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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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홍길동형의 주인공이 활약하는 소설을 꽤나 좋아합니다. 캐릭터가 사는 케이퍼 소설류라면 더욱 말이죠. 때문에 스웨덴에서 인기 높은 이 노인 강도단의 첫 이야기가 출간되었을 때도 당장 책을 사들였었지요. 다만 책을 읽는 속도보다 쌓는 속도가 훨씬 빨라 아직까지도 책장에 고이 모셔만 놓았다는 게 함정이자만요. 덕분에 급기야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말았네요. 그래서 결국 두번째 이야기부터 펼쳐들고 말았고요.

 

소설의 제목처럼 이야기의 시작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집니다. 솔직히 제목만 보고 노인 강도단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거하게 한탕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라? 라스베이거스에서 머무르는 건 아주 잠시 뿐이었어요. 티파니를 턴 강도단에게서 우연히 보석들을 강탈(?)한 노인 강도단, 그리고 카지노에서도 거하게 한탕한 우리 노인 강도단은 그 많은 돈은 인터넷 이체로, 보석은 골프 가방에 담아서 직접 들고 스웨덴으로 돌아옵니다. 다만 어마무시한 돈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값비싼 보석은 실수로 그만 잃어버리게 되죠. 그래서 바로 이어 은행을 터는데, 아이고! 이 은행을 턴 돈 마저도 또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 이런이런! 이렇게 실수가 잦고 허술해서야 강도짓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지.... 게다가 자꾸만 실수 연발에 돈은 다 새어 나가니 소설을 읽는 저는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하지만 우리 노인 강도단이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리 없겠죠?

 

자꾸만 흩어지는 돈, 자꾸만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 자꾸만 엮이는 인물들... 이 모든 것들이 점점 하나로 모아지는 절정. 이런 구성을 상당히 좋아하는 저는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희열감 비슷한 것을 느꼈습니다. 참 우연적인 것 같으면서도 절묘하게 하나로 합쳐지며 모든 것이 탁탁 해결되는 그 구성이 참 재밌었어요. 게다가 개성 강한 5명의 노인들을 보노라니 할머니 생각도 나면서 흐뭇했습니다. 특히 메르타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마다 보여주는 임기응변은 정말이지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어째서 홍길동이나 로빈훗 같은 유형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는 역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많이 불합리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소설에서는 곳곳에 심어놓은 웃음 속에서, 이런 세상의 불합리성을 꼬집고 비틉니다. 지난 가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을 생각하며 읽으니 더더욱 통쾌하면서도 또한 한편으론 많이 씁쓸해지기도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이미 스웨덴에서는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도 출간된 상태라고 하니, 감옥에 가신 메르타 할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새로운 이야기의 번역을 기다려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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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여우가 잠든 숲 세트 - 전2권 스토리콜렉터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박종대 옮김 / 북로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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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넬레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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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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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작가 마이클 로보텀, 갓보텀씨에게.>

로보텀씨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게 그러니까, 2년 정도 전이었나 보네요.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작가 이름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쳤던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읽으면서 몰입하고 또 몰입하며 주인공들과 함께 저까지도 산산이 부서져버리는 느낌을 받았더랬습니다. 아프고 화나고 속상해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재밌어서. 그뒤로 당신의 이름 6글자(한글 기준이에요.)를 들으면 귀가 번쩍 뜨였더랬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조 올로클린 박사의 다른 이야기 <내것이었던 소녀> 역시 참 재미있었고, 특히 스탠드 얼론인 <라이프 오어 데스>까지 읽고 나서는 '믿고 보는 로보텀', 'god보텀'을 스스로 여기저기 외치고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이번 신작 <미안하다고 말해>는 갓보텀의 역량을 A부터 Z까지 보여주는 절정에 이른 작품이라기에 우리말로 출간되길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지요. 이렇게나 지나칠 정도로 당신의 이름만으로 큰 기대감에 들뜨게 해놓고선 어디 실망시키기만 해봐요!

