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평점 :
서스펜스의 여제 대프니 듀 모리에 작가의 단편소설집 [인형]은 그녀만의 독보적인 시대를 앞선 상상력과 호러 서스펜스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대프니 듀 모리에는 출간이후 단 한번도 절판된 적 없는 소설 [레베카]를 쓴 작가로 [레베카]는 원작소설 이외에 뮤지컬로도 한 획을 그었을 정도로 그녀가 세상을 떠난지 3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사랑받는 미스터리 여제이자 스릴러 영화거장 히치콕 감독의 뮤즈다. 이 소설집은 ‘인형’ 이외에도 ‘동풍’, ‘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성격차이’, ‘절망’, ‘피카딜리’, ‘집고양이’, ‘메이지’, ‘오래가는 아픔은 없다’, ‘주말’, ‘해피밸리’, ‘점점 차가워지는 그의 편지’, ‘인생의 훼방꾼’ 총 13편이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은 대부분 그녀의 나이 25세 이전에 쓰여진 작품으로 신랄하고 예상을 깨는 전개들이 시대를 앞선 천재성을 보여준다.
대프니 듀 모리에는 단순히 시대를 앞선 작가라기보단 모순적인 남녀간의 사랑과 상류층의 위선, 속물적인 성직자의 이중성, 로맨스의 낭만과 냉소, 인간의 이기심 등등 그녀만의 상상력과 맞물려 우아하지만 신랄한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 작품들이 쓰여진 당시 그녀의 나이가 놀랍다. 젊은 나이에 관조적인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냉소적이고 신랄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대단하다. 소설들이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가 대부분이라 잠재된 우울감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듯 하지만 넘지않은 절제미가 이 소설을 좀 더 저자처럼 관조적인 태도로 바라보게 한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불안과 혐오와 불신 등 잠재된 감정들을 끄집어내게라지만 결코 전면에 그 감정들을 내보내지는 않는다. 단편 소설들이었지만 그 안에 잠재된 감정들은 결코 얕지 않았다. 단편소설이지만 길이와 상관없는 웅숭깊은 감정들과 생각들이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을 남긴다.
단순히 [레베카] 소설의 저자라는 이유로 이 책을 읽게 되었지만 냉소적이고 신랄하지만 우아한 이야기는 [레베카]와는 또 다른 여운을 준다. 서스펜스 여제라 불리는 그녀이지만 이전에는 그녀의 단편 소설은 제대로 다뤄지지않았던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서 그녀의 초기작들이 다양하게 다뤄져 앞으로도 그녀의 대표작뿐만아니라 단편 소설들도 사랑받기를 바란다. 사랑의 낭만과 열정보다는 인간의 내제된 이기심, 욕망, 집착, 등 신랄한 우아가 돋보인 이 책을 저자의 소설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