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인생
김성한 지음 / 새움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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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그리고 정치. 이 두가지 소재는 우리가 흔히 '막장'이라고 부르는 이야기들의 주요 소재들입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소재는 '달콤한 인생'의 아주 주요한 소재들입니다.

 

국내 최대 로펌에서 나름 스타 변호사로서 억대의 연봉을 자랑하는 변호사 박상우. 그에겐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가 있고, 초호화 집이 있고, 억소리 나는 외제차도 있고, 심지어 욕망 분출용 애인까지도 있습니다. 그렇게 '달콤한 인생'을 살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어느날 괴한의 습격을 받고, 실수로 그 괴한을 살해하게 됩니다. 정당 방위...라는 것은 그저 미드에서나 등장하는 것일 뿐, 국내법상 정당 방위가 인정받기는 매우 힘들다는 걸 아는 박상우. 그가 누리던 달콤한 인생이 이젠 끝장이구나...하고 생각하던 차, 구세주(?)처럼 등장한 다운증후군 환자 병호. 상우는 그에게 모든 것을 뒤집어 씌우려 사건을 조작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병호의 아버지, 즉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인 함상진이 찾아와 상우에게 병호의 변호를 의뢰합니다. 이에 완전 범죄를 꿈꾸며 쾌재를 부르는 박상우. 그는 과연 그가 누리던 달콤한 인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요?

 

저는 정말이지 박상우가 재수없었습니다. 보통 살인자의 관점에서 서술되는 소설들은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살인자에게 자신도 모르게 공감을 해버린다거나, 동정심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박상우에게는 전혀 그런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사이코패스도 아니고(...그런데 이점에서는 조금 회의적인 생각이 들긴 합니다. 문득 문득 보이는 그의 정신 분열적이고 광기어린 행동들은 사이코패스의 그것들과 상당히 닮아있었으므로...), 계획적이지도 않은, 그저 '실수'로 살인을 저질러 버렸음에도 저는 그의 행동들을 도저히 이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야기가 결말에 치달을수록 파면을 향해가는 그가 불쌍한 마음이 들을 법도 한데 그랬습니다. 결국 그의 달콤한 인생은 그 스스로가 차버린 것이니까요. 아무리 의도적이지 않았다 한들, 결국 그는 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을 속죄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사회적 약자(물론 병호의 아버지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치인이었지만)에게 덮어 씌우기까지 한 그의 행위에 대해 동정의 여지는 조금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을'로 태어나 힘들게 얻어낸 '갑'의 자리를 쉽사리 내어주기 싫었을 그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지만, 그렇게 지켜낸 그 자리가 과연 달콤할 수 있을지, 게다가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지, 그 좋은 머리로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테니까요.

 

자신의 죄를 뒤집어 씌운 사람의 변호를 맡게 된 변호사. 참으로 흥미로운 설정이었습니다. 때문에 이야기의 초반부터 아주 미친듯이 페이지가 넘어갑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욕 또한 절로 튀어나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마구 욕을 해대면서도 계속 보게되는 중독성을 가진 막장드라마. 이 소설이 딱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욕을 하면서도 그 결말이 궁금해 계속 보게 되는 막장 스릴러 소설. 다만 초반 상황 설정이나, 막판 결말이 조금은 작위적이면서 식상하다고 느낀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불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군더더기 많은 초반 묘사들도 그렇구요. 하지만 이 작품이 작가의 첫 소설이라고 하는데 아마 점점 더 발전하게 되겠죠. 작가의 차기작들이 기대됩니다.

 

덧) 병호라는 인물이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제게 병호는 배우 안재홍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은 이미 영화화가 결정이 되었다고 하는데, 병호 역에 안재홍이 캐스팅 되길 빌어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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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2부 세트 - 전2권 (스페셜 리허설 에디션 대본) 해리 포터 시리즈
J.K. 롤링.잭 손.존 티퍼니 원작, 잭 손 각색,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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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에서...... And로......>