 

<영원히 고통받는 우리의 주인공, 조지프 박사에게.>

Hi 조! 오랜만이네요.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파킨슨씨는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전히 그와 함께 하고 있군요. 게다가 당신은 여전히 서툰 아빠에, 용서받지 못한 남편이구요. 당신의 창조주인 갓보텀씨가 자신의 피조물들을 극한의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 특기이니 어쩌겠나요. 당신이 참고 견뎌야지요. 게다가 당신이 극한에 몰릴수록 이야기는 재미있으니 독자인 제 입장에선... 아... 아니에요, 아닙니다. 아무튼 당신이 평안해지길 빈다구요.(진심입니다.)

당신 가는 곳에 사건이 따라붙는 건지, 사건이 당신을 불러들이는 건지, 흔히 없는 옥스퍼드행에 어김없이 사건이 벌어지는군요.(일본에 당신과 비슷한 류의 인간인 코난이라는 꼬마가 있는데 소개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희생자는 십대 소녀. 당신의 딸인 찰리가 딱 그또래이니 더더욱 그 사건을 멀리 하고 싶지만, 또한 어쩔 수 없이 말려들 수밖에요. 피해자를 그저 수사관(물론 당신은 수사관은 아니지만)의 신분으로만 볼 수 없는 과거를 가진, 안쓰러운 조. 하지만 어쩌겠나요. 당신만큼 이 분야(미친 사이코패스에 희생당하는 소녀들)에 유능한 전문가도 없는 걸요. 그렇게 당신의 사건에의 몰입은 곧 독자의 몰입이 되는 거니까요.

이번에도 당신의 힘겹디 힘겨운, 하지만 명쾌하고 눈부신 활약,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당신의 마지막 행동은, 깊이 공감하지만 또한 위로의 말을 함께 전하고 싶네요. 또 큰 상처 하나를 얻었으니, 당신은 이제 또다시 사건으로부터 멀리 멀리 도망치려 하겠네요. 하지만 사건들은 또 어떻게든 당신에게 들러붙으려 할 테구요. 고통 받을수록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조지프 박사님.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추신) 마지막 당신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쪽지... 부디 잘 처리해야 할 텐데... 왜이리 불안할까요?

 

 

<세상의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처먹어도 아깝잖은 조지에게.>

그냥 너는 욕도 아깝다, 정말.

파이퍼가 너에게 차마 육성으로 하지 못했던 말을 내가 고대로 전해주지.

 

미안하다. 가엾은 사디스트 자식아.

정말 미안해. 그때 눈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서.

미안해. 벽돌로 네 놈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지 못해서.

미안해. 네 눈알을 뽑아내지 못해서.

 

부디 지옥불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아라!!!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파이퍼.>

너를 보고 있으면 그저 미안하단 마음만이 든다. 십대 소녀라는 신분이 이 험한 세상에서 얼마나 위태로운 존재인지, 왜 어른들은 그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지, 지켜주기는커녕 어쩜 그리도 잔인하고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건지.

게다가 나는 너를 보노라니 어쩐지 속절없이 스러져 간 304명의 생명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래서 자꾸만 말하게 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그래도. 비록 그들은 살아돌아오지 못했지만 파이퍼 너는 살아 돌아와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빈센트 루이츠에게.>

빈센트! 당신도 역시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냈나요? 솔직히 당신이 이 이야기에서도 등장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는 조의 이야기인지라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이렇게 짜잔~ 하고 등장해주니 더더욱 반갑더군요. 조가 유일하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남자, 조에겐 살짝 부족한 유머 감각이 있는 남자, 때문에 역시 조연으로서만 만나기엔 너무도 아까운 남자 빈센트! 여러모로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조지프 박사에게 당신은 정말이지 필요하고 또 필요한 존재지만, 이젠 상황을 좀 바꿔서 당신이 주인공이고 조가 조력자로서 당신을 도와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도 보고 싶네요. 갓보텀씨가 그런 이야기를 이미 여러편 썼다고 알고 있는데... 아, 이건 출판사 편집자에게 부탁해야 할 일이겠군요.

