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
-
금요일엔 돌아오렴 -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 육성기록
416 세월호 참사 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엮음 / 창비 / 2015년 1월
평점 :
내게 있어 4월 16일은 친했던 친구의 생일이었으며, 한때 좋아했던 남자애의 생일로 기억되는 날이었다. 두 사람의 생일이 같았던 게 나로서는 인상 깊었고, 그 뒤로 일 년에 한 번은 두 사람을 떠올리는 날이었던 셈이었던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전까지는 말이다.
이제 밝혀야 할 진실도 물어야 할 책임도 더는 없는 듯 세상이 굴러간다. 그러나 4월 16일은 떠나온 과거가 아니다. 시간은 흘러가다가도 다시 그날로 붙들려간다. (p.342)
이 책을 읽음으로써 다시 그날로 붙들려갈지라도 나는 이 책을 읽어내기로 결심했다. 기억하고 싶은 구절에 밑줄을 쳐가며, 때로는 책 곳곳에서 눈물을 훔쳐가며 읽어내는데 까지는 성공했지만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쉽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남겨진 가족들이 가닿을 수 없는 수백개의 금요일에 관한 기록의 무게를.
학생들은 3박 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배에 갇힌 일반인 승객들과 더불어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누군가에겐 그저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중 한 명일지라도, 유가족에겐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인 가족. 그런 가족의 마음을, 이 책 덕분에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인터뷰는 유가족들뿐 아니라 이 사회의 평범한 이들을 위한 작업이라고, 우리 사회에서 이토록 쉽게 또다른 ‘유가족’이 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고, 유가족들의 삶을 깊게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p.8)는 이 책 덕분에 말이다.
나는 그 중 2학년 8반 김제훈 학생의 어머니 이지연 씨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다.
제가 한창 슬픔에 젖어 있던 무렵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딸과 아들을 잃은 부모를 만났어요. 그분이 고맙게도 위로를 해주고 가시더라구요. ‘아, 그 당시에 나는 뭐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는 남의 얘기였고 나와 먼 얘기였는데 이렇게 내가 위로를 받는구나… 다른 사람의 아픔을 껴안는다는 거 그전에는 전혀 생각 못했어요.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모른 체하고 살았던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도 잘못한 게 있어요. 밀양 송전탑,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 휴, 그 사람들이 부르짖을 때 저희는 뭐 하고 있었나요? 전혀 생각을 안 했어, 그런 거에 대해서. 나만 보람있게 잘살면 된다는 그런 거였지. 다른 사람의 고충이나 힘든 것들을 우리가 보려고 하지 않았던 거예요. (p.330)
나 역시 그랬다.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밀양 송전탑이나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해서는 기사로 언뜻 읽어는 봤어도 한 번도 그 일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다른 사람의 고충이나 힘든 것들을 보는 게 유일했을 텐데 말이다. 그리하여 앞으로는 내가 경험하지 않았다고 모른 체하고 살지 않기로 했다. 이것으로 대신할 수 없다는 건 너무나 잘 알지만, 이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이런 다짐이, 3박 4일의 수학여행을 마치고 금요일에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으나 우리의 가슴 속에 눈물이 되어 돌아온 학생들과 일반인 승객들을 향한 심심(甚深)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 역시 간절히 바란다. 8개월여의 시간을 정리한 이 연대기(年代記)가, 슬플 수만은 없는 연대(連帶)의 기록으로 이어지기를.
[ 함께 읽으면 좋을 책 - 『눈먼 자들의 국가 - 세월호를 바라보는 작가의 눈』 / 문학동네 ]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