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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태어나 에세이를 가장 많이 읽은 해였다.
해를 넘긴 1월에, 새로 나온 에세이들을 둘러보니 2015년에도 어김없이
에세이를 많이 읽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렇게 멋진 에세이들 앞에 서있으니 말이다.
1. 이동진, 김중혁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팟캐스트.
적임자 이동진님과 흑임자 김중혁님, 그리고 이제는 신임자 이다혜님이 함께하는
'이동진의 빨간책방'.
이 책은 빨책에서 메인 테마 도서로 다뤄진 80여 권의 책 중에 청취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었던 외국 소설 7편을 엄선하여 방송 내용을 다시 글로 옮겨 정리하고 보충한 책이다.
목차를 보니 이렇다.
숭고하고 윤리적인 속죄―《속죄》, 이언 매큐언
우연과 운명, 권태와 허무, 그 가볍지 않은 무게―《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마지막, 당신이 만나게 되는 진실은―《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소년의 어떤 꿈에 대하여―《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신기한 이야기에 숨겨진 카오스와 코스모스―《파이 이야기》, 얀 마텔
이렇게 강하고 자유로운 남자들―《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그가 또다른 세계에서 만난 것은―《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나 역시 빨책 애청자이기도 하고, 호밀밭의 파수꾼을 제외한
6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곁에 두고, 두고두고 읽고 싶다.
빨책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라도, 이 책을 읽고나면 빨책을 듣고 싶어지지 않을까.
2. 허은실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이 책 역시 빨책 애청자라면 기억할 허은실 작가님의 책이다.
듣고 있으면 어딘가에 받아 적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오프닝 원고를
담당하시는 허은실 작가님.
읽고 있으면 오프닝을 조곤조곤하게 읽어주시는 동진님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은 책. 이 책 역시 곁에 두고 읽을 수 있게 되어 영광이다.
작가님이 찍고 고른 사진들이 글과 함께 실려있다니,
어떤 책으로 완성되었을지 궁금해진다.
3. 설레다(최민정) 『내 마음 다치지 않게』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알고 있었던 최민정 작가님의 설토(설레다 토끼).
지난 책 『설레다 설레다 설레다』와는 달리 이번 책은
여전히 귀엽고 여전히 공감가는 설토 그림들과 함께 작가님의 글이 실려있다.
설토를 한 번이라도 마주했다면 알 것이다.
노란 포스트잇 한 장에
마음을 다독이는 설토의 심리 치유 감성 에세이가 그려지면,
그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이 얼마나 든든해지는지.
4. 강종희 『어이없게도 국수』
위 책과 같은 표지의 책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아, 본 페이퍼의 5권 중에
최고의 표지를 고르라면 단연 이 책이다. 단순하지만 시선을 확 잡아끄는
표지의 매력이기도 하겠지만, 면덕후인 내겐 참새에게 방앗간 같은 표지였다.ㅎㅎ
'국수가 내게로 왔다'로 글을 열어서 '왜 하필 국수냐면'으로 맺는 이 책의 저자는
국수로 추억하고 국수로 철학하고 국수로 위로받는 면식수행자란다.
자신의 '목숨줄'인 줄로만 믿고 있었던 일과 가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
'무엇을 위해 살았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되었고,
이런 고민을 하는 와중에도 하루에 한 끼는 반드시 국수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 속에 늘 소중하게 자리 잡았던 국수에 대한 얘기를 풀게 되었다는 저자.
불혹이 아닌 만혹에 찾아온 늦은 사춘기의 위기를 면하게 해준 것은 어이없게도
면, 국수이었으므로.
그래서 이 책은 국수에 대한 오마주다.
자기 자신만의 인생 처방전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도
국수는 힘이 될 것이다.
5. 변상욱 『우리 이렇게 살자』
지난 해, 파울로 코엘료의 『마법의 순간』을 읽으며 SNS가 단순히 인생의 낭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아, SNS는 이렇게 해야하는구나.
파울로 코엘료가 한 자 한 자 남긴 트윗을 모았다는 책을 읽으며
나는 공감 속에서 훈훈했고, 파울로 코엘료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에 눈이 간 것 같다.
CBS 변상욱 대기자의 트윗 멘토링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에 말이다.
이 책의 소개를 살펴보는데, 가장 좋았던 건 이 구절이다.
변상욱 대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냥'이다. '무엇을 위해'가 아니라
'그냥' 오늘을 살고 싶어 하는 그를 따라 함께 가보자.
아, 나도 '그냥'의 힘을 안다. '그냥'만큼 그냥 좋은 말은 없지 않은가.
그렇지만 이 책에 담긴 글들을 두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냥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고, 남을 판단하는 데
쓰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는 데 써 달라"고.
2015년을 시작하는 1월,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시작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