어쨌든 빈센트! 조의 이야기에서도 또 당신의 이야기에서도 우리 자주 보길 고대할게요.

 

<이 책의 편집자에게.>

일단 국내에 생소한 작가였던 갓보텀씨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출간해 주시는 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어지는 이야기들 당연히 계속해서 출간해 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구요. 그런데 이왕이면 말입니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 이전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나 빈센트 루이츠 시리즈도 출간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제 국내에도 갓보텀씨의 팬이 상당하니 말입니다. 특히 빈센트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가 저를 비롯하여 참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갓보텀을 더욱 더 널리 알려 국내의 스릴러 소설 팬들을 이롭게 해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다시 갓보텀씨에게.>

하! 앞서 미친 기대에 찬 저를 실망시키면 가만 있지 않겠다 했는데, 역시 가만 있을 수 없겠습니다. 네, 이제 더더욱 "믿고 보는 갓보텀!"을 외치고 다녀야 할 것 같네요. 솔직히 저는 영미권 스릴러가 그렇게까지 취향에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당신의 작품을 읽기 전에는 말이죠. 그런데 이제 당신 것과 같은 미치도록 빠져들게 하는 스토리라면, 당신 것과 같은 현장감 가득하여 공감하게 하는 문장이라면 무조건 OK입니다. 다만, 당신의 것과 같은...어떤 것이란 건 물론 흔치 않을 테죠.

로보텀씨! 당신은 분명 딸이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십대 소녀들을 위기에 몰아넣는 것이리라... 그렇게 조에게 당신을 투영하는 것이리라 예상합니다. 끈질기게 십대 소녀들을 위기에 몰아넣는, 더불어 조를 극한까지 몰아가는 당신이 사실 변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 설정들이 당신의 작품(특히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큰 매력(?)이다 보니 제발 이제 그런 잔인한 짓은 그만하라는 말은 결코 할 수 없겠네요.

다음 이야기에선 또 어떤 소녀가 고통 받게 될지, 또한 조는 얼마나 더 극한에 몰리게 될지, 걱정되면서 기대되는 이 마음을 어쩔 수가 없네요.

추신) 그런데 말입니다. 갓보텀씨. 조의 주머니로 들어간 그 쪽지는, 그 쪽지 정도는 없었던 걸로 해줘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자꾸만 그 쪽지가 신경이 쓰이고 또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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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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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다.>

수많은 현역 작가들이 즐겨 읽고 동경한다는 추리 소설의 대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독자들이 두번째 페이지로 책장을 넘기도록 하혀면 우선 첫 페이지부터 화끈하게 시작하라.'라는 말을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소설은 그의 그런 말을 아주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 소설입니다. 소설의 첫장은 검사 스콧 덩컨과 킬러 몬티 스캔론의 접견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스콧은 스캔론의 담당 검사가 아니었고, 둘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지요. 그런데 몬티 스캔론이 고백을 합니다. 15년 전에 자신이 그의 누이를 죽였다고 말이죠. 그동안 화재때문에 그의 누이를 잃었다고 알고 있었던 스콧은 충격에 빠집니다. 그렇게 끝나버리는 프롤르그...

그리고 이어지는 3개월 후의 이야기. 그런데 우스운 건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스콧과 몬티 스캔론은 이야기에서 어디론가 증발해 버리고 전혀 등장을 하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말 수많은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그 어디에도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 겁니다. 그렇게 강렬한 첫인상을 툭 던져두고 두 사람은 대체 어디로 증발해버린건지... 게다가 계속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면 결코 그 두사람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 말이죠. (15년 전에 뭔가가 있었다...하는 점을 제외하곤) 그런데 정확하게 작품의 중간지점에서 짜잔~ 하고 등장을 해주시는군요. 정말 의외의 인물로 말이죠. 드디어 나타나주셨군~ 하는 반가움과 의외의 반전으로 인한 헉!...의 충격을 동시에 느꼈지요.

