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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읽다>

 

김영하 산문 삼부작의 완결편 <읽다>는 그가 오랫동안 읽어온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문학이라는 '제2의 자연'을 맹렬히 탐험해온 작가 김영하의 독서 경험을 담은 책이다. 우리 시대의 작가로서 그리고 한 명의 열렬한 독자로서, 독서라는 가장 인간다운 행위의 의미에 대해 사유하고자 하는 그는,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를 깊은 책의 세계로 끌어들여 정신의 미로 속을 때로는 즐겁게 때로는 고통스럽게 헤매는 독서의 쾌락을 선사한다.

< 읽다>는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문학작품을 읽을 때 우리에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위대한 작품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특질은 무엇인가 등을 주제로 6회에 걸쳐 열린 문학 강연을 토대로 쓰였다. 책과 독서에 관한 가장 치열하고도 매혹적인 사유,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의 문학작품과 '미드'까지 아우르며 거침없이 종횡하는 문학 탐사, 문학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풍요로운 질문과 대답, 그리고 김영하만의 깊고 방대한 읽기의 역사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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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산문 삼부작 중 한 편을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이젠 많은 사람들이 표지 한 번은 봤을법한 김영하 산문 삼부작의 완결편이다.

2편 <말하다>를 흡족하게 읽은 나로서는 기다렸던 <읽다>편.

 

정확한 내용은 읽어봐야 알겠지만, 이 책을 붙들고 잠깐 살펴봤을 때

마음에 남은 구절이 있어서 소개해본다.

 

책을 읽는 매 순간, 우리는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조금 더 읽겠다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렇게 해서 한 권의 책을 끝내게 됩니다.

완독이라는 것은 실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만 읽고 싶다는 유혹을 수없이 이겨내야만 하니까요.

(p.82)

 

 

허윤선 <그림과 문장들>

 

그림과 함께 책 속 문장들을 들려주는 책이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잠시 시간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들 100점과, 영원히 빛날 명문장 100가지를 모았다. 그림에 문장을 더함으로서, 그림 감상의 폭은 풍부해지고 문장의 의미는 더욱 명징해지며, 서로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준다.

벨에포크의 화가 툴루즈 로트렉의 '디방 자포네' 속 검은 옷의 여인은, 지금의 청춘들이 사랑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에서 언급된 '슬픔이 매력적인 이유'를 시각적으로 말해준다. 히로시게의 우키요에 속 고양이는 노르웨이 시인 하우게의 고양이에 관한 시구를 만나 '이곳의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매력적인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앙리 루소의 '잠자는 집시' 앞에서 읽는 오르텅스 블루의 <사막>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이 책에는 많은 여백이 존재한다. 화가와 작가에 대한 상세 소개나, 그림 해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여타의 그림 에세이처럼 지은이의 감상이 길게 이어지지도 않는다. 그저 앞면에 인쇄된 그림을 넘기면 뒷면에는 그림에 대한 간략한 정보과 함께 그림을 보고 떠올린 책 속 문장들, 그리고 거기에 대한 지은이의 짤막한 단상이 적혀 있다.

이렇듯 책에는 아주 최소한의 글만이 들어 있지만, 그럼에도 어느 페이지도 쉽사리 그냥 넘겨지지 않는다. 그림과 문장 그 자체가 가진 힘, 무게 때문이다. 복잡한 해설 없이도 충분히 그림을 느낄 수 있고, 문장의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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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잠시 시간을 멈추게 하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실렸다는 것도 좋지만,

사실 이런 책에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그림에 곁들인 문장에 있다.

곁들인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글만 놓고 봐도 충분히 좋은 그런 문장들.

 

그간 그림이 위주인 책을 선물해 본 적은 없는데,

이 책은 내가 읽지 못했어도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강세형 <나를, 의심한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 두 권의 책을 연달아 베스트셀러에 올려놓으며 6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강세형 작가의 세 번째 에세이. '일상', '환상', '음악'이라는 세 가지 각기 다른 주제의 이야기들을 과거와 현재, 현실과 꿈을 오가며 흥미롭게 풀어냈다.

교복처럼 즐겨 입던 옷을 잃어버린 후 불현듯 깨달은 이별에 대한 생각, 어른이 되면 하지 않게 될 거라 생각했던 걱정들을 여전히 하고 있는 자신에 대한 고민, 아무리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할 수조차 없는 세상살이의 힘겨움, 미워도 쉽게 헤어질 수 없는 애증 같은 주위와의 관계 등.

