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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평점 :
대한민국에서 가장 능력있고, 여자들로부터는 칭송을 받지만 남자들로부터는 질시를 많이 받는 남자는?
정답은 바로 '옆집 아저씨'다.
상당수의 대한민국 유부남들이 집 안밖에서 잔소리를 듣거나 바가지 긁힐 때 마다 비교의 대상이 되는 '옆집 아저씨'는 무척이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한다). 마치 학교에서의 엄친아, 엄친딸들 처럼.
집에 돈 잘 벌어다 주는 건 기본이고 학벌 좋고 키도 크고 매우 잘 생겼다(고 한)다. 무슨 힘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힘(?)도 매우 좋다(고 한다). 게다가 가정적이다. 술 안먹고 일찍 들어와서 집안일 거드는 것은 물론이요, 아이들 공부 봐주기, 처갓집 부모에게 잘하기, 휴일에 쇼핑 따라 가주기 등등 못하는게 없다(고 한다). 운동실력도 발군이고 넘치는 유머로 늘 자기 여자를 웃게 만드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정작 그 '옆집아저씨'는 세상에 자기의 본 모습을 드러내 본적이 없는, 그래서 잔소리 듣는 남자들은 그분이 도대체 어떻게 생기셨는지 얼굴 조차도 모르는 베일에 싸인 신비한 존재다.
그런데 이제 그 '옆집아저씨'가 서서히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내며 커밍아웃을 하고 있다.
그가 누구인가?
그는 바로 마태우스, 서 민 교수다.
이름과 달리 귀족적 풍모( 동의 못하시는가? 도대체 왜?)를 지닌 서민 교수는 요즘 속된 말로 완전히 물이 올랐다. 누가 뭐래도 마태우스의 전성시대다.
인터넷블로그에서의 재치 넘치는 글과 풍자 넘치는 신문칼럼으로 대중에게 서서히 이름을 알리더니 어느 순간 잘나가는 방송인이 되어 버렸다. 나도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여러번 봤지만 요즘 서민 교수의 빵빵 터지는 예능감은 거의 개그맨수준이다.
그렇다면 최근들어 일부 폴리페서들처럼 교수라는 본업에 소홀했는가? 그것도 아니란다. 해마다 여러 편의 논문을 해외학술지를 포함하여 유력학술지에 게재하며 학자로서의 명망도 드높이고 있는가 하면 학교에서는 강의도 잘해서 제자들로부터 늘 존경 받는 선생님이라고 한다.
한때 외모컴플렉스에 시달렸다고 신문 인터뷰 (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5511.html ) 에서 고백 했지만 책띠지에도 당당히 얼굴을 드러낸 걸 보면 극복한지 이미 오래된 듯 하다. 분명 외모가 책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그랬을 테니까.
이 정도 프로파일이면 유부남들 욕먹게 하는 주범인 '옆집아저씨'의 모습과 상당부분 닮지 않았는가?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엔 그 바쁜 와중에 책까지 새로 출간했다. 가히 슈퍼맨 수준이다.
읽어 보니 책내용 또한 대충 쓰고 유명세 덕이나 보고자 하는 허접한 책이 전혀 아니다.
교양과학서로서의 충실한 내용은 물론이거니와 거의 매 페이지 마다 숨어있는 서민 교수 특유의 깨알유머는 이 책이 딱딱한
기생충 관련 서적이란 것을 잊게 만든다. 책의 눈높이도 적당히 낮춰 놔서 나같은 일반인들이 전혀 어려움이나 지루함 없이 읽을 수있다.
아마도 책 읽기 전과 후는 기생충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을 느낄 것이다. 완전박멸해야 할 대상에서 우리와 같이 더불어 살아도 될 녀석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아마 자연산 생굴과 간장게장에 대한 생각도 바뀔 것이다.
평소 내가 생각하는 책이 갖춰야 할 덕목은 재미와 감동, 지식 또는 교양인데, 독서 후에 이 중 하나만 확실히 충족시켜도 성공적인 독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최소한 재미와 지식전달 만큼은 확실히 보장한다. 누구에게나 권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쯤에서 서 민 교수의 다음 행보가 슬슬 궁금해진다. 감히 추측컨데 시트콤에 출연하는 연기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서민교수의 계획은 과연 어떨지. 하이킥 시즌 4에 출연하는 마태우스교수를 조심스럽게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