. 나-타자-세계의 상호연관성에 대한 치열한 성찰이며 깨우침이다. 이러한 의미의 배움이란 나의 인식론적 사각지대에 대한 지속적 인식을 통하여 그것을 넘어서고 확장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275쪽)
깊은 생각은 섬세한 언어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을 강남순 선생의 글을 통해 배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비판적 성찰의 일상화’의 보고(서)이다.
장애인을 지칭하는 한국어는 다른 대안적 언어로 대체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게 된다. 한국어로는 장애인이라는 표현 이외에 별로 대안적 언어를 찾기 힘든데, 영어로는 ‘handicapped’에서 ‘disabled’로, 또 ‘differently abled’ 등으로 여러 번 변화를 거듭했다. 특정한 그룹의 사람을 지칭하는 라벨은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한 사회가 지닌 장애인들 존재의 존엄성과 인권 의식에 대한 시각의 변화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보이는 장애’가 있는지 모르지만, 사실상 장애가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지니지 못한 다른 다양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라는 ‘differently abled’라는 표현은 현재로서는 가장 바람직한 것 같다.(247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