죽음의 성물 이후, 다시 해리포터의 이야기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호그와트에서의 대전투가 승리로 끝나고,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이야기도 그렇게 끝인 줄로만 말았지요. 그런데 영국에서 해리포터의 새로운 이야기가 연극으로 상연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그 연극의 대본이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자 설렜습니다. 총 23권의 이야기를 정말 미친듯이 읽어 내려갔던 그 경험을 다시 할 수 있겠구나, 사랑스러운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시 만나볼 수 있겠구나 싶어서였지요. 그렇게 목 빠지게 기다리던 그들의 8번째 이야기. 그 이야기는 죽음의 성물의 엔딩에서 다시 새롭게 시작됩니다. 해리와 지니 부부의 둘째 아들인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 론과 헤르미온느 부부의 막내 딸인 로즈 그레인저위즐리가 처음 호그와트행 열차를 타던 날이었지요.

 

<이거 정말 반갑구만, 반가워요!>
해리 포터와 저주 받은 아이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우리의 사랑스러운 인물들이 20년 가까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어떻게 살아가고 있었는지, 어떻게 변하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해리는 마법부 직원이 되었습니다. 헤르미온느는 무려 마법부 장관이 되었고요. 론은 프레드&조지의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니는 예언자 일보의 기자가 되었고요. 너무나 당연하지만 맥고나걸 교수는 이제 호그와트의 교장입니다. 죽음의 성물에서 어찌보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었던 네빌은 호그와트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어쩌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이미 누구나 예상했을 법한 미래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그동안의 삶을 확인하게 되니 그저 반갑기만 합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루나 러브굿의 이야기도 기대했었는데 그녀의 이야기는 등장하지 않아서 조금 섭섭했달까요? 게다가 덤블도어와 스네이프 교수도 만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건 책 속에서 직접 확인하시는 재미를 놓치지 마시길...ㅋㅋ)

 

<해리 포터를 아버지로 둔 사춘기 아들>

불혹을 넘긴 해리는 이제 학부형입니다. 큰 아들인 제임스나 막내인 릴리는 그저 그 나이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하게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문제는 둘째 아들인 알버스 포터. 알버스가 호그와트행 열차를 처음 타던 날은 마치 그의 아빠인 해리가 처음 호그와트행 열차를 타던 날과 평행이론처럼 닮아 있습니다. 호그와트 4개 기숙사에 대한 이야기. 슬리데린에 배정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 그런데 놀랍게도 알버스는 그린핀도르가 아닌 슬리데린에 배정됩니다. 포터가와 위즐리가에서 탄생한 최초의 슬리데린. 이런 점만 봐도 알버스란 녀석이 얼마나 개성강하고 반항적일지 짐작이 가지요. 게다가 해리포터의 아들이라는 신분은 그에게 부담감만 더욱 가중 시킵니다. 때문에 그린핀도르와 슬리데린 그 어디에서도 결코 환영받지 못하는 외톨이 신세가 됩니다. 그런 알버스를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해리. 하지만 사춘기 아들과 꼰대가 되어버린 아버지 사이가 결코 좋을리가 없습니다. 어쩌면 정말 사랑하고 걱정이 되어서였겠지만, 그들은 그런 사랑과 염려를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을 알지 못합니다.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말들을 쏟아내지요.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의 주된 갈등은 어쩌면 이렇게 아버지 해리와 사춘기 아들 알버스가 이끌어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또 볼드모트......?>

호그와트 대 전투가 끝난지 20년이 흘렀는데, 갑자기 해리 이마의 상처가 쑤셔 옵니다. 밤에 심란하기 짝이없는 악몽도 매일 꿉니다. 트롤과 거인들의 움직임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또다시... 볼드모트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걸까요? 해리포터 시리즈의 가장 큰, 오로지 하나의 적인 볼드모트. 이 작품에서도 역시 그는 끊임없이 언급됩니다. 이제 그는 소멸했으나, 볼드모트의 후손을 통해 그의 세력이 부활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그렇게 등장하는 핵심인물은 다름아닌 드레이코 말포이의 아들인 스코피어스입니다. 그는 사실 드레이코의 아들이 아닌, 볼드모트의 아들이라는 흉흉한 소문. 볼드모트는 다시 한번 부활할 수 있을까요? (...결론은 책속에서 직접...^^;;)

 