너무나 익숙해서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일상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그려낸 특유의 관찰력과 놀라운 상상력, 유려한 문장은 강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이끈다. 아직 서툴고 여전히 불안한 우리가 진정한 어른의 시간을 마주하는 방법을 '의심'을 통해 보여주는 새롭고도 독특한 이야기.

 

*

 

두번째 책은 읽지 못했지만,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를 인상 깊게 읽어서 그런지

강세형 작가님의 에세이에 대한 기억이 좋다.

 

 블로그 이웃이신 동경님이 이 책을 읽으셨기에

이 책 안 그래도 읽어보고 싶어서 눈독 들이고 있었다 말하니,

다른 작가인가 싶을 정도로 전작들과 다른 느낌이었다고 답해주셨다.

 

그래서 읽어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던 책.

 

 

 

 

김형경 <오늘의 남자>

 

오늘 내가 만난 남자, 도대체 왜 이럴까? 이 남자는 왜 그렇게 찌질할까? 이 남자가 여자를 폄하하는 이유는 뭘까? 이 남자는 왜 아무도 없는 곳에서만 눈물을 흘릴까? 언제 어디서나 서열을 정리하고, 경쟁 행위 자체에서 에너지를 얻고, 권력자 앞에선 강력한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언어보다 섹스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이 알 수 없는 남자의 본심을 김형경 작가가 다시 파헤친다.

< 남자를 위하여> 이후 2년 만에 김형경만의 날카로운 통찰과 유쾌하고 진솔한 언어로 들려주는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는 여전히 유용하면서 더욱 명쾌해졌다. 직장, 학교, 가정 등에서 남녀간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김형경표 남녀관계 심리 연구서를 읽다보면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환상이 현실감을 되찾으면서 서로의 간극이 메워지는 걸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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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전작 <남자를 위하여>는 나의 첫 신간평가단 활동이었던 13기의 마지막 도서 중 한 권이었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이 무척 반가웠던 바다. 감사하게도 신간평가단을 연임하고 있고,

그 안에서 작가님의 후속작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2년 만에 작가님은 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내셨는지도 궁금하고

'여자가 알아야 할 남자 이야기'를 나는 어떻게 읽어낼지도 궁금하고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되지 못하더라도 이 책은 챙겨 읽자고, 메모해둔다.

 

그 어떤 설명보다는 목차를 덧붙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금 길지만..

목차를 덧붙여본다.

 

1장 아픈 남자, 슬픈 남자
상실을 경험한 남자의 마음 풍경 / 남자의 말 속에 없는 것들 / 의식의 능숙함과 무의식의 미숙함 / 침묵 속에서 마음이 아픈 남자들 / 남자의 감정적 방패, 논리와 합리화 / 남자들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을 때 / 구강기 남자들의 나라 / 여자를 폄하하는 남자의 언어 / 모든 남자는 평등하게 불안하다 / 술을 따라주며 전하는 남자의 안부 / 남자가 자기 능력에 불안감을 느낄 때 / 남자의 폭식증, 여자의 거식증 / 남자의 우울증, 무력감과 폭력성 / 무력감에 싸인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 / 동성애 남자의 고요한 눈빛을 위하여 / 남자의 거짓말 뒤에 숨겨진 마음 / 작은 일에 격하게 반응하는 남자 / 세상에서 가장 못난 부류의 남자 / 난폭 운전자 남성의 내면 심리 / 부모가 물려주는 유산, 알코올중독 / 부끄러움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법 / 무의식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 가장 나쁜 남자가 가장 아프다

2장 가장과 아버지의 이름으로
결혼 앞에서 망설이는 남자 / 내면의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위해서 /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의 마음 / 좋은 남자의 나쁜 행동 / 남자는 역할로써 존재한다 / 여자를 즐겁게 해주려는 남자의 소망 / 젊은 남자들의 여성 공포증 / 여자의 성공을 두려워하는 남자 / 여자의 결핍감과 경쟁하는 남자들 / 젊은 아버지들의 '아버지 부재 증후군' / 헌신적인 남자, 이기적인 남자 / '대화가 통하는 남자'를 원하는 여자 / 아내를 비난하는 남자를 위하여 / 출생 순서에 따라 다른 자녀의 성향 / 아버지가 딸을 사랑하는 방법 /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는 방식 / 남자가 경험하는 복종과 배신의 드라마 / 자녀보다 아내에게 집착하는 남자 /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 / 잘못을 취소하는 남자의 행동 / 새로운 아버지 역할을 모색하는 남자

