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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고 말해 ㅣ 스토리콜렉터 52
마이클 로보텀 지음, 최필원 옮김 / 북로드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일단 작가 마이클 로보텀, 갓보텀씨에게.>
로보텀씨의 소설을 처음 접한 게 그러니까, 2년 정도 전이었나 보네요. 솔직히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작가 이름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펼쳤던 <산산이 부서진 남자>를 읽으면서 몰입하고 또 몰입하며 주인공들과 함께
저까지도 산산이 부서져버리는 느낌을 받았더랬습니다. 아프고 화나고 속상해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재밌어서. 그뒤로 당신의 이름
6글자(한글 기준이에요.)를 들으면 귀가 번쩍 뜨였더랬습니다. 작년에 출간된 조 올로클린 박사의 다른 이야기 <내것이었던 소녀> 역시
참 재미있었고, 특히 스탠드 얼론인 <라이프 오어 데스>까지 읽고 나서는 '믿고 보는 로보텀', 'god보텀'을 스스로 여기저기
외치고 다니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이번 신작 <미안하다고 말해>는 갓보텀의 역량을 A부터 Z까지 보여주는 절정에 이른
작품이라기에 우리말로 출간되길 얼마나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지요. 이렇게나 지나칠 정도로 당신의 이름만으로 큰 기대감에 들뜨게 해놓고선 어디
실망시키기만 해봐요!
<영원히 고통받는 우리의 주인공, 조지프
박사에게.>
Hi 조! 오랜만이네요. 당신과 함께 살아가는 파킨슨씨는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전히
그와 함께 하고 있군요. 게다가 당신은 여전히 서툰 아빠에, 용서받지 못한 남편이구요. 당신의 창조주인 갓보텀씨가 자신의 피조물들을 극한의
궁지에 몰아넣는 것이 특기이니 어쩌겠나요. 당신이 참고 견뎌야지요. 게다가 당신이 극한에 몰릴수록 이야기는 재미있으니 독자인 제 입장에선...
아... 아니에요, 아닙니다. 아무튼 당신이 평안해지길 빈다구요.(진심입니다.)
당신 가는 곳에 사건이 따라붙는 건지, 사건이 당신을 불러들이는 건지, 흔히 없는
옥스퍼드행에 어김없이 사건이 벌어지는군요.(일본에 당신과 비슷한 류의 인간인 코난이라는 꼬마가 있는데 소개해주고 싶은 심정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도 희생자는 십대 소녀. 당신의 딸인 찰리가 딱 그또래이니 더더욱 그 사건을 멀리 하고 싶지만, 또한 어쩔 수 없이 말려들 수밖에요.
피해자를 그저 수사관(물론 당신은 수사관은 아니지만)의 신분으로만 볼 수 없는 과거를 가진, 안쓰러운 조. 하지만 어쩌겠나요. 당신만큼 이
분야(미친 사이코패스에 희생당하는 소녀들)에 유능한 전문가도 없는 걸요. 그렇게 당신의 사건에의 몰입은 곧 독자의 몰입이 되는 거니까요.
이번에도 당신의 힘겹디 힘겨운, 하지만 명쾌하고 눈부신 활약, 참으로 미안한 말이지만
재밌게 잘 봤습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한 당신의 마지막 행동은, 깊이 공감하지만 또한 위로의 말을 함께 전하고 싶네요. 또 큰 상처
하나를 얻었으니, 당신은 이제 또다시 사건으로부터 멀리 멀리 도망치려 하겠네요. 하지만 사건들은 또 어떻게든 당신에게 들러붙으려 할
테구요. 고통 받을수록 독자들에게 사랑받는 조지프 박사님.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추신) 마지막 당신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 쪽지... 부디 잘 처리해야 할 텐데... 왜이리
불안할까요?
<세상의 온갖 욕이란 욕은 다 처먹어도 아깝잖은
조지에게.>
그냥 너는 욕도 아깝다, 정말.
파이퍼가 너에게 차마 육성으로 하지 못했던 말을 내가 고대로 전해주지.
미안하다. 가엾은 사디스트
자식아.
정말 미안해. 그때 눈을 제대로
찌르지 못해서.
미안해. 벽돌로 네 놈의 머리를
완전히 박살내지 못해서.