<결국은 '우정' 그리고 '가족'>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볼드모트의 자식이라고 소문난 스코피어스는 알버스의 딱 하나밖에 없는 절친입니다. 물론 알버스의 타고난 반항기와 둘 다 외톨이라는 점 덕분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절친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코피어스가 매우 매우 착하다는 점입니다. 해리포터 전 시리즈에서 드레이코 말포이가 그 얼마나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괴롭혔었던가를 생각하면 참 흥미로운 설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착하고, 똑똑하고, 이성적이며, 희생적이기까지 한 스코피어스는 어디로 튈지 모르고, 반항적이고, 충동적인 알버스를 매우 잘 컨트롤 해주는 아주 훌륭한 친구입니다. 해리포터 시리즈 전체의 주제가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의 '우정'이듯이 저주 받은 아이에서의 주제 역시 알버스와 스코피어스의 '우정'이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알버스와 스코피어스의 이런 우정은 또한 '화합'이라는 아주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야기중에 알버스와 스코피어스가 함께 위기를 겪게되는 부분이 나오는데, 두 아이를 구해내기 위해 해리와 헤르미온느와 심지어 드레이코가 힘을 합해 발 벗고 나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코 화합할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해리와 말포이, 헤르미온느(론)와 말포이. 그리고 그들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극복해낼 수 있었던 것은 다름아닌 '가족'에 대한 사랑때문이었습니다. 가족, 친구, 사랑, 우정......인간에게 있어 가장 보편적이면서 중요한 가치들. 역시 이런 점 때문에 해리포터 시리즈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재미있게 읽히는 것이겠지요.

 

<소설로 읽거나 연극으로 관람했더라면....... 팬으로서 느끼는 반가움과 아쉬움 사이>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이 작품은 지금 독자들에게 크게 호평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동안의 시리즈가 보여주었던 미친듯이 빠져들게 하는 큰 재미가 이 작품에서는 부족합니다. 차라리 소설이었더만 훨씬 더 상세하고, 훨씬 더 치밀하고, 훨씬 더 다채롭게 그려낼 수 있었을 사건들과 인물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습니다. 이 작품이 원래 연극으로 먼저 상연되었고, 이 작품은 그 연극의 대본이니 그런 점들을 살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소설도 아니고 연극도 아닌, 연극의 대본이 갖는 애매함에서 오는 아쉬움 또한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이 재미가 없었다는 말은 아닙니다. 앉은 자리에서 다 해치워버릴만큼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반가웠고, 때문에 추억에 젖어 해리포터 전 시리즈를 다시 처음부터 정주행 하고 싶어졌으니까요. 다만, 차라리 소설로 개작을 해서 냈더라면, 혹은 차라리 연극으로 공연되는 것을 보았더라면...훨씬 더 재미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겁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도 이 작품 당연히 연극으로 공연하게 되겠지요? 그렇게된다면 꼭 보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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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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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이긴 한데, 몇달 전에 읽은 <악당>이란 작품의 작가 야쿠마루가쿠의 대표작입니다. 이미 악당에서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 가해자, 가해자의 가족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사건 후의 모습들을 아주 묵직하게 보여줬었던 작가에게 반해버렸었습니다. 때문에 대표작이라 불리우는 이 작품 <천사의 나이프>에 대한 기대가 아주 컸지요.

 

'소년범'이란 소재는 작년이던가, 재작년이던가 미미여사의 '형사의 아이'라는 작품을 통해 접하기도 했었습니다. 그 소설을 읽었을 때도 소년범, 그러니까 우리나라식으로 표현하자면 미성년자들의 범죄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법도 일본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고, 우리나라의 실정도 일본의 실정과 많이 닮아있으니까요. 뉴스에서는 왕왕 중고등학생, 심지어 초등학생들이 저지른 잔인한 범죄가 보도되곤 합니다. 미성년자...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자...때문에 갱생할 가능성이 매우 큰 자...단죄보다는 회개가 필요한 자... 다 맞는 말입니다만, 막상 피해자의 입장이 된다면 그들을 그리 쉽게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요? 이 이야기는 그런 소년범(미성년자) 문제에 대해서 심도 깊게 다룬 묵직한 사회파 소설입니다.

