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치, 그리고 취미들


때때로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면 그는 책장에서 새로운 책들을 무작위로 한 다스쯤 꺼내서 욕실 선반장과 소파, 주방, 책상 그리고 침대 등등에 이미 놓여 있던 책들 일부와 교체하기도 한다. 그러면 그의 세계는 무작위로 쇄신된다. 그의 삶이 임의의 페이지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의 독서는 이렇듯 종종 무작위의 우연을 즐기는 방식이므로, 그는 자신이 결코 흥미를 느낄 수 없다고 분명하게 결정 내린 책들은 집 안에 두지 않는다. 가능하면 언제 어디서나 제목을 특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손만 뻗어서 집어 들어도 만족스러운 독서가 보장되는, 그런 책들만으로 집 안의 책장을 채우려 한다. 17-18

집 안에서 그가 주로 머무는 장소에는 반드시 손에 닿는 곳에 책이 있다. 침대의 베개 곁이나 베개 아래, 소파 위, 그리고 글을 쓰는 책상과 주방의 찬장 위, 그리고 욕실 책장과 욕조 곁에는 늘 각각 몇 권의 책들이 그에게 읽히기를 기다리며 거기 놓여 있다. 그런 식으로 그는 보통 서너 권에서 많게는 십여 권에 달하는 책들을 동시적으로, 돌아가며 읽는다. 예를 들어서 욕조에서는 단테를 읽고 침실에서는 추리소설이나 역사서를 읽으며 소파에서는 고대연금술 백과사전을 무작위로 펼치고 한두 페이지씩, 그리고 지하철에서는 휘트먼이나 엘리엇의 시집을 읽는 식이다. 길가 카페에 앉아 있을 때는 주로 희곡들을 읽는다. 16

볕뉘.

0. 번역서인 줄 알았다. 단편소설이란 걸 까맣게 모르고, 그저 제목에 끌려 사게된 책이다. 페북에서 가끔 톡톡 튀는 작가의 일상을 맛볼 수 있지만, 이렇게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스타일을 접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 있는 것이리라.

1. 주인공의 책 시식 법이 무척이나 상세하고 내밀하여 따라하고픈 충동이 인다. 소설뿐만 아니라 이렇게 책을 다루고 마음에 넣는 법을 탐하고 싶다. 아니 읽히는 책결들과 그 가운데 파묻혀 있는 건 상상만으로도 황홀하다.

2. ‘영국식 뒷마당‘에서 오늘도 그네를 타고 논다는 책을 모티브로 한 이어진 소설이 더 아릿하고 몽롱하다. 하지만 아직 카프카의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지 않았으므로 우열은 당분간 보류하기로 한다.

3. 한번은 책을 어떻게 읽느냐고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미뤘다. 사실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이러저러하다고 규정지어 말을 뱉는 순간, 책읽는 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가는 여정이 더 중요하다라고 여긴다. 물리적인 시공간에 따라서도 다르게 접근해야 할 방식이다.

작가의 책 읽기 스타일을 살펴보면서 살짝 부러웠다. 욕실은 책과도, 나와도 비사교적인 공간이기에 제외하고, 여기저기, ㅈㅓ기여기 손닿는 곳마다 닿아있고 간절히 읽히길 바라는 책들이 많은 것이 유사하다. 그렇지만 동선에 깊이 개입하는 책들의 동선까지 생각해보진 못했다. 내공이 몇 수 위다.

4. 모두에 커피를 음미하고 즐기는 법 또한 나는 기분에 따라 무척 기복이 심하다. 다방커피부터 에스프레소, 연한 커피, 더치, 설탕만 넣은 블랙....요동하는 마음과 긴장의 온도마다 내 몸은 다른 손길을 ㄴㅐ민다는 것을 이제야 제법 알게 된 것 같다. 술도 그러하며 스포츠 또한 종목을 ㄱㅏ리지는 않지만 나에게 맞는 속도와 몸이 원하는 것들은 좁혀져 있지만 다양하다. 더 알맞는 것을 찾는 중이기도 하다.

5. 나만의 사물들을 갖는다는 것. 그것이 사치이어도 좋다. 책에 대한 사치는 부릴대로 부리고 싶다. 때ㄸㅐ로 삶을 갱신하는 방법이라면 미학적 탐욕을 마다하지 않으리라. 어떤 충고도 달콤하게 받아들이고 시샘하고 싶다. 몇몇 대목을 - [밀레나 밀레나 활홀한] 작은 책을 옷깃에 넣은 – 또 다른 취미나 일상의 동선에서 곁들여 ㄷㅏ시 맛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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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1-0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님 덕에 배수아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인용하신 첫단락 읽으면서, 아 나도 오늘 기분 안좋은데 집에 가서 침대 위에다가 좋아하는 책을 좀 쌓아둘까, 싶어집니다.

점심 맛있게 드셨어요?

여울 2017-01-09 14:12   좋아요 0 | URL
네 ㅎㅎ 한번 따라쟁이 해보죠~~ 손해볼 것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