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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1년차 - 초보도 따라 하기 쉬운 즐거운 달리기 프로젝트
다카기 나오코 지음, 윤지은 옮김 / 살림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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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달리기 입문서! 이 책 읽으며 20km까지 달릴 수 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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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 3 - 10月-12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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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예약 주문해두었던 책이 도착하자 상자를 열어 실물을 확인한 후 조심스럽게 손바닥 위에 올려 무게를 재보고 두께를 가늠한 후 잠시동안 고민했다. 휴가를 낼까말까.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밤마다 가림막 뒤에 숨어 미끄럼틀을 바라보며 덴고를 기다리던 아오마메의 간절함에 비교할 수 있을만큼 기다리던 책이 왔으니까. 집을 치우고 창문을 활짝 열고 비스듬히 기대어 앉아 눅눅한 습기를 머금은 여름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읽고 싶었다. 1Q84년으로 들어가려면, 달이 두 개 떠있는 그 세계로 나도 함께 들어가려면 최소한 이만큼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내 두 발이 딛고 있는 세계는 네살배기 큰 딸이 좋아하는 희고 밝은 하나의 달만 떠있는 2010년의 세계임을 슬프게도 부정할 수 없었기에 토트백에 책을 담아 출근했다. 주차장과 사무실 사이의 길에서도 걸으며 읽고, 유축실에서 둘째에게 먹일 젖을 짜면서도 읽고, 문상 가고 오는 길의 자동차 안에서도 읽고, 화장실에서도 읽고, 책상에 앉아 논문 읽는 척 하면서 슬쩍슬쩍 읽어 사흘만에 마지막장을 덮을 수 있었다. 무사히 1984년으로 돌아와 콩깍지 안의 콩알 두 개처럼 나란히 누워있는 아오마메와 덴고를 보고 있노라니 슬쩍 눈물이 맺혔다.

그날 저녁 퇴근길에 큰 딸의 손을 잡고 처음으로 극장에 갔다. 우리의 첫 영화는 '오션스'. 감탄을 멈출 수 없는 아름답고 장엄한 화면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가 이 세계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참으로 적구나.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바다에 그 크기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 혹등고래라는 커다란 생물이 살고 있다. 지구의 신비와 오래된 지혜를 알고 있을법한 깊은 눈빛을 지닌 혹등고래도 바다 사이가 너무 멀어 외로운가보다. 그가 짝을 찾아 부르는 노랫소리를 듣고 있으니 눈물이 났다. 손가락 마디 하나 길이보다 작다는 알에서 갓 깨어난 바다거북들이 바다를 향해 기어간다. 무자비한 새떼의 공격에서 홀로 살아남은 한 마리 바다거북이 난바다로 나아가는 모습을 부감으로 보여주는 화면은 웅장했고 아름다웠고 슬펐다. 반드시 살아남을 것, 그리고 너를 부르는 나의 노래가 너의 귓가에 닿을 수 있도록 애쓰는 것, 그것이 만물에게 주어진 의무인 것일까. 노랫소리를 따라 만난 한 쌍의 고래처럼 바다거북도 아득히 먼 해변 어딘가에서 홀로 살아남은 다른 바다거북과 끝내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럴 것이다. 차갑고 쓸쓸하고 잔인한 바다에서 꼭 제 짝을 만나 따뜻한 해변으로 많은 알을 낳으러 갈게다. 덴고와 아오마메처럼.