시작이 반이라더니, 이런식으로 시작이 반일 줄이야......

 

<흩어지는 퍼즐 조각들, 아니 인물들. 그리고 걸크러쉬.>

제가 참 촘촘한 구성을 좋아하는 편이긴한데, 이 소설 정말 놀랍군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소설엔 정말이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장삭했던 두 인물처럼 이들 또한 전혀 연관성은 없어보입니다. 자꾸만 늘어나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산발적,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대체가 어떻게 이들 사건이, 그리고 인물들이 고리를 맺게 될지 궁금해지죠.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인물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 휘발성 기억력이 그들을 기억하지 못해 후에 이야기가 마무리 될 때 이해하지 못할까봐서요. 이런 귀찮은 짓은 책을 읽으면서 잘 하는 편이 아닌데, 귀찮아 하는 동시에 희열감을 동시에 느끼기도... 인물들을 정리하면서 스포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줄거리도 간략하게나마 담아보았네요.

 

 

스콧 덩컨 : 검사, 킬러 몬티 스캔론으로부터 15년 전의 충격적인 진실에 대해서 듣게 됨.

그레이스 로슨 : 화가. 15년 전 보스턴 대학살의 생존자. 사진 현상소에 맡겼던 사진을 찾았는데 그 속에서 의문의 사진 1장을 발견.

잭 로슨 : 그레이스의 남편. 그레이스가 사진을 발견한 날 사라짐.

록키 콘웰 : 잭을 미행하는 사람.

에릭 우 : 북한 공작원 출신의 의문의 남자. 현란한 살인 스킬 소지.

지미 엑스 : 보스턴 대학살 당시 공연의 주인공. 보스턴 대학살 이후 사라짐.

칼 베스파 : 보스턴 대학살 당시 아들을 잃은, 거대한 범죄 조직의 수장.

크램 : 칼 베스파의 신복.

웨이드 라루 : 보스턴 대학살의 주범으로 15년째 복역 중.

샬레인 스웨인 : 이웃집 남자가 자신을 훔쳐보는 것을 즐기는 권태기에 빠진 여자. 그 변태적인 취미덕에 사건의 중심으로...

펄머터 : 그레이스가 남편의 실종 신고를 했을 당시 담당 형사.

코라 : 그레이스의 절친.

샌드라 코발 : 변호사. 잭이 실종되기 직전 통화했던 인물.

 

이외에도 어마어마한 인물들이 더 많이 등장하긴 하는데 일단 주요인물은 이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쎈 언니들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진정한 걸크러쉬를 선보이는 그녀들.....!!!

 

<롤러코스터 가속도의 법칙.>

이 소설에는 크고 작은 반전들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어떤 인물 등장 자체의 반전, 인물과 인물 사이에서의 반전, 사건들의 연결고리 속에서의 반전 등등. 안그래도 수없이 많은 인물들에 정신이 없어 죽겠는데, 그안에서 또 반전은 왜그리도 많은지 독자들의 정신을 아주 쏙 빼놓습니다. 더디게, 하지만 점점점점 높이 올라가다가,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잠시 멈춰 선 후, 가속도가 붙어 미친듯이 질주하는 롤러코스터. 그와 닮은 소설이었습니다.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자꾸만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 속에서 더디게 이야기가 진전되는 듯하지만, 그와중에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반전들에 긴장을 놓을 수 없고, 퍼즐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책에 빨려들어 미친듯이 책장을 넘기는 가속도의 법칙을 이 책에서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스릴, 그걸 즐기려 사람들은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스릴러 소설을 읽는거겠지요.

 

<끝은 전부, 그 이상이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와 이 소설이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는 도착점에 채 이르기도 전에 고작 이 몇초 스릴을 맛자고 내가 3시간 넘게 땡볕에 줄을 섰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지게 마련이죠. 하지만 이 소설은 에필로그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들을 밀어붙이는군요. 작품 초.중.후반에 등장했던 반전들따위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초특급 반전이 바로 그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을 하거든요. 앞서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끝은 전부, 아니 그 이상입니다. 궁금하시죠? 그럼 읽어보시죠!