미안해. 네 눈알을 뽑아내지
못해서.
부디 지옥불에 떨어져 영원히 고통받아라!!!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파이퍼.>
너를 보고 있으면 그저 미안하단 마음만이 든다. 십대 소녀라는 신분이 이 험한 세상에서
얼마나 위태로운 존재인지, 왜 어른들은 그들을 제대로 지켜주지 못하는지, 지켜주기는커녕 어쩜 그리도 잔인하고 사악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건지.
게다가 나는 너를 보노라니 어쩐지 속절없이 스러져 간 304명의 생명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래서 자꾸만 말하게 된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래도, 그래도. 비록 그들은 살아돌아오지 못했지만 파이퍼 너는 살아 돌아와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빈센트 루이츠에게.>
빈센트! 당신도 역시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냈나요? 솔직히 당신이 이 이야기에서도
등장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는 조의 이야기인지라 크게 기대는 안 했는데 이렇게 짜잔~ 하고 등장해주니 더더욱
반갑더군요. 조가 유일하게 모든 것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남자, 조에겐 살짝 부족한 유머 감각이 있는 남자, 때문에 역시 조연으로서만 만나기엔
너무도 아까운 남자 빈센트! 여러모로 부족하고 도움이 필요한 조지프 박사에게 당신은 정말이지 필요하고 또 필요한 존재지만, 이젠 상황을 좀
바꿔서 당신이 주인공이고 조가 조력자로서 당신을 도와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도 보고 싶네요. 갓보텀씨가 그런 이야기를 이미 여러편 썼다고 알고
있는데... 아, 이건 출판사 편집자에게 부탁해야 할 일이겠군요.
어쨌든 빈센트! 조의 이야기에서도 또 당신의 이야기에서도 우리 자주 보길 고대할게요.
<이 책의 편집자에게.>
일단 국내에 생소한 작가였던 갓보텀씨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출간해 주시는 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이어지는 이야기들 당연히 계속해서 출간해 주시리라 굳게 믿고 있구요. 그런데 이왕이면 말입니다... <산산이 부서진 남자>
이전의 조 올로클린 시리즈나 빈센트 루이츠 시리즈도 출간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이제 국내에도 갓보텀씨의 팬이 상당하니 말입니다. 특히 빈센트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가 저를 비롯하여 참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갓보텀을 더욱 더 널리 알려 국내의 스릴러 소설 팬들을 이롭게 해주십시오.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입니다.
<다시 갓보텀씨에게.>
하! 앞서 미친 기대에 찬 저를 실망시키면 가만 있지 않겠다 했는데, 역시 가만 있을 수
없겠습니다. 네, 이제 더더욱 "믿고 보는 갓보텀!"을 외치고 다녀야 할 것 같네요. 솔직히 저는 영미권 스릴러가 그렇게까지 취향에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습니다. 당신의 작품을 읽기 전에는 말이죠. 그런데 이제 당신 것과 같은 미치도록 빠져들게 하는 스토리라면, 당신 것과 같은
현장감 가득하여 공감하게 하는 문장이라면 무조건 OK입니다. 다만, 당신의 것과 같은...어떤 것이란 건 물론 흔치 않을 테죠.
로보텀씨! 당신은 분명 딸이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십대 소녀들을 위기에 몰아넣는 것이리라... 그렇게 조에게 당신을 투영하는 것이리라 예상합니다. 끈질기게 십대 소녀들을 위기에 몰아넣는, 더불어
조를 극한까지 몰아가는 당신이 사실 변태는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상황 설정들이 당신의 작품(특히 조
올로클린 시리즈)의 큰 매력(?)이다 보니 제발 이제 그런 잔인한 짓은 그만하라는 말은 결코 할 수 없겠네요.
다음 이야기에선 또 어떤 소녀가 고통 받게 될지, 또한 조는 얼마나 더 극한에 몰리게
될지, 걱정되면서 기대되는 이 마음을 어쩔 수가 없네요.
추신) 그런데
말입니다. 갓보텀씨. 조의 주머니로 들어간 그 쪽지는, 그 쪽지 정도는 없었던 걸로 해줘도 되지 않을까요? 저는 자꾸만 그 쪽지가 신경이 쓰이고
또 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