20세기 최고의 연애소설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었다면 21세기 최고의 연애소설은 '1Q84'가 되지 않을까? 21세기가 다 가려면 아직 90년이나 남았으니 너무 섣부른 예측일까?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스물이 된 나는 죽은 연인의 그림자에서 허우적거리던 와타나베를 보며 사랑은 덧없고 인생은 본디 외로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30대가 되어 그저 살아있는 일의 존엄을, 외로워지지 않으려 노력하는 일의 위엄을 알게 되었다. '1Q84'는 그래서 고맙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이렇게 숨막히는 연애소설을 쓸 수 있는 하루키가 존경스럽다. 이 두꺼운 세 권의 책을 읽는 내내 다음장이 궁금해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과 남아있는 양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 차마 넘기지 못하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했다. 속편을 이렇게 애타게 기다려보기도 해리포터 7권 이후로 처음이다. 그때와 달리 원서는 일찌감치 나왔는데 까막눈이 번역본을 기다리는 처지인지라 비참하기까지 했다. 만만한 내용이 아닌 만큼 웬만한 실력이 되기 전까지는 원서로 읽을 엄두는 못 낼 것 같지만 번역이 워낙 훌륭하게 잘 된 것 같다. 여운이 워낙 길게 남아서 앞으로도 한동안은 나도 1Q84년의 세계를 드나들게 될 것 같다. 이 땅 위의 외로운 이들에게 모두 어딘가 수도고속도로에서 나오는 비상계단이 있음을, 차가워도 차갑지 않아도 신은 이 곳에 있음을 잊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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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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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리던 4월의 새벽에 이 책을 다 읽었다. 어두운 책들의 무덤에서 발견한 내 인생의 소설책 한 권. 밤을 새워 읽게 만드는 이야기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한 권이라는 희귀성의 신비까지 덧입은 그 책은 소년의 손에 들어오자 마자 그의 인생에 조금씩 파고들어와 뿌리를 내리고 소년과 함께 자란다.

책은 첫사랑의 여자를 만나게 하고, 책을 통해 그 열정을 키우게 하고, 배신과 절망을 느끼게 하고, 다시 제자리였던 무덤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책을 쓴 사람과 한 권의 책을 숨겨놓은 사람,  나머지의 책을 모두 불태운 사람, 그리고 그들을 쫓는 사람에 대한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전후의 음산한 바르셀로나 거리를 바탕으로 흥미 진진하게 펼쳐진다. 소년은 그들의 이야기와 비밀을 조금씩 알아내며 그들이 위태롭게 이루고 있던 균형에 균열을 내고 스스로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간다. 어두운 도시의 뒷골목, 이제 아무도 살지 않는 골목의 삐걱이는 집, 완전히 쇠락해버린 도시외곽의 거대한 저택을 헤매이며 소년은 사랑을 배우고 삶을 배우고 조금씩 청년이 되어간다.

다만, 어두웠던 전쟁의 시절이 끝난 것처럼, 소년에게는 불행한 출생의 비밀 대신 인생의 가장 큰 후원자인 아버지가 있었고, 닮은 길을 갔지만 끝내 그의 사랑은 해피엔딩을 맞이하였다. 혼자 빗소리에 놀라며 캄캄한 바르셀로나 뒷골목을 헤매던 나는 그래서 안도하고 기뻐하며 책을 덮고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여전히 소설의 핵심은 이야기의 힘이다. 한 번 잡은 순간 끝을 보지 않고는 책장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끈끈한 흡입력 덕분에 간만에 즐거운 독서를 경험하였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에게 걸맞는 문체와 속도를 가지고 표현된 덕분에 생생하게 살아 숨쉬고 있으며, 치밀하게 계산된 플롯은 탄탄한 긴장감을 선물한다.