 

<이름값.>

작가인 할런 코벤은 미국 3대 미스터리 문학상으로 꼽히는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최초로 모두 수상한 작가. 전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되어 7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그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스릴러의 거장....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네, 저도 수도없이 들어왔던 수식어와 그의 이름입니다. 다만 제가 반골 기질이 있는지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너도 나도 다 알고 있고, 너도 나도 다 읽은 작가의 작품은 '내가 이름값 제대로 하는 작가들 별로 못 봤다! 대단하면 또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는 마음을 품고 쉬이 손을 대질 않습니다. 하지만 코벤, 그는 이름값을 아주 제대로 하는 작가라는 걸 이 작품으로 깨달았습니다. 이제 저는 그에게 흰 수건을 던지며, 앞으로 절대 복종, 아니 독서를 맹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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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 대하여
아리요시 사와코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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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업의 여왕 도미노코지 기미코가 7층 자신의 사무질에서 떨어져 사망합니다. 그녀가 소위 잘 나가던 시절엔 그녀를 그리도 추앙하던 텔레비전과 주간지에서는 이제 악녀의 추락이라고 떠들어댑니다. 그리고 여기 그녀가 진짜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취재하러 나선 소설가가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 소설가가 도미노코지과 관련된 인물 27인을 인터뷰한 기록입니다.

 

오로지 인터뷰의 기록만으로 진행되는 독특한 구성의 이 소설, 하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도 사건이 다채롭고 흥미진진합니다. 그녀는 정말 악녀였는지, 그래서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던 것인지, 그렇다면 그녀를 살해한 사람은 누구였는지 몹시도 궁금해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터뷰를 거듭 거듭 읽어봅니다. 하지만 그들의 인터뷰를 읽을수록 더욱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정말 '도미노코지 기미코' 한 사람에 대한 인터뷰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평이 갈리니까요. 그래서 저는 솔직히 그녀가 실은 알고보니 쌍둥이나 세쌍둥이는 아니었을지, 혹은 그녀와 똑같이 성형을 한 다른 여자가 존재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그런 트릭이 사용된 소설이 아닌지 의심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만큼이나 그녀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너무나 다채로운 인생을 살았고, 다채로운 인물들을 만나 관계를 맺었습니다. 때론 영악하게, 때론 순수하게, 또 때론 헌신적으로.

 

도미노코지 기미코, 그녀의 주변인들이 들려주는 그녀의 인생 이야기 속에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의 일본의 5~70년대 모습이 아주 잘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신분제가 폐지되어 귀족들이 몰락해 가는 모습,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그들, 점점 사회적 지위가 높아져가는 여성들의 모습 등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사회의 변화를 아주 잘 이용하여 큰 성공을 이룬 도미노코지 기미코. 그녀는 정말 악녀였던 걸까요?

 

마지막 27번째 인물의 인터뷰까지 읽고나면 그녀가 정말 악녀였는지 결론을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저는 여전히 결론을 내릴 수가 없습니다. 개천에서 태어난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구나 싶을 때는 그저 안쓰럽기도 공감이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녀 때문에 다른 누군가가 상처입는 것을 보면 악녀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녀는 정말 악녀였던 걸까요? 여전히 답을 찾을 수가 없네요.

 

다만 이런 생각은 듭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막 사회로 발 돋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시절, 제 휴대폰에 적힌 문구는 '나쁜 여자가 되자.'였습니다. 사회라는 거대한 바다에 뛰어들어 수장당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그래서 성공하려면 독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도미노코지 기미코... 그녀도 역시 그런 마음이었던 건 아닐까 짐작해 볼 뿐입니다.

 

한 사람에 관한 결코 하나로 모아질 수는 없는 27개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읽다보니 내 주변 인물이 100명이라면 결국 나 또한 100명이 존재하겠구나 싶어 어쩐지 씁쓸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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