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ㅣ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1
곤도 마리에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장가 가기 전에 내 방 청소는 늘 엄마나 누나들의 몫이었다. 물론 마당 청소나 쓰레기 버리기, 설거지 등은 말할 것도 없었고.
정말 난 흔히들 말하는 '손 끝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살았었다.
그러던 내 손에 잦은 설거지로 인한 주부습진(난 설거지 때 고무장갑을 안낀다) 이 생긴 건 결혼 후 1년이 채 안되어서다. 처음엔 명절에 엄마나 누나들 안보는 때만 슬쩍 슬쩍 돕다가 이젠 대 놓고 평소에도 내일인 양 하니까 요즘엔 보셔도 별 말씀도 안하신다.
어디 설거지 뿐이랴.
주말 마다의 정기적인 대청소와 쓰레기분류, 잡동사니 버리기, 마당일 등으로 인해 손가락 마디도 굵어지고 제법 설거지와 청소의 달인 경지에 올랐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아기가 생기고 장난감들이 생기고 옷과 책들이 쌓여가면서 집안 청소를 아무리 해도 별로 표가 안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방 구석구석 마다 쌓인 책들, 속에 뭐가 들었는지 기억도 안나는 정체불명의 박스들, 옷장 마다 가득찬 철 지난 옷들, 각종 가재도구들....
언제가는 대대적으로 정리해야지 하는 생각만 가득하고 엄두가 안나던 날들이 흘러갔다. 그러던차에 얼마전 "진짜 인생은 정리 후에 시작된다"라는 책 광고를 보고 정신이 번쩍 들어 구입한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인생이 빛나는 게 청소 잘한다고 되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태티서의 티파니만큼 눈길이 확 가는 책 제목 아닌가.
< 리뷰와 전혀 상관없는 태티서 사진 >
하여간 난 이책이 나오자마자 사두고 조만간 읽어야지 했는데....
비아그라도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된 것이 엉뚱한 곳에서 대박이 터졌다던가.
여간해서 책 취향이 달라서 내가 산 책은 별로 안 읽는 마눌님이 우연히 밤에 옆방에서 몇장 뒤적였나 보다.
뒷날 토요일 아침에 일어난 나는 평소 보다 일찍 깨어있는 마눌님에게 왠일이냐고 물었더니....
세상에나, 밤새 이책을 다 읽은 마눌님은 집안 청소하고픈 생각에 너무나 설레어 잠을 설쳤다는 게 아닌가? 그래서 새벽부터 일어나 의관을 정제하고 청소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날 이후로 마눌님은 매일 매일 한 섹터씩 정해서 말끔히 집안 청소 중이시다. 하루에 나오는 옷과 잡동사니 쓰레기가 몇 푸대씩이다.
나중에 나도 책 내용을 보니 대부분 다 버리라는 얘기다. 책도 옷도 사진도 서류도 어지간하면 다 버려야 집이 깨끗해지지 당장 눈에 안 보이는 곳에 수납하고 꼭꼭 숨겨둔다고 되는게 아니란다.
하여간 요즘은 설거지 그릇들도 예전처럼 안쌓아두고 마눌님이 그때 그때 치워버려서 내가 퇴근 후에 할 일이 없다. 난 그저 소박하게 내가 좀 더 청소를 잘해보려고 산 책인데....정말로 어떻게 하면 마눌님 마음에 좀 더 드는 청소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산 책일 뿐인데...
아무튼 이런 책이 신혼초에만 나왔다라도 내 손에 주부습진이 생기는 일은 없었을거란 생각이 든다.
난 정말 저자와 출판사에 감사하며 이 책 2권이 출간되면 소장용 금박 책이라도 꼭 사서 마눌님에게 바쳐야지 하던 차에....
며칠전 갑자기 마눌님이 그런다.
" 너무 옷을 다 버렸나봐. 옷장을 보니 올 여름에 입을 옷이 별로 없어. 옷 사줘"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도 있는 법. 며칠 동안 하루에도 몇번씩 울려대는 카드 긁었다는 문자 메시지소리에 일 하다가도 깜짝깜짝 놀라고 엊그제부터는 문자메세지 환청까지 들린다.
진시황이 분서갱유를 한 것엔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분명 있을게다.
심지어 군대에서 금서 목록을 정한 것에도 말 못할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하여간 이 책은 대단한 책이다. 하지만 위험한 책이다.
그래도 책더미와 잡동사니에 둘러 쌓여 하루하루 질식할 듯 살아가는 분들에겐 일독을 권하고 싶다.
피에쓰 : 손가락을 보니 습진이 낫고 있다. 이 책은 무려 습진에도 효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