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저는 홍길동형의 주인공이 활약하는 소설을 꽤나 좋아합니다. 캐릭터가 사는 케이퍼 소설류라면 더욱 말이죠. 때문에 스웨덴에서 인기 높은 이 노인 강도단의 첫 이야기가 출간되었을 때도 당장 책을 사들였었지요. 다만 책을 읽는 속도보다 쌓는 속도가 훨씬 빨라 아직까지도 책장에 고이 모셔만 놓았다는 게 함정이자만요. 덕분에 급기야 시리즈의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고 말았네요. 그래서 결국 두번째 이야기부터 펼쳐들고 말았고요.

 

소설의 제목처럼 이야기의 시작은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집니다. 솔직히 제목만 보고 노인 강도단이 라스베이거스에서 거하게 한탕 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어라? 라스베이거스에서 머무르는 건 아주 잠시 뿐이었어요. 티파니를 턴 강도단에게서 우연히 보석들을 강탈(?)한 노인 강도단, 그리고 카지노에서도 거하게 한탕한 우리 노인 강도단은 그 많은 돈은 인터넷 이체로, 보석은 골프 가방에 담아서 직접 들고 스웨덴으로 돌아옵니다. 다만 어마무시한 돈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값비싼 보석은 실수로 그만 잃어버리게 되죠. 그래서 바로 이어 은행을 터는데, 아이고! 이 은행을 턴 돈 마저도 또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 이런이런! 이렇게 실수가 잦고 허술해서야 강도짓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지.... 게다가 자꾸만 실수 연발에 돈은 다 새어 나가니 소설을 읽는 저는 어찌나 답답하던지요... 하지만 우리 노인 강도단이 그렇게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을리 없겠죠?

 

자꾸만 흩어지는 돈, 자꾸만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 자꾸만 엮이는 인물들... 이 모든 것들이 점점 하나로 모아지는 절정. 이런 구성을 상당히 좋아하는 저는 이야기가 결말에 다다를수록 희열감 비슷한 것을 느꼈습니다. 참 우연적인 것 같으면서도 절묘하게 하나로 합쳐지며 모든 것이 탁탁 해결되는 그 구성이 참 재밌었어요. 게다가 개성 강한 5명의 노인들을 보노라니 할머니 생각도 나면서 흐뭇했습니다. 특히 메르타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마다 보여주는 임기응변은 정말이지 유쾌하고 즐거웠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어째서 홍길동이나 로빈훗 같은 유형의 인물들의 이야기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이는 역시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많이 불합리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소설에서는 곳곳에 심어놓은 웃음 속에서, 이런 세상의 불합리성을 꼬집고 비틉니다. 지난 가을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국정농단 사건을 생각하며 읽으니 더더욱 통쾌하면서도 또한 한편으론 많이 씁쓸해지기도 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이미 스웨덴에서는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도 출간된 상태라고 하니, 감옥에 가신 메르타 할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새로운 이야기의 번역을 기다려야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