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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학생 시절 나는 특정 신문사를 구독했었는데, 그 신문사를 택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매주 목요일마다 본지와 함께 실려 오던 ‘ESC'라는 신문 속 신문을 읽는 재미가 정말이지 쏠쏠했기 때문이다. 'ESC'속 여러 코너를 좋아했지만, 그 중 이기적인 상담실이라는 코너를 참 좋아했다. 그 코너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어떤 사람이 어떤 조언을 구하건 간에 매주 상담의 내용이 기다려졌기 때문이다. ‘이기적인 상담실을 연재했던 작가, 임경선 작가님은 그때 만났다.

 

이 책 태도에 관하여로 작가님을 다시 만났을 때, 오랜만에 작가님의 글을 다시 읽는다는 생각에 조금은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단편적인 글로만 읽다가 오롯이 책 한 권으로 접한다는 것도 새로웠기도 하고. 그렇게 시작한 에세이 태도에 관하여. 작가님의 글을 나름대로 오래 읽어왔기에 작가님을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생각보다 닮은 구석이 많다는 생각에 놀랐고, 여전히 다른 시각은 전보다 더 매력 있게 느껴졌다.

 

닮은 구석을 느꼈던 건 이 구절이다.

 

남들이 단체로 어울려 다니며 신나게 놀 때 나는 주로 1 1의 인간관계가 주는 조용한 친밀감에 편안함을 느끼며 성장해왔다. 원래 달변도 아니었지만 같이 있는 사람들이 3명을 넘어가면 말수가 그냥 줄어들었다.

그렇다 보니 나 역시도 살면서 이래저래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쓸데없이 예민하다 보니 누가 나와 맞고 맞지 않고 누가 나를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고를 너무 빨리 직관으로 알아채는 나 자신이 싫었다. 내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은 또 견디지 못해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쓰던 나의 모습은, 얼굴이 화끈거리는 지난날의 슬픈 초상이다. (p.96)

 

책을 읽다보면, 이건 정말 내가 쓴 것 같다 싶은 구절을 만나곤 하는데 이날은 이 구절이 그랬다. 특히 '3명을 넘어가면 말수가 그냥 줄어들었다'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더랬다.

 

그리고 이 구절.

 

글을 쓰는 일은 건강에도 썩 좋지 않고, 돈벌이에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성격은 말할 것도 없이 점점 이상해져가지만 다행히 한 가지 구원이 있다. 이렇게 모든 고통과 슬픔과 사건 사고에서도 무언가를 건질수가 있다.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 고독이 뼛속 깊이 사무칠 때, 무언가를 상실했을 때, 고통의 감정은 내 안의 여러 생각과 감정을 미친 듯이 자극시킨다. 비관으로 무너져 내리기보다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어서 글로 표현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고통은 어떤 형태로든 창작의 원천이 되어준다. (p.127)

 

나는 글을 업으로 삼고 살고 있진 못하지만, 글을 쓰는 일이 주는 구원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안다고 생각했다. 내가 알고 있다 생각하는 그 어렴풋이 이런 것이었구나, 이 구절을 덕분에 정리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배울 수 있었던 다른 시각을 보여주는 구절은 이 구절이다.

 

노력하는 일의 변하지 않는 소중함에 대해 가열하게 얘기했건만 노력을 미화하거나 긍정하는 일에는 조심스럽다.

이루고자 하는 바를 실패했을 때 목표 성취보다 노력하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 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의 반절만 믿기로 한다. (p.171)

 

내가 작가님의 글을 더 신뢰할 수 있게 만든 건 이런 구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박웅현 작가님의 여덟단어라는 책에서, 그 책을 가장 믿음직하게 만들었던 구절이 여러분께 좋은 샘플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저를 믿지 마세요. 책 한 권 읽고 사람을 알 수는 없습니다.(p.156)’였던 것처럼, 글을 읽기 시작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수동적으로 읽는 나를, 한 발짝 물려 세우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구절들이, 그런 생각들이 책 곳곳에 담겨있다. , 내가 이래서 작가님을 좋아했구나 싶었다.

 

책 뒤편에 실린 김현철 쌤과의 대담에서 작가님의 말마따나 이 책은 어떤 완벽한 인간상을 빚어내려는 시도가 아니라 내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모습으로 가고자 하는 개인적인 시도인 태도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님에게 중요했던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책을 읽는 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각자 어떤 태도가 중요하게 다가오는지 생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를 마주하고 답을 내기 바라지만, 결코 서두르라고 말하지 않는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일임을 알기 때문에.

 

요 몇 달, 혼자 고민도 많고, 생각은 더 많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이런 시기에는 그 어떤 책도 위로가 되지 않고 힘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이렇게 좋은 책이라면 얼마든지 위로가 되고 힘이 될 수 있음을 이제는 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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