 

생후 5개월 된 딸 아이 마나미를 키우며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던 히야마와 쇼코 부부. 어느날 쇼코는 집안에 침입한 중학생 3명에게 살해당하고 히야마는 좌절합니다. 하지만 딸을 위해서 버티고 다시 일어서게 되지요. 쇼코를 살해한 범인들은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특정 기관들에서 갱생의 길을 걷게 됩니다. 히야마는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그들이, 쇼코에게 제대로 된 속죄 한번을 하지 않은 그들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갱생하며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어느날 아내의 사건을 맡았던 형사 사에구사가 찾아와 당시 가해자 중 하나였던 소년B가 히야마의 가게 인근에서 살해당했음을 알립니다. 하지만 그날 히야마의 알리바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사건은, 또다른 사건을 부르고, 3년 전 아내의 살해사건의 내막에도 무엇인가가 있었음이 밝혀지고......

 

이 소설의 주제의식은 아주 분명합니다. 논란이 많은, 때문에 몇 년전 개정이 되었다는 일본의 소년범 문제. 그리고 가해자의 속죄, 피해자에 대한 치유. 일본의 현행법상의 여러 오류나 문제들에 대해서 심도있게 고민하죠. 때문에 작품을 읽다 보면 이건 소설인가, 아니면 토론이나 대담프로그램인가 싶을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무척 재미있습니다. 어쩌면 고리타분해질 수 있는 주제들을 작가는 소설이라는, 그것도 추리 소설이라는 형식에 아주 잘 녹여 놓았지요. 이는 이미 악당이라는 작품을 읽었을 때도 감탄했던 바인데, 이 소설은 장편이라 그런지 더더욱 밀도 있고 심도 깊게, 그러면서 추리소설적인 형식은 철저히 지키면서 말입니다. 그리 복잡하지 않은 사건들과 그리 많지 않은 인물들로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며 책 속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가, 게다가 대중 소설로써 이렇게 묵직한 사회 문제를 파헤치고 분석하는 작가의 역량이 실로 대단하구나 감탄했습니다. 이런 류의 사회파 소설을 좋아하기에 앞으로도 이 작가의 작품은 무조건 믿고 보게 될 것 같네요.

 

수많은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수많은 소설들을 읽으면서, 혹은 실제로 벌어진 살인 사건 뉴스를 보면서 범죄자가 체포되었는지 아닌지, 형은 얼마나 받았는지에 대해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쪽엔 그 잔혹한 범죄에 당한 피해자가 있었습니다. 가해자의 범죄 행위를 단죄하거나 가해자를 갱생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상담이라든가 치유라든가)하도록 돕는 제도 또한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게 더 중요한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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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부 (스페셜 리허설 에디션 대본) 해리 포터 시리즈
J.K. 롤링.잭 손.존 티퍼니 원작, 잭 손 각색, 박아람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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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성물 마지막 장면을 기억하시는지요? 많은 희생을 낳았던 볼드모트와의 대결 승리 후 19년이 지난 시점,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었던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어느덧 학부형의 신분으로 킹스크로스역에 도착합니다. 해리&지니 부부의 둘째 아들인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와 론&헤르미온느 부부의 딸인 로즈 그레인저위즐리가 호그와트행 급행열차를 타던 날이었지요. 그렇게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더랬습니다~ 하고 끝난 줄 알았던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이 되어 우리들을 찾아 왔네요. 소설이 아닌 연극 대본이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말이죠.

 