3장 남자의 성과 사랑
남자는 절박하게 여자가 필요하다 / 남자에게는 두종류의 여자가 있다 / 남자의 성 속에 숨겨진 의미들 / 시대 따라 변해온 남자의 여자 유혹법 / 여자를 유혹할 때 유념할 것들 / 남자가 섹스를 통해 말하는 것들 / 남자의 성행위 전 긴장 증상 / 성 충동을 향해 내달리는 남자 / 바람둥이는 아픈 사람이다 / 욕이 상징화되지 않은 남자 / 남자의 삶은 욕동 관리에 달려 있다 / 성욕이라는 종마를 안전하게 다루기 / 성 중독의 세 단계 / 새로운 남자 행동지침을 위하여 / 남자가 아직 말하지 않은 것 / 성폭행 피해자 어머니의 아들 / 남자의 이상한 질투 표현법 / 사랑을 거절당한 남자의 못난 복수 / 한국 남자의 국제 경쟁력 / 여자의 웃음에 약한 나르시시스트 남자

4장 남자 속의 영웅들
남자의 마음속에는 영웅이 산다 / 남자는 경쟁심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 남자가 권력을 사용하는 방법 / 남자가 스포츠를 매개로 경험하는 것들 / 군대 경험이 남자에게 주는 것들 / 남자가 권력을 추구할 때 원하는 것들 / 아내의 종교활동을 싫어하는 남자 마음 / 남자가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 / 남자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은 /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는 것 / 남자의 새로운 매력, 백치미 / 분노가 녹아서 눈물로 흐를 때 / 남자가 정신과 병원을 찾는 이유

5장 남자의 성장과 나이 듦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남자 / 남자가 통과하는 폐허의 시간 / 남자의 역할과 수많은 '자기'들 / 남자를 성장하게 하는 수평적 모임 / 남자의 취미활동과 그 속에 숨은 의미 / 십대 남자와 사십대 남자의 공통점 / 중년기에 포기해야 하는 소중한 것들 / 중년의 위기와 결혼반지의 효능 / 중년 남자가 직업에 회의를 느낄 때 / 남자가 홀로 산길을 걸을 때 / 남자의 중년 위기와 성적 능력의 위기 / 위기에서 심리발달을 이루는 남자 / 충족될 수 없는 남자의 수직상승 욕망 / 불멸을 꿈꾸는 남자의 본능 / 노년의 삶에도 소망이 필요하다 / 남자가 맞닥뜨리는 모욕과 낭비 / 남자들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리기 위해서

 

 

 

 

지은이 박성천, 사진 최현배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23명에게 책이 작가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고, 또 그로 인해 어떤 작품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한 인터뷰를 모은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표 소설가, 시인, 지성인과 문화예술인인 공지영, 조정래, 은희경, 최재천, 김병종, 유시민 등 자신만의 색깔로 책을 짓는 작가들의 내밀한 고백을 한데 모았다. 이들은 왜 책을 쓰게 되었고, 책은 어떻게 그들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이 인터뷰집에 모두 담겨 있다.

지난 2년여에 걸쳐 광주일보 문화예술전문지 예향에 연재되었던 글을 토대로 엮은 책이다. 저자인 박성천 기자는 다양한 영역에 걸친 글쓰기를 통해 사람과 세상, 문화에 대한 지평을 넓혀가는 인문학자다. 문학 기자와 예향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학 관련 기사뿐 아니라 우리 시대 화제가 되는 인물 인터뷰, 다양한 문화 담론을 넘나든다. 저자는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을 인터뷰하며 인터뷰이로서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고, 그 결과로 우리가 사랑하는 작가들의 내밀한 고백을 이 책에 담았다.

 

*

 

광화문 교보문고에 방문할 때마다, 앞에서서 흡족하게 읽고 가는 문장이 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석판 속 문장.

 

이 책의 제목은 반대다.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책이 작가를 만들었고, 그 작가가 다시 책을 만든 이야기.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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