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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선물할 책을 고르다보면, 책을 선물하는 그 시점의 내 심리상태가 파악되곤 한다.
선물을 받는 사람의 취향을 우선순위로 둘 때도 있지만, 보통은 내가 읽은 책 중에 이 사람이 읽어도 괜찮겠다 싶은 책을 고른다. 이를테면, 이석원의 <보통의 존재>나 이병률의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와 같은 책. 나만 읽기 아깝고, 선물하면 그 기쁨이 두 배가 되는 책들. 이도 아니면 선물을 하는 때에 내가 가지는 관심사가 반영되어 책을 고를 때가 있는데, 이 책이 그랬다. (신간평가단 활동을 3기수째 해오면서 매달 신간을 살펴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책도 그런 습관으로 알게 된 책이다.)
이 책으로 미루어 볼 때 지금의 내 관심사는 오늘, 나, 재미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며칠 전 퇴근하고 만난 친구와 이런 주제를 가지고 신나게 대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의 재미를 위해 오늘을 버티는 나(자신)'에 관한 대화. 친구에게 내일의 재미는 여행이었다. 내게 있어 '내일의 재미'를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친구는 말했다. 친구의 말은 맞았지만, 재미는 언제 어떤 무엇으로 바뀔지 모르는 일이고(야구가 무슨 재미가 있냐고 생각했던 몇년전의 내가 야구에 빠져 살듯이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중요한 건 '재미가 있다'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재미있는 게 '오늘'은 아닐지라도 말이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떠나서 사실 이 책에 눈길이 갔던 이유는 저자 '김혜남' 덕분이었다. 심리학 서적의 저자로만 알고 있던 작가님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니. 자연스럽게 목차를 살펴보게 되었고, 이 책을 선물하자고 마음먹었다. 책 선물이라는 게 참 묘해서, 지금이 아니면 이 책을 선물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하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내가 먼저 읽고 선물하는 게 아니어서 어색하긴 했지만, 어색해하는 게 무색할 정도로 좋은 책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던 이 책, 김혜남 작가님의 에세이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작가님이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책 소개에 따르면 ‘하루하루 잘 버텨 내고 있지만 가끔은 힘들고 외로운 당신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인데, 나는 그 중 ‘내가 쉽게 절망하지 않는 까닭’이라는 글이 참 마음에 들었다.
작가님은 이 챕터에서 도종환 시인의 시 ‘폐허 이후’를 인용하며 자신도 시에 나오는 ‘저를 버리지 않는 풀’이 되고 싶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 나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대로 포기해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인생이기 때문이라고.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나기도 하고 더 큰일을 당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데 내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게다가 나에게는 고통을 대신 겪어 주지 못해도 “많이 아프냐”며 손잡아 주고 같이 울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니 내가 절망할 이유가 없다. 앞으로 병이 다시 악화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어차피 사는 거 재미있게 살다 가면 좋지 아니한가. (p.33)
이 구절이 와 닿았던 건, 앞서 병으로 인한 고통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순간에도 ‘고통과 고통 사이에 조금은 덜 아픈 시간이 분명 있다고, 그래서 그 시간을 기다렸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 작가님은 어떤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을까 생각하면 아득히 먹먹해졌지만 작가님이 지켜온 밝은 분위기 덕분에 마지막 장을 덮는 그 순간까지 한 장 한 장 흡족하게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챕터는 아니었지만, 챕터마다 그 이야기에 맞는 작품 이야기를 들려주시거나 누군가의 말을 인용해서 들려주시는 것도 참 좋았다. 어릴 때 읽었던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소설 《창가의 토토》에서 “어쩌면 세상에서 진실로 두려운 것은 눈이 있어도 아름다운 것을 볼 줄 모르고, 귀가 있어도 음악을 듣지 못하고, 마음이 있어도 참된 것을 이해하고 감동하지 못하며 가슴의 열정을 불사르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구절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읽고 이해할 수 있었다. 또,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남겼던 “나는 평생 생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헤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었다.” 라는 말도 이 책을 통해 좀 더 와 닿았다.
작가님의 버킷리스트 중에 7번째, ‘책 한 권 쓰기’에 눈길이 간다. 그동안 다섯 권의 책을 냈지만 부끄럽기 그지없다고. 부끄럽지 않은, 사람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책 한 권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마음이 넘치게 따뜻했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앞서 읽었던 구작가님의 에세이 『그래도 괜찮은 하루』를 읽으며 써내려갔던 버킷리스트를 다시금 꺼내들었다. 그리고 빈칸에 이렇게 써 넣는다.
이 책처럼, ‘내 마음을 넘치도록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책 한 권이라도 더 찾아읽기’.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