소설이 아닌 연극 대본이라는 그 형식 때문에 참 말이 많기도 많았던 작품이라, 솔직히 저도 우려되는 점이 많긴 했으나 책장을 몇장 넘기다 보니 그런 우려보다는 반가운 감정이 훨씬 커졌더랬습니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이 그동안 어찌 살았을까 궁금했거든요. 해리는 마법부 직원이 되었고, 헤르미온느는 무려 마법부 장관이 되었네요. 론은 아마도 프레드&조지 형제의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나 봅니다. 지니는 예언자 일보의 기자가 되었구요. 맥고나걸 교수는 당연하겠지만 호그와트 교장이 되었고, 네빌은 (적어도 1부에선 한번도 등장하진 않고 언급만 되지만) 호그와트 교수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오래 연락 못하고 지낸 죽마고우를 만난 듯, 그들의 소식을 속속 들을 수 있어서 어찌나 반갑고 웃음이 나던지요. 이 작품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은 아무래도 이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이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아닙니다. 이제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도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셈이죠. 이 작품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메인 주인공은 다름아닌 해리&지니 부부의 둘째 아들 알버스입니다. 덤블도어와 스네이프에게서 이름을 따 온 알버스 세베루스 포터. 해리가 처음 호그와트에 입학하던 날과 마치 평행이론처럼 알버스의 호그와트 입학기는 자신의 아버지를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많이 다르기도합니다. 슬리데린에 배정되면 어쩌나 근심이 깊죠. 해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핀도르에 배정되었지만, 알버스는 정말로 슬리데린에 배정되고 맙니다.(포터&위즐리 집안에서 슬리데린 출신이 나오다니요!!!) 해리는 살아남은아이로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반면, 알버스는 해리의 아들이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하지만 알버스는 해리포터의 아들이기에 사람들이 갖는 그들의 기대치에 부담스러워하고, 반항심마저 생깁니다. 때문에 그는 따돌림을 당하고, 그의 절친은 오직 한사람, 무려 드레이코말포이의 외동아들 스코피어스입니다. 그리고 스코피어스에게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뒤따릅니다. 그는 실은 드레이코의 아들이 아니라 볼드모트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말이죠.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 둘의 반항기&모험기입니다.

 

해리포터의 자녀로 태어났다는 것... 마법사 세계에서 그것은 큰 자부심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알버스가 느끼는 것처럼 큰 부담이 될 것도 분명합니다. 알버스는 해리포터의 아들이기 이전에 그저 '알버스'이기도 하니까요. 때문에 알버스의 내적 갈등과 반항심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습니다. 게다가 알버스는 한창 사춘기인 시기이니까요. 해리 역시 솔직히 얼마나 많은 방황을 했었던가요? 그런 해리가 엇나가지 않고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론과 헤르미온느의 깊은 우정덕분이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가장 큰 화두는 역시 그 '우정'이었으니까요. 알버스에게도 그런 친구는 존재합니다. 로즈와 스코피어스가 바로 그들이지요.

 

