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황후 소장품이었던 원효의 저술
세계 유일본 '판비량론' 日 오타니대학 전시
연합뉴스 | 입력 2009.10.28 07:01 | 수정 2009.10.28 09:23 |
(교토=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 '판비량론'(判比量論)이라는 저술은 여러모로 주목받는 고대 전적이다.
첫째, 저자가 다름 아닌 신라를 대표하는 고승 원효(元曉)다. 둘째, 그 온전한 판본은 사라지고 그 8분의 1분량밖에 남아있진 않지만, 일본 교토 소재 오타니(大谷)대학이 소장한 필사본은 현존 세계 유일의 옛날 판본이다.
셋째, 이에 찍힌 '내가사인'(內家私印)이라는 도장으로 보아 이를 소장한 주인은 나라시대 고대 일본의 쇼무천황(聖武天皇) 부인인 고묘(光明) 황후임을 알 수 있다. 고묘는 다름 아닌 오늘날 일본이 세계를 향해 자랑하는 고대 일본의 보물창고 쇼소인(正倉院)을 태동케 한 장본인이다.
이에 더해 이 판비량론 필사본에서는 각필(角筆)이라 해서, 고대인들이 한문 경전을 읽을 때, 그 뜻이나 독송(讀誦)을 위해 달아둔 읽기 부호가 발견되기도 했다.
원효가 55세 때인 신라 문무왕 11년(671)에 완성한 불교철학 논문으로, 당시 불교계를 풍미한 당나라 현장 법사의 유식학(唯識學) 논리에 결정적인 결함이 있음을 명쾌히 지적한 판비량론이 오타니대학박물관(관장 도나미 마모루)이 동국대박물관(관장 최응천)과 공동으로 마련한 '한국불교미술의 명품' 특별전에 출품됐다.
지난 13일 개막해 다음달 28일까지 오타니대학박물관에서 계속할 이번 전시회에는 동국대박물관에서 출품한 불교미술품 28점과 일본 내 여러 박물관 및 개인소장자, 그리고 오타니대학박물관 자체 소장품이 전시 중이다.
특히 이 자리에는 일본 각지에서 모은 고려불화 8점과 고려시대 사경(寫經), 그리고 판비량론을 비롯한 희귀본 불교전적이 모였다.
올해 제61회 쇼소인 특별전 개막식 참석차 일본을 찾은 길에 지난 24일 오타니대학박물관 기획전을 둘러본 이영훈 국립경주박물관장은 "판비량론 필사본의 글씨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명필"이라고 말했다.
초서체로 쓴 이 필사본은 한동안 나라시대 일본에서 썼다고 간주됐지만, 최근에는 서체라든가 서풍으로 보아 신라에서 직접 일본으로 들여왔다는 주장이 강하게 대두하기 시작했다. 특히, 각필이 발견됨으로써 이런 주장은 한층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 선보인 고려시대 불화로는 교토 에이칸도(永觀堂) 젠린지(禪林寺) 소장 아미타여래도와 같은 교토 지역 치온지(知恩寺) 소장 아미타삼존도, 오사카 다이넨부쓰지(大念佛寺) 소장 아미타팔대보살도, 그리고 교토 로산지(盧山寺)와 나라국립박물관, 교토 센오쿠하구코칸(泉屋博古館), 그리고 나라(奈良)의 하세테라(長谷寺)가 각각 소장한 수월관음도 등이 있다.
이밖에도 교토 난젠지(南禪寺) 소장 고려대장경 초조본 '어제불부'(御製佛賦), 교토국립박물관 소장 고려시대 대보적경(大寶績經.1006년), 오타니대학도서관 소장인 고려대장경 재조본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등 일본 소재 고려시대 중요한 성보문화유산도 선보인다.
최응천 관장은 "이번 특별전은 2007년 동국대박물관이 오타니대학 박물관과 체결한 '박물관 교류에 관한 협정'에 따른 첫번째 결실로 일본 내 주요한 한국불교미술품을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 원효의 저술 판비량론 > >
< < 교토국립박물관 소장 대보적경(大寶績經) > >
< < 오타니대학도서관 소장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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