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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보고서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이 시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산문가 중 하나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폴 오스터를, 당신은 이 책 내면 보고서로 처음 접했다. 덕분에 꽤나 낯설었다. 조금 평범한 글로, 소설로 접했으면 좋았으련만. 2인칭 시점으로 서술된 회고록에, 거기다 강렬한 표지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이 책과 친해지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다.

 

당신은 그저 활자를 읽는 것인지, 정말 재밌어서 읽는 것인지 혼란이 올 즈음에 이런 구절을 만났다.

 

일기라도 써서 당신의 생각, 세상을 돌아다녔던 일들, 다른 이들과의 대화, , 영화, 그림을 본 감상, 만났던 사람들과 보았던 장소들에 대한 소감을 꾸준히 기록해 둘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습관을 개발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p.192)

 

이 구절을 읽으면서, 당신은 그제야 왜 이 책을 읽고 있는지 깨달았고 그가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알게 되었다. 당신이 이 문장을 만나기까지 지나온 모든 문장들이, 그가 말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쓰는 습관이었던 셈이다. 열두 살 이후로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이전의 자신에 대해 쓰기로 오스터는 마음먹었다고 한다.

 

당신은 열여덟 살 때 일기를 써보려고 한 적도 있지만, 불편하고 쑥스럽고 왜 이런 짓을 해야 하는지 좀체 알 수가 없어서 불과 이틀 만에 접고 말았다. 그때까지 당신은 줄곧 글쓰기 행위를 내면에서 외면으로 향하는 몸짓, 다른 이에게 가 닿으려는 노력으로 생각해 왔다. 당신이 썼던 말들은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한 것이었다. (p.192)

 

당신은 오스터의 이 글을 반대로 생각해본다. 외면에서 내면으로 향하는 몸짓이며, 현재의 오스터가 과거의 오스터에게 가 닿으려는 노력이라고.

 

대학 시절, 오스터가 전 부인과 주고받은 수많은 편지 속에서도 당신은 오스터를 발견한다. 어쩌면 그 당시의 오스터를 가장 잘 드러내는 건, 자신에 대해 쓰는 것보다 연애편지일지도 모른다고.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지 모른다고 말하는 데 편지마다 많은 자리를 할애하면서, 그 밖에 다른 많은 것들을 쓰는 것이 바로 편지가 아닌가, 하고 당신은 생각한다. 자신이 그린 그 어떤 그림보다,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속 고흐가 한층 먹먹할 때가 있듯이.

 

처음 접해보았다고 하기에는, 언제 어디선가 한 번 접해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처음이란 말을 고이 넣어둔 당신은 서평을 2인칭 시점으로 쓰기로 다짐했다. 1인칭도 아니고 3인칭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지적 작가 시점도 아니어서 당신은 쓰는 내내 어색했지만 확실히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시점은 뒤죽박죽에, 그래서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싶은 글일지라도 말이다.

 

오늘 당신이 쓴 이 서평은 뒷날의 기억에 불과하겠지만, 오스터가 쓴 이 책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오스터에게, 오스터의 팬들에게 이 책은, 옮긴이의 말처럼 언어로 엮은 타임캡슐일 테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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