그리고 그런 그들의 우정과 모험은 이제 막 시작하려던 차에.... 1부가 끝나버렸습니다. 허허참... 뒷 이야기가 상당히 궁금합니다. 1부에서는 활약이 미흡했던 로즈가 2부에선 맹활약을 하지 싶기도 하고, 분명 로즈를 짝사랑하고 있는 스코피어스에게 로즈가 마음의 문을 열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저는 스코피어스가 참 좋습니다. 너무 너무 착해요. 부디 이 작품안에서 드레이코집안과 포터,, 그레인저, 위즐리 집안이 화합할 수 있었음 좋겠네요.) 그리고 트롤과 거인들의 수상쩍은 움직임과 해리의 이마 상처가 아파오기 시작한 이유도 궁금하구요. 어서 어서 2부를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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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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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어렸을 적에만 해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 이 정성 다해서 통일, 통일이여 오라.'하는 노래를 학교에서 열심히 배워 불렀더랬습니다. 한편으론 철저한 반공 교육을 동시에 받으면서 말이죠. 하지만, 정말 자신의 소원이 '통일'인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요? 왕왕 설문조사 결과를 보노라면 오히려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오곤 하는 것만 봐도, '통일'은 결코 피상적으로, 그리고 단순하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여기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라는 다분히 자극적인 제목의 소설이 한권 출간되었네요. 장강명이란 작가는 작년 이맘때에도 '댓글부대'라는 소설로 많은 독자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기에, 이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란 소설 또한 그런 느낌의 소설이 아닐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이 소설 또한 '댓글부대' 만큼이나 재밌고, 빠르게 읽힙니다. 그리고 댓글부대 만큼이나 리얼하고, 또한 충격적입니다. 다만, 제게 두 소설의 체감 온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소설의 배경은 북한의 김씨 왕조가 붕괴되고, 북한이 남한에게 흡수되고 있는 과정에 놓인, 소설 속 표현에 의하면 '통일과도정부'가 들어선 대한민국입니다. 독일 통일 과정을 보고 느낀바가 있던 남측은 휴전선을 바로 철거하지 않고 분계선이라는 이름으로 남겨두고 북측과의 자유로운 교류를 꺼려하지요. 그런 상태에 북한에는 평화유지군이라는 다국적군의 관리하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북한은 세계 최대 마약 공장이 되어버리고 말지요. 이제 그 마약 사업을 남측에까지 뻗어가려는 조선해방군이라는 조직은 '눈호랑이'라는 작전을 대대적으로 펼치려 합니다. 그런데 이때 '장리철'이라는 신천복수대 출신 군인이 등장하며 일을 자꾸 꼬여가지요. 그런 과정 속에서 조선해방군, 평화유지군, 최태룡 일당, 장풍군의 주민들 등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갑니다. 그리고 김씨 왕조가 붕괴된 후의 북한의 실상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됩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말이 어폐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 소설은 소설 같지 않은 리얼리티가 살아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이 정치적이라거나, 사회적이라거나 하진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오히려 저는 이 소설은 철저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느꼈습니다. 마약이 등장하고, 그 마약을 중심으로한 여러 세력이 등장하고, 그들의 세력 다툼이 있고, 하지만 럭비공 같은 의외의 인물이 등장하여 일이 꼬이고, 그 인물에겐 어떤 비밀스러운 과거가 있고, 화려한 액션이 등장하고...등등 첩보물이나 스릴러 소설에서 봤음직한 요소들을 아주 듬뿍 담아놓았습니다. 때문에 굉장히 재밌게 몰입하며 책장을 넘겨갔더랬지요. 그런데 극 중 인물인 '강민준'이라는 인물이 하는 말 덕분에 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앞에서 이 소설과 댓글부대의 체감 온도가 달랐다고 한 점, 바로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댓글부대'는 철저히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라고 느낀 반면,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결코 내가 몸 담고 있는 사회가 아닌 다른 어떤 곳의 이야기라고 느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렇게 느끼고 있는 저를 자각했을 때는 좀 많이 씁쓸해졌습니다. 극 중 강민준이라는 인물이 지적했듯, 저 또한 '북한'이란 존재를 결코 '우리'라고 인식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아 버렸으니까요. 평소에 저는 통일은 꼭 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저의 생각이 얼마나 피상적이었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아마 비단 저뿐이 아니겠지요. 대부분의 국민들이 '강민준'이라는 인물과 저와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는 거겠지요. 우리 모두 '북한'에 대해서, 그리고 '통일'에 대해서 피상적이 아닌,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봐야하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무튼, 그런 깨달음이야 어떻든 이 소설은 참 재미있는 소설임에 분명합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오락적인 요소가 상당합니다. 그런 것들을 한껏 즐기면서 '북한'이나 '통일'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도 해 본다면 아주 의미있는 독서가 되겠지요.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이 영화로 제작되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던데, 영화화에 대한 기대도 하게 됩니다.

 

p.226 질려버린 거죠. 옆집 사람이 매일 롱 대위님 집 대문에 칼을 꽂고 욕설을 퍼부으며 살해 협박을 한다고 생각해보십쇼. 그러기를 수십 년인데, 그 옆집 사람이 진짜로 심각한 위험이 된 적은 별로 없다고. 그렇다고 이사를 갈 수도 없고 그 옆집 사람을 이사를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사람이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그냥 지겨워지고,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일 자체가 싫어집니다. 짜증만 날 뿐이에요.

우리한테 북한이 그렇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2,3년에 한 번씩 북한은 핵실험을 벌이거나 미사일을 쏘거나 했어요. 아주 어렸을 때에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겠다고 으르렁거리면 부모님이 집에 생수도 사고 사련도 사놨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옛날 일이에요. 그렇게 사놓고,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버리고, 다시 사고, 그러기를 수십 년을 하다가, 어느 순간에 그냥 생수도 라면도 안 사게 된 거죠. 북한은 대부분의 한국인들에게 신종 인플루엔자만큼도 위험하지 않은 존재예요. 실제로 얼마나 위험이 되건 말건,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건 말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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