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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람 권정생 - 발자취를 따라 쓴 권정생 일대기
이기영 지음 / 단비 / 2014년 5월
평점 :
작은 사람 권정생
이기영 / 단비 / 316쪽
(2014. 08. 15.)
<강아지똥>,<몽실언니>의 작가 선생님으로 가난하게 태어나서 교회 종지기 생활을 하시며 문간방에서 아이들을 위해 동화, 동시를 쓰시다 돌아가실때는 10억이나 되는 유산을 기부하고 가신 분,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고르다. 자연스레 알게된 선생님이신데 이분의 작품뿐아니라 평소 이야기를 읽어 보니 한없이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권정생은 전쟁과 가난과 병마의 고통 속에서 몇 번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남아 훌륭한 동화를 많이 남겼다. 그리고 삶과 글이 일치하는 거의 성자 같은 삶을 살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래서 권정생을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삶을 살았던 사람으로 추앙하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권정생은 우리와 동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이다. 그랬기에 그의 삶은 '현실' 속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가 살았던 삶이 평범한 길이 아니었다 해서 미화시키거나 성역화해서는 '권정생'을 온전히 만날 수 없다.
(P.6)
권정생은 '아동문학 작가'이다. 시와 소설, 산문 등 많은 글을 남겼지만 무엇보다 '어린이'를 위해서 글을 썼다. 그는 민들레꽃이 아니라 그것을 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 준 강아지똥 이야기를 썻고 가난과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이야기인 몽실언니를 썼다. 다른 동화작가들이 꽃, 별, 무지개처럼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에 대해 쓸 때 그는 누구도 쓰지 않았던 '똥' 이야기와 '거지' 이야기를 썼다. 그는 똥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했고 거지가 부자보다 더 행복하다고 믿었다.
(P.6)
그는 날마다 새벽이면 일어나 종을 쳤다. 겨울이면 종 줄에 성에가 끼고 꼬장꼬장 얼어 손이 무척 시렸다. 그래도 그는 장갑을 끼지 않고 종을 쳤다. 맨손으로 종 줄을 조절해서 잡아당겨야 가장 좋은 종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종을 치다 보면 깨끗한 하늘에 수없이 빛나는 별들과 종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우주의 구석구석까지 아름다운 음악으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권정생은 새벽마다 종을 치며 마음속 기도를 드리고 그 아름다운 종소리에 괴롭고 고달픈 마음을 날려 보냈다.
(P.120)
세상 보는 눈을 달리했다는 것은 단순히 세상을 '다르게' 보는 것이 아니다. 그는 세상을 '거꾸로' 보았다. '다르게'는 남들과 같지 않다는 '차이'에 불과하지만 '거꾸로'는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내보이며 기존의 것을 반대로 뒤집는 것이다. 그래서 권정생이 나사로를 알고부터 세상을 '거꾸로' 보게 되었다고 하는 말에는 세상에 대한 강한 '저항정신'이 담긴다. 돈과 권력을 쥔 부자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거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 이것이 권정생이 '거꾸로' 보는 세상이다.
(P.122)
세상을 '거꾸로' 보니 권정생은 싸움을 일으키는 부자보다 평화로운 거지가 더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예수가 높은 보좌에 임금처럼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서 함께 고통스럽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고통을 함께 나누며 사는 그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눈앞에 예쁘게 핀 꽃보다 거름이 되어준 똥에게로 문길이 가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깨닫는 것이다.
(P.123)
어느 비오는 날 산책길에서 그는 강아지똥이 잘게 부서진 자리에 민들레꽃이 핀 것을 본다. 사람들은 민들레꽃에 눈길을 주었지만 권정생은 '거꾸로' 제 몸을 잘게 부수고 있는 강아지똥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강아지똥은 지렁이만도 못하고 똥강아지만도 못하고 그런데도 보니까 봄이 돼서 보니까 강아지똥 속에서 민들레꽆이 피는구나."
(P.126)
권정생은 세상이 알아주는 유명한 사람이 되고, 돈이 많아지고, 건강해진다면 좋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만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되면 잃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름을 날리고 돈이 많아지면 가난한 이웃을 잃을 것이고 건강해지면 병든 이웃을 잃을 것이다 그는 자신만 병마와 가난에서 탈출하여 이웃을 잃고 싶지 않았다. 아프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며 위안을 주고 희망을 주고 싶었다. 이야기로 그들의 가슴에 맺힌 것을 풀어주고 싶었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떠나면 그에게 '이야기'는 더이상 없다. 그들과 함께 살며 이야기를 들어주고 들려주는 것이야말로 그가 글을 쓰는 진정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P.139)
거지가 아름다운 것은 '내 것'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거지들이 '내 것'을 가지어 잘먹고 잘살게 되는 세상이 아니라 부자들이 창고를 버리고 거지처럼 가난하게 하루 먹을 것만 가지는 세상을 꿈꾸었다. 거지가 부자들의 세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이 거지처럼 아무것도 갖지 않는 세상, 그런 세상을 위해 그는 자신만이 아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거지들의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다.
