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 - 시드니 걸어본다 7
박연준.장석주 지음 / 난다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벌써 네 번째다. 임프린트 난다의 걸어본다시리즈가 내 품에 들어온 것이 말이다. 걸어본다 세 번째 시리즈였던 나의 사적인 도시가 내겐 첫 번째였는데, 운이 좋았다. 박상미 작가님의 글은 내 취향을 저격했고, 나는 걸어본다 시리즈를 모으기 시작했다.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에세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을 저격했는지 많은 분들과 걸어본다 시리즈를 함께 읽었다. 여섯 번째 시리즈인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으로 배수아 작가님의 알타이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박연준-장석주 작가님의 시드니가 내 품에 도착한 것이다.

 

이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가 시인인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을 알리는 청첩장 역할을 하는 책이라는 건 어느 날 기사를 보고 알았다. 10년 열애 끝에 올 1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던 이들이 9월 초부터 한 달 동안 호주 시드니에서 살았던 기록이라는 것도. 후에 이 책이 내 품으로 들어왔고, 책을 손에 쥔 나는 뒷표지에 실린 김민정 작가님의 축사같은 추천사를 한참 읽었다. 뒷표지를 활자로 가득 채울 만큼 빼곡한 글을 보면서, 두 사람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서 글을 읽는 내가 다 훈훈했다.

 

호주에 사는 지인이 긴 여행으로 집을 비우게 되었으니 와서 지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고, 두 사람은 여행 가방을 꾸려 시드니로 향했다. 다른 사람이 살던 집에 들어가서, 그 집 살림을 하며 먹고 자고 생활하게 된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커피를 마시고, 버스를 타고, 사람을 만나고. 제일 많이 한 것은 누가 뭐래도 산책이었다. ‘시드니에서의 생활을 주제 삼아 소소한 일상을 포착해서 풀어낸 박연준 시인의 글이 먼저 담겼고, 큰 맥락을 잡아 풀어낸 장석주 시인의 글이 뒤에 담겼다.

 

느낌은 다르지만, 일본 소설 냉정과 열정사이가 떠올랐다. 헤어진 연인을 가슴에 담아둔 채 각자의 삶을 사는 두 남녀의 이야기가 그려졌던 소설. 하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두 사람의 이야기라는 점이 독특해서 흥미롭게 읽었다. 하나의 이야기인 동시에 두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건, 아오이와 쥰세이가 연인이었기 때문이고 이 책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쓴 두 시인이 부부이기에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만나 연인이라는, ‘부부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되었으므로.

 

시드니에 도착해서 시드니를 떠날 때까지 두 사람의 글은 달랐지만, 그래서 재미있었고 마음에 들었다. 누구든 이 책을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그게 이 책의 둘도 없는 매력이라는 것을.

 

대개 사랑은 콩깍지가 씐 상태라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은 콩깍지가 벗겨졌는데, 그것도 한참 전에 벗겨졌는데도 그 사람이 좋은 것이다. 모든 단점들을 상쇄시키는 것, 이해 불가능한 상태가 사랑이다. (p.52 박연준)

 

어디까지가 콩깍지이고, 어디부터가 안 콩깍지일까. 말 장난 같은 이 말을, 속으로 되뇌어본다. 내 품에 들어온 이 책을 지금은 콩깍지 씐 상태로 읽었으나, 시간이 흘러 다시 읽게 되는 그 때를 안 콩깍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박연준 시인의 따뜻한 글을 지나, 장석주 시인의 정교한 글의 끝에서, 나 역시 안녕, 시드니,’하고 무심히 발음해본다. 그리고 이런 문장을 써도 되나 싶어서 고민하다, 못 쓸건 또 뭐란 말인가 싶은 마음으로 마지막 문장을 쓴다.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