우연히 만난 책과 인생을 공유한 것은 소년만은 아니었다. 내 인생에도 1950년대 바르셀로나에서의 추억이 삽입되었다. 이 책은 멀리 한국에서 번역되어 우연히 내 손에 들어와 나와 이틀밤을 함께 했고, 그 후로도 며칠간 내 머릿속에서 되새겨지는 기쁨을 누렸다. 읽고 사랑하고 또 다른 책과 새로운 비밀과 추억을 나누며  설레임 속에 사는 것. 이것이 아무런 부가가치도 주지 않는 소설책 읽기의 진정한 이유라는 걸 오랜만에 다시 깨달았다. 사폰의 다음 소설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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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dom 2005-05-27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네 덕에 아이오페 받았지롱. 고마워~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스티븐 C. 런딘 외 지음, 유영만 옮김 / 한언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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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학생 생활을 끝내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지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어간다. 신입사원 간담회가 끝나고 전무님이 읽어보라고 이 책을 한 권씩 주셨다.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두 가지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만 할 때 늘 그러듯이, 작년 말 외국에 나가 모자란 공부를 더 할 것인지, 회사에 취직할 것인지 고민하며 나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들을 적어보고 어느 쪽이 더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에 적합할지 생각해 보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가치는 스스로의 성취감과 행복이었다. 또한 건강, 경제적 여유,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후보에 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들은 학교와 회사 어느 쪽을 선택하든 큰 차이 없이 이루어낼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큰 비중을 두어 결정한 가치는 도전과 활력이었다. 학교라는 안전한 울타리에 갇혀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나, 학문은 순수해야 한다는 핑계 하에 사회와 미래가 원하는 연구에 무지한 나, 효율적인 시스템 하에서 조직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워보지 못한 나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도전과 활력이기도 했다.

스스로의 학문적 호기심을 만족시킨 것으로 뿌듯해 하는 것 이상의 일을 해보고 싶었다. 내 연구의 결과가 한 부분을 이루어 제품이 생산되고 그 제품으로 돈이 벌어지는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치열한 진짜 시장에서 살아남아 보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고 이제 새내기 사회인이 되었다.

유쾌한 어시장을 구경하며 누구나 활력을 느끼고 삶의 새로운 의지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휴일이 끝나고 다시 회사에 출근했을 때 그 감흥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서 느꼈던 바를 그대로 실천한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한 사람들만 즐겁고 활력 넘치는 회사생활이라는 단 열매를 얻을 수 있었다.

이것은 지금 나에게 주는 아주 중요한 교훈이기도 하다. 초심을 잃지 말 것. 결심하고 바랐던 것처럼 치열하게 도전하고 노력해서 성취의 기쁨을 느껴볼 것이다. 물론 그 과정 하나하나가 즐겁고 재미있을 수 있도록 치밀한 계획을 세울 것이다. 비록 몸은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있을지라도 가슴은 펄떡펄떡 뛰게 하자. Like a 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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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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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나 영화에서 "나는 누구인가"를 묻는 기억의 전부 혹은 일부가 상실된 사람의 이야기는 오래되고도 다양하게 변주된 소재 중 하나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는 빛바랜 한 장의 낡은 사진을 들고 낯선 거리를 헤매거나 스스로의 몸에 잊지 말아야 할 말들을 새기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또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어떤 기억들은 정말 휘발성이 강해서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내가 그런 적이 있었나. 내가 정말 그랬단 말이야. 어떤 기억들은 정말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일을 찍은 사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그 일에 대해 얘기해준 엄마의 말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옛 집의 모습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고 믿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결국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오래된 사진 속의 집의 모습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카메라 앵글 바깥 부분의 집의 모습은 조금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 기록되지 않은 기억이란 얼마나 연약한 것인지.

사실 나는 국경을 넘어야했던 2차대전 당시 프랑스 거주 외국인들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눈 덮인 산에서 그는 애인을 잃고 기억도 잃어버렸다. 너무 큰 충격이라 상실되었을 이 기억을 찾기 위해 그는 내내 고군분투한다. 그 여정은 조각 몇 개를 잃어버려 도저히 완성할 수 없는 커다란 퍼즐을 맞추는 일처럼 고단하고 안타깝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그는 여전히 마지막 한 조각은 찾지 못했다. 모두들 어디로 가버린걸까. 내가 누구인지 말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놀랍도록 매혹적이고 유려한 소설이다. 건조한 문체 속에 주인공의 안타까움과 절망감이 고스란히 녹아서 잔뜩 흐린 파리의 뒷골목 같은 느낌을 준다. 나 역시 묻는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잘 알고있나. 모두 기억하고 있는가. 그리고 생각한다. 잊지 않기 위해 기억의 영속성을 위해 기록하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사소한 사실도 이렇게 기록하여 기억하자. 매혹적인 프랑스 소설. 고풍스러운 번역.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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