(P.203)
슬픈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마음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믿은 권정생은 아이들도 슬픔 이야기를 읽고 눈물을 흘릴 수 있기를 바랐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몽실 언니>를 마을 할머니들, 시장터 술장수 아주머니, 공사판 노동자 아저씨들까지 읽어"준 것이 그는 정말 기뻣다. '곰곰이 생각하는 아이'가 되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사람답게 사는 삶'을 잃지 않은 '몽실 언니한테서 우리 모두 조그마한 것이라도' 배울 수 있기를 권정생은 소망했다.
(P.234)
마지막까지는 그는 '북측 굶주리는 아이들과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벳 아이들'을 걱정하다가 "어매"를 부르며 2007년 5월 17일 오후 2시 17분 눈을 감는다.
죽어서 "바람이 되어 씽씽 날기도 하고, 산들산들 춤추기도 하고, 물이 되어 강물 따라 흐르기도 하고, 빗방울이 되어 꽃잎에 내리고, 겨울에는 얼어서 눈이 되어 솜털처럼 내리고" 싶었던 권정생은 그가 바란 대로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 저기 뿌려"졌다. 그는 빌뱅이 언덕 작은 집 뒷산에 뿌려져 흙이 되고 물이 바람이 되어 자유롭게 날아갔다.`
(P.304)
권정생 '작품'을 읽지 않고는 진정으로 '권정생'을 만날 수 없다. 통일을 꿈꾸며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편에서 쓴 그의 작품으로 그를 만날 때에야 비로소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공중부양된 그를 이땅 위에 제대로 안착시킬 수 있을 것이다. 권정생은 동화, 소설, 시 뿐만 아니라 동극과 콩트도 썼고 1990년대 이후붜 2000년대 들어서는 산문을 많이 썼다. 그 산문을 모아 펴낸 책이 <우리들의 하느님>인데, 사실 권정생의 소박하고 가난한 삶과 사상을 만나려면 꼭 읽거야 할 책이다.
(P.307)
권정생은 세상 사람들이 꽃이 아름답다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했다. 꽃의 거름이 된 똥이 더 아름답다며 세상에 '불복종'했다. 그는 돈의 농계가 되지 않았고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그들과 함께 살았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먼저 세우기 위해 그는 스스로 똥처럼 거름이 되어 살았다. 권정생, 그는 똥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똥이 거름으로 귀하게 쓰이는 세상이야말로 사람이 가장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P.311)
* 참고내역
1. 《강아지똥 (세종문화사, 1974)》
2. 《똘배가 보고 달나라 (창작과 비평, 1977)》
3. 《사과나무밭 달님 (창작과 비평, 1978)》
4. 《몽실언니 (창작과 비평, 1984)》
5. 《초가집이 있던 마을 (분도, 1985)》
6. 《벙어리 동찬이(웅진, 1985》
7. 《도토리 예배당 종지기 아저씨 (분도, 1985)》
8. 《달맞이 산 너머로 날아간 고등어 (햇빛, 1985)》
9. 《꽃님과 아기양들 (새벗, 1986)》
10.《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지식산업사, 1988)》
11.《바닷가 아이들 (창작과 비평, 1988)》
12.《점득이네 (창작과 비평, 1990)》
13.《할매하고 손잡고 (올바름, 1990)》
14.《하느님의 눈물 (산하, 1991)》
15.《팔푼돌이네 삼형제 (현암사, 1991)》
16.《짱구네 고추밭 소동 (웅진, 1991)》
17.《하느님이 우리 옆집에 살고 있네요 (산하, 1994)》
18.《강아지똥 (길벗어린이, 1996)》(그림책, 정승각 그림)
19.《오소리네 집 꽃밭 (길벗어린이, 1997)》(그림책, 정승각 그림)
20.《깜둥바가지 아줌마(우리교육, 1998)》
21.《한티재 하늘 1, 2 (지식산업사, 1998)》
22.《먹구렁이 기차 (우리교육, 1999)》
23.《밥데기 죽데기(바오로딸, 1999)》
24.《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 (우리교육, 2000)》
25.《아기소나무와 권정생 동화나라(웅진, 2000. 7.15)》
26.《황소아저씨 (길벗어린이, 2001)』(그림책, 정승각 그림)》
27.《비나리 달이네 집(낮은 산, 2001)》
28.《오물덩이처럼 뒹굴면서 (이철지 엮음, 종로서적, 1986)》
29.《내가 살던 고향은 (웅진, 1996.10)》(이원수 이야기)
30.《우리들의 하느님 (녹색평론사, 1996.12)》
31.《남북 어린이가 함께 보는 전래동화1-10(사계절, 1991)》
32. 한국의 민화·10 《눈이 되고 발이 되고(국민서관, 1992)》
33. 한국의 민화·12 《훨훨 날아간다(국민서관, 1992)》
[출처] 권정생 책 목록 (꼬마 책갈피-봉일천성당 동화모임) |작성자 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