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시선 - 합본개정판 모중석 스릴러 클럽 2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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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다.>

수많은 현역 작가들이 즐겨 읽고 동경한다는 추리 소설의 대가 '레이먼드 챈들러'는 '독자들이 두번째 페이지로 책장을 넘기도록 하혀면 우선 첫 페이지부터 화끈하게 시작하라.'라는 말을 했다고 하네요. 그리고 이 소설은 그의 그런 말을 아주 정확하게 지키고 있는 소설입니다. 소설의 첫장은 검사 스콧 덩컨과 킬러 몬티 스캔론의 접견 장면으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스콧은 스캔론의 담당 검사가 아니었고, 둘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지요. 그런데 몬티 스캔론이 고백을 합니다. 15년 전에 자신이 그의 누이를 죽였다고 말이죠. 그동안 화재때문에 그의 누이를 잃었다고 알고 있었던 스콧은 충격에 빠집니다. 그렇게 끝나버리는 프롤르그...

그리고 이어지는 3개월 후의 이야기. 그런데 우스운 건 프롤로그에 등장했던 스콧과 몬티 스캔론은 이야기에서 어디론가 증발해 버리고 전혀 등장을 하지 않고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정말 수많은 인물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그 어디에도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는 겁니다. 그렇게 강렬한 첫인상을 툭 던져두고 두 사람은 대체 어디로 증발해버린건지... 게다가 계속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면 결코 그 두사람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 보이지도 않고 말이죠. (15년 전에 뭔가가 있었다...하는 점을 제외하곤) 그런데 정확하게 작품의 중간지점에서 짜잔~ 하고 등장을 해주시는군요. 정말 의외의 인물로 말이죠. 드디어 나타나주셨군~ 하는 반가움과 의외의 반전으로 인한 헉!...의 충격을 동시에 느꼈지요.

시작이 반이라더니, 이런식으로 시작이 반일 줄이야......

 

<흩어지는 퍼즐 조각들, 아니 인물들. 그리고 걸크러쉬.>

제가 참 촘촘한 구성을 좋아하는 편이긴한데, 이 소설 정말 놀랍군요.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 소설엔 정말이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장삭했던 두 인물처럼 이들 또한 전혀 연관성은 없어보입니다. 자꾸만 늘어나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산발적,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도대체가 어떻게 이들 사건이, 그리고 인물들이 고리를 맺게 될지 궁금해지죠. 그래서 간략하게나마 인물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 휘발성 기억력이 그들을 기억하지 못해 후에 이야기가 마무리 될 때 이해하지 못할까봐서요. 이런 귀찮은 짓은 책을 읽으면서 잘 하는 편이 아닌데, 귀찮아 하는 동시에 희열감을 동시에 느끼기도... 인물들을 정리하면서 스포가 되지 않는 범위내에서 줄거리도 간략하게나마 담아보았네요.

 

 

스콧 덩컨 : 검사, 킬러 몬티 스캔론으로부터 15년 전의 충격적인 진실에 대해서 듣게 됨.

그레이스 로슨 : 화가. 15년 전 보스턴 대학살의 생존자. 사진 현상소에 맡겼던 사진을 찾았는데 그 속에서 의문의 사진 1장을 발견.

잭 로슨 : 그레이스의 남편. 그레이스가 사진을 발견한 날 사라짐.

록키 콘웰 : 잭을 미행하는 사람.

에릭 우 : 북한 공작원 출신의 의문의 남자. 현란한 살인 스킬 소지.

지미 엑스 : 보스턴 대학살 당시 공연의 주인공. 보스턴 대학살 이후 사라짐.

칼 베스파 : 보스턴 대학살 당시 아들을 잃은, 거대한 범죄 조직의 수장.

크램 : 칼 베스파의 신복.

웨이드 라루 : 보스턴 대학살의 주범으로 15년째 복역 중.

샬레인 스웨인 : 이웃집 남자가 자신을 훔쳐보는 것을 즐기는 권태기에 빠진 여자. 그 변태적인 취미덕에 사건의 중심으로...

펄머터 : 그레이스가 남편의 실종 신고를 했을 당시 담당 형사.

코라 : 그레이스의 절친.

샌드라 코발 : 변호사. 잭이 실종되기 직전 통화했던 인물.

 

이외에도 어마어마한 인물들이 더 많이 등장하긴 하는데 일단 주요인물은 이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에서 쎈 언니들의 활약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요새 유행하는 말로 진정한 걸크러쉬를 선보이는 그녀들.....!!!

 

<롤러코스터 가속도의 법칙.>

이 소설에는 크고 작은 반전들이 수도 없이 등장합니다. 어떤 인물 등장 자체의 반전, 인물과 인물 사이에서의 반전, 사건들의 연결고리 속에서의 반전 등등. 안그래도 수없이 많은 인물들에 정신이 없어 죽겠는데, 그안에서 또 반전은 왜그리도 많은지 독자들의 정신을 아주 쏙 빼놓습니다. 더디게, 하지만 점점점점 높이 올라가다가, 최고점에 다다랐을 때 잠시 멈춰 선 후, 가속도가 붙어 미친듯이 질주하는 롤러코스터. 그와 닮은 소설이었습니다.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자꾸만 산발적으로 등장하는 인물들과 사건들 속에서 더디게 이야기가 진전되는 듯하지만, 그와중에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반전들에 긴장을 놓을 수 없고, 퍼즐조각이 맞춰지기 시작하면 어느새 책에 빨려들어 미친듯이 책장을 넘기는 가속도의 법칙을 이 책에서도 경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 스릴, 그걸 즐기려 사람들은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고 스릴러 소설을 읽는거겠지요.

 

<끝은 전부, 그 이상이다!>

하지만 롤러코스터와 이 소설이 확연하게 다른 점이 있습니다. 롤러코스터는 도착점에 채 이르기도 전에 고작 이 몇초 스릴을 맛자고 내가 3시간 넘게 땡볕에 줄을 섰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지게 마련이죠. 하지만 이 소설은 에필로그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들을 밀어붙이는군요. 작품 초.중.후반에 등장했던 반전들따위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초특급 반전이 바로 그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을 하거든요. 앞서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요? 그렇다면 끝은 전부, 아니 그 이상입니다. 궁금하시죠? 그럼 읽어보시죠!

 

<이름값.>

작가인 할런 코벤은 미국 3대 미스터리 문학상으로 꼽히는 에드거상, 셰이머스상, 앤서니상을 최초로 모두 수상한 작가. 전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되어 700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고, 그 기록을 연일 갱신하고 있는 스릴러의 거장....이라고 소개가 되어 있습니다. 네, 저도 수도없이 들어왔던 수식어와 그의 이름입니다. 다만 제가 반골 기질이 있는지 화려한 수식어를 가진 너도 나도 다 알고 있고, 너도 나도 다 읽은 작가의 작품은 '내가 이름값 제대로 하는 작가들 별로 못 봤다! 대단하면 또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는 마음을 품고 쉬이 손을 대질 않습니다. 하지만 코벤, 그는 이름값을 아주 제대로 하는 작가라는 걸 이 작품으로 깨달았습니다. 이제 저는 그에게 흰 수건을 던지며, 앞으로 절대 복종, 아니 